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정진후 원내대표, 62차 상무위 모두발언
심상정 상임대표 “결국 게리맨더링으로 끝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거대양당 대리전 획정위 태생적 한계…근본적 정치개혁 절실”
“정부여당의 독소조항 제거된 대안 제시만이 필리버스터 중단시킬 유일한 길”
“유엔 제재는 북한의 자업자득, 핵과 미사일로 체제생존 보장 받지 못한다는 엄혹한 현실 깨달아야”
“물 건너간 사드 배치, 미·중도 대화로 방향 돌려, 더 이상 강경일변도 헛발질 외교 안 돼”
정진후 원내대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성숙한 관심을 생트집으로 모는 새누리당 행태가 딱하고 안타까워…테러방지법은 테러가 아니라 민주주의 막는 법, 직권상정은 즉각 철회돼야”
“선거구 획정안, 비례성 줄고 지역기득권 확대돼, 양당 기득권 지키기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반영 물거품…20대 국회에 국민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정치개혁 기구를 구성해야”
일시: 2016년 2월 29일 오전 8시 30분
장소: 국회 본청 216호
■심상정 상임대표
(선거구 획정 관련)
어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선거구획정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로 바뀌고 권한도 강화시키면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게리맨더링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3대 1에서 2대 1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거대양당의 유불리에 따른 선거구 담합은 여전했습니다. 과거에는 거대양당이 누더기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양당이 획정위 뒤에 숨어서 배후조정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선거구 구역과 경계는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획정안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선거구별 인구수의 차이가 현행보다 더 벌어지게 획정되거나 양당 중진들의 지역구를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무원칙한 선거구 획정사례가 발견됩니다.
예를 들면 경기도 수원시,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 하나의 생활문화권에 속하는 법정동(수원시 영통1동과 2동, 동춘1?2동과 3동, 옥련1동과 2동)이 서로 다른 선거구에 속했습니다. 그렇게 획정해야 하는 어떠한 기준도 없는 게리맨더링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덕양갑 선거구는 인구상한선에 육박되게 된 한편 인구수가 가장 적은 덕양을은 현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게리맨더링은 획정위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현행법상 획정위는 사실상 거대양당의 추천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따라서 획정위가 공정성을 유지하기 보다는여당측 추천위원과 야당측 추천위원이 추천정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습니다. 그 결과 거대양당의 압력에 못 이겨 미세조정에 그치거나 누가봐도 기형적인 선거구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번 선거구획정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로만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 또 법적 권한도 없이 지역구?비례대표 의원정수와 광역시도별 의원수를 정해서 ‘이대로 획정하라’고 한 교섭단체의 월권, 그리고 그 결과물인 게리멘더링 획정안은 19대 국회의 수치로 기록될 것입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에 이어서 거대양당 담합의 결과물로 탄생한 선거구획정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필리버스터)
국정원강화법, 전국민사찰법인 테러방지법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가 6일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을 계기로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 중단 공세를 거세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필리버스터 중단 불가피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선거법은 그 내용을 떠나, 더 이상의 파행과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처리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국정원에 의한 무차별한 국민사찰의 우려, 인권침해의 우려가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한 현재의 테러방지법 처리를 묵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결자해지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독소조항이 제거된 대안을 제출하기 바랍니다. 1년 가까이 선거구획정을 모르쇠로, 버티기로, 또 끼워팔기로 지금까지 파행시킨 새누리당이 선거법 처리 지연을 말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참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모두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경중과 우열을 재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양자택일할 사안이 아닙니다.
정부여당의 전향적 태도, 국정원방치법을 포기하는 것만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북핵문제)
북한의 핵·로켓 도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역대 최강 수준의 제재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수출입 화물 검색 의무화, 석탄 등 광물거래 제한, 항공유 공급 금지 등 북한이 고통스러워 할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고강도 제재는 북한이 자업자득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는 체제생존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엄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재를 빌미로 추가 도발하는 만용을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외교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이번 대북제재의 목적이 듣지도 않는 처벌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내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핵화 논의를 전제로 평화협정도 의제가 될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의 해법에 큰 틀에서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고강도 제재 그 자체가 아니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된 제재로 북핵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미·중이 뜻을 같이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목매던 사드배치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사드배치 협의가 꼭 배치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드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끌어내려는 미국의 외교적 카드였음이 분명해졌습니다. 한국이 사드배치 입장을 굽히지 않자 중국은 미국과 직접 협상으로 자신의 국익을 관철시킨 것입니다. 한중관계만 훼손시키고 모양만 우스워졌습니다. 남북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망각한 근시안적 대응, 국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결여한 감정적 대응,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욕구가 함께 만들어 낸 외교참사입니다.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데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습니다. 철저히 주변자로 전락했습니다. 확성기 재개, 사드배치, 개성공단 폐지까지 얼마 되지 않는 외교적 지렛대를 성급히 소진한 결과입니다. 지난 주말 미중 외교관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미중이 합의한 대북기조 변화에 대한 통보와 협조를 요구한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붕괴론을 공식화하며 강경일변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외교미아로 전락하게 될지 모릅니다. 미중이 천명했듯이 제재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더 이상 헛발질 외교는 안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허무맹랑하고 위험천만한 북한붕괴론을 이제 접어야 합니다. 또 대통령의 환상을 방조하고 부채질 해 온 외교안보라인을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정진후 원내대표
(테러방지법 관련)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100시간을 넘겨 세계 최장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방청을 하기 위해 줄까지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4일 동안 1천 명이 넘는 국민이 정의당 사무실에서 방청권을 발부받아 필리버스터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매우 높습니다. 지금도 방청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우리 당 사무실에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법에 보장된 필리버스터를 두고 ‘국회무시’라느니, ‘선거법 위반’이라느니 하는 생트집만을 잡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 기간에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성숙한 관심과 이해를 고작 이런 생트집으로 해석하는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행태가 참으로 딱하고 안타깝습니다.
테러방지법이 테러를 막는 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막는 법입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선거법을 볼모로 온 국민감시법을 만들어서 겨울공화국을 꿈꾸는 박근혜정권은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선거구 획정안 합의 관련)
법정 제출 기한에서 139일을 넘긴 2월28일,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하여 국회로 제출하였습니다. 비례성은 줄고 지역기득권은 확대되었습니다.
총선까지 45일을 남겨놓은 시점입니다. 선거시일도 촉박하고 선거구획정에 앞서 정치권이 해결했어야 할 제도 개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끌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양당 기득권 지키기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 반영도, 정치신인들의 기회보장도 다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지역선거구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을 때부터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신속한 논의를 촉구하였습니다.
2015년 3월,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도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혁논의는 뒷전이었습니다.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했지만, 구성방식과 의결요건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여야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양당의 기득권 때문에 매번 반복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이제 끝내야 합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치개혁 논의가 필요합니다. 국회의원의 수, 비례대표제도 개선방안, 선거구 획정기준, 지역과 비례대표의 비율,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진정한 독립방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지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밝혔지만,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사회적 정치개혁 기구를 구성해야만 합니다. 매번 되풀이되는 악행을 이제는 끊어야 합니다.
2016년 2월 29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