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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의당 첫 ‘1일 국민대변인’ 김민섭(시간강사) “대학원생도 노동자다”
 
정의당은 29일 첫 ‘1일 국민대변인’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씨를 선정하고, 국회 정론관에서 첫 브리핑을 가졌다.
 
조성주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민섭 씨를 국민대변인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33만명에 이르는 대학원생은 하나의 산업규모를 초월하는 수준의 학습하는 노동자이나 대학원생은 정작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 못하다”면서, “대학원생 노동과 인권 현실을 개선을 위해 김민섭 씨를 첫 국민대변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나선 국민대변인 김민섭 씨는 “대학원생 조교들이 학과 행정은 물론 교직원에 준하는 노동을 강요”받고 있지만 “최저시급도, 4대보험도, 주휴수당도, 퇴직금도, 그 무엇도 보장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 역시 쓰지 않고 있다”고 현실에 대해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한 햄버거 매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대학은 제가 조교일 때도, 시간강사일 때도, 단 한 번도 4대보험을, 특히 건강보험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맥도날드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꼬박꼬박 월 14500원의 건강보험을 보장받았다”면서, 노동기본권에 대한 대학들의 무책임에 대해 꼬집었다.
 
김 국민대변인은 “대학을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면 “적어도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는 더욱 사람을 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의 숨은 노동자인 대학원생들이, 젊은 연구자들이,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정당들이 제도개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연대사에 나선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김경용 위원장은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 잔심부름, 학생의 노동력 착취, 인견모독, 권력관계 이용한 성추행 앞에서도 학위에 의해 볼모에 잡혀 있다”면서 정의당은 “볼모로 잡힌 대학원생 문제에 적극 대응해 슬픈 대학원생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고, 대학원생이 인간다운 권리 되찾는데 같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성주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33만명에 이르는 대학원생 중 직장 등 경제활동 따로 하지 않는 전업학생이 89.7%, 대학원생 중 65.1%가 조교활동을 통해 노동을 하고 있고 전업학생의 58.1% 학생노동자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어떤 노동권도 보장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대학원생 권익향상을 위해 정의당은 ▲ 대학생원생 조교들에게 4대보험 즉각 적용, ▲대학원생 반값등록금 실현, ▲대학원 평가항목에 인권항목 추가, ▲출산 및 육아 휴가 보장, 교내 수유시설 설치 ▲ 국회도서관 아카이브 확대를 통해 연구비 개인부담 감소 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의당은 30일 ‘1일 국민대변인’에는 청년주거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조합원 장연선 씨를 선정해, 청년들의 주거권문제의 현실과 대안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섭 국민대변인 브리핑 전문] 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습니다
 
김민섭입니다. 작년까지 대학원생이었고, 시간강사였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대학이 대학원생 조교와 시간강사, 그러한 하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공간인가, 하는 것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저는 2008년에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 4년 동안은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의 행정조교로 일했고, 나머지 4년은 시간강사로 교양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8년 동안, 대학의 노동자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대학에서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학의 상상 가능한 여러 공간에서 저는 노동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로도, 학생으로도, 나아가 사회인으로도 저의 과거와 현재를 쉽게 규정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대학의 학과사무실에는 교직원이 없습니다. 대학원생 조교들이 학과 행정을 담당합니다. 어떤 이들은 교직원에 준하는 노동을 강요받습니다. 물론 이들 모두는 최저시급도, 4대보험도, 주휴수당도, 퇴직금도, 그 무엇도 보장받지 못 합니다. 근로계약서 역시 쓰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아야 할 일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교직원이 해야 할 일부터 여러 형태의 잡일까지, 모두가 그들의 일이 됩니다.
 
그런데 강의실에서는 학생이더라도, 노동의 공간에 있다면 누구나 노동자입니다. 대학은 대학원생들을 행정의 최전선으로, 그리고 강의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모든 최저의 기준을 무시해 버립니다. 학생이기 때문에 정해진 장학금을 지급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일을 시킬 때는 철저히 노동자로, 급여를 지급할 때는 학생으로 대우합니다.
 
제가 아는 한, 세상의 상식은 대학에서는 상식이 아닙니다. 대학원생 조교는, 그리고 시간강사는 노동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 하는 존재입니다. 노동자로도 학생으로도 사회인으로도 스스로를 규정해낼 수 없었던 그 어느 날, 결국 저는 대학의 유령으로 저를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뒤돌아보지 않으면 더 이상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대학보다는 거리의 패스트푸드점이 저를 노동자로, 그리고 사회인으로 대해주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맥도날드의 노동자였습니다. 새벽부터 점심까지 물류를 하차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것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4대보험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학은 제가 조교일 때도, 시간강사일 때도, 단 한 번도 4대보험을, 특히 건강보험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꼬박꼬박 월 14500원의 건강보험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것으로 제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습니다.
 
제 주변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대학원생 선후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아이가 없는 이들은 대개 혼인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저도 혼인신고를 계속 미루었다가 아이가 태어나고서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같이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독립된 건강보험 납부 대상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의 젊은 연구자들은 모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교로 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학으로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 합니다.
 
무엇보다 퇴직한 나의 아버지를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둘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픕니다. 시간강사의 평균 시급으로 계산하면 대학이 한 강좌 당 보장해야 할 건강보험의 총액은 2만원이 채 안 됩니다. 하지만 대학은 그럴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 많은 등록금은 모두 어디에 갔습니까? 어째서 연구하고 강의해야 할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를 거리로 내모는 것입니까? 엄청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사회에서 정한 최저의 기준이라도 맞추어 달라는 것입니다. 노동하는 한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닐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1년 3개월을 일했을 뿐인 맥도날드에서는 저에게 이미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액수가 많지 않지만 그것은 제가 어느 공간에서 노동자로 존재했다는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제가 8년 동안 조교로, 시간강사로, 노동했던 대학에서는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작년에 있었던 ‘인분교수’ 사건을 기억합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대학원생 조교가 겪어야 했을 아픔을 저는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대학은 모두를 괴물로 만들어 내는 공간입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변하게 합니다. 선한 의지를 가진 개인들 역시 곧 그 시스템에 함몰되어 버립니다. 그것은 사람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와 매뉴얼이 대학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을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는 더욱 사람을 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노동에 어떠한 위계를 두고자함이 아닙니다. 모든 노동은 신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그러한 시대적 소명을 갖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제가 저의 부모에게 물려받은 수저의 색은 평범합니다. 반짝반짝 빛나지 않지만 밥을 떠먹기 힘들 만큼의 흙이 묻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대학원생으로서, 그리고 노동하는 청년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학의 숨은 노동자인 대학원생들이, 젊은 연구자들이,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습니다.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계속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제 주변을 좀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정의당을 비롯해 많은 정당들이, 평범한, 하지만 평범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숨은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좀 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여러 제도를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29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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