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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나경채 공동대표, 47차 상무위 모두발언

 

심상정 상임대표 “위안부 협상 반대와 분노 거세지며 대통령 또 입 닫아…위안부 협상 전면 폐기 선언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선거구획정위 이번 합의 불발, 획정위 논의 여야 대리전 재현하는 것에 불과…조속한 타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더 이상 개입하지 말아야”

“제1야당 분당 현실화…선거법, 노동법, 위안부 협상 등 절체절명 과제에 대해 책임 있는 실천·자기희생적 결단 없다면 현재 이합집산은 금배지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

 

나경채 공동대표 “청년 미래 인식조사 ‘붕괴와 새로운 시작’선택, 한국사회 현실에서는 자연스러운 결론…2016년에도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 만드는 노력 계속할 것”

“심야노동 실태조사, 생계 위해 건강에 치명적인 야간알바 하는 청년 많아…정부는 청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청년노동 개선위한 노력해야“

 

일시: 2016년 1월 4일 오전 9시

장소: 국회 본청 농성장

 

■심상정 상임대표

(위안부 협상)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와 분노가 거세지자, 박근혜대통령이 또 입을 닫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뒤에 숨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사라진 대통령을 대신하는 인사들의 말과 행동은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입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감히 할머니들의 여생을 들먹이며 받든지 말든지 하라며 윽박지릅니다.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지도 않은 주무부처 장관은 피해 당사자들의 노기어린 항의에는 귀를 닫고, 미국 당국자들의 칭찬을 전하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외교의 제1원칙은 내치를 잘하는 것입니다. 민의 수렴 없는 좋은 외교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한일관계 경색에 따른 경제손실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합적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출 좀 더 하겠다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어떤 안보적 고려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혼과 역사적 자긍심에 우선할 순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위안부 협상의 전면 폐기를 선언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랍니다. 국회는 즉각 청문회를 열어 협상과정의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후안무치는 비단 위안부 협상만이 아닙니다. 어제 청와대 경제수석은 신규출자 금지를 거론하며 지난 3년의 성과로 ‘경제 민주화 실천’을 꼽았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경제주체들 간 크게 기울어진 힘의 관계를 바로잡고, 성과와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데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노동자 대다수와 국민경제를 희생시켜, 재벌 돈벌이를 보장하는데 올인한 정부입니다. 경제민주화를 성과로 내세우는 데 대해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선거구협상)

지난 2일 열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구상이 무산됐습니다. 정의당은 국회의장의 고뇌를 이해합니다만, 경기규칙을 결정하는 선거구획정에 대한 직권상정 시도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명백히 반대해왔습니다. 이번 합의 불발은 획정위 논의가 여야 대리전 재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또 여야의 책임 있는 결단 없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어떤 우회로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여러 번 지적했듯이 지금의 출로 없는 파행의 원인은 새누리당의 상식도 명분도 저버린 버티기에 있습니다. 정치개악안만을 고집하며 그 어떤 조정과 중재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청와대의 지시로 노동악법 등 문제성 법안들과 선거구획정을 연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의 비상식적 행태로는 선거구 공백 상태만 더 길어질 뿐입니다. 또 국민들의 알권리와 예비후보들의 알릴권리의 침해로 다음 총선의 공정성과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선거구 획정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야당 역시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야당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헛된 정치개악시도를 좌절시키는 중대한 결단과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야권혼란)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김한길 의원이 탈당했습니다. 당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던 인사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제1야당의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점점 더 사납고, 후안무치해지는 데는 야당의 무능과 무기력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문제인식입니다. 제1야당의 내홍을 우려하는 것도 지금 야당 앞에는 노동5법, 선거제도 개편, 위안부문제 재협상 등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당을 떠나는 이들은 하나 같이 민생정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 양당체제 혁파를 탈당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노동개악, 민생유린을 사실상 방관 하면서 민생정치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양당체제 속에서 그 이점을 누리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양당체제 극복을 말하는 것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양당체제를 떠받치는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외면한 새정치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많은 야권지지자들이 일여다야 구도의 전개로 인한 선거참패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의지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적 결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자는 논에 자라는 피인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선거법, 노동법, 위안부 협상 등 절체절명의 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실천과 야권승리를 위한 자기희생적 결단이 관건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어떤 명분을 거론하든 현재의 이합집산은 금배지를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나경채 공동대표

(청년 미래인식 조사 관련)

새해들어 2~30대 백 여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한 언론에 발표되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 중 반 정도가 <붕괴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경제위기로 기존 시스템이 붕괴된 사회. 그 후, 자급자족 위주의 소규모공동체, 사색과 소통이 중시되는 새로운 사회건설이 그 내용입니다.

 

고도성장기,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장과 소비에 익숙한 청년세대의 이런 결론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과 연결해 보게 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론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도 학자금마련을 위한 알바, 그리고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 경쟁이 있습니다. 바늘구멍같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경쟁은 오히려 더 심해집니다. OECD국가 최장을 자랑하는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하다보면 겨우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 뿐입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거기에 더해 인간관계, 내집마련까지 포기한 5포세대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이도 모자라 7포세대, 다포세대란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는 기회마저 사라진 현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 <소수의견>을 쓴 청년작가 손아람씨는 <망국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언론기고글을 통해 해마다 부유해지는 나라에서 나날이 가난해져가는 청년들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며, 불공평한 생존보다는 공평한 파멸을 바라기 시작했다’, ‘한 세대가 통째로 삶을 포기한 불모지에서는 누구도 살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의당의 역할을 다시 생각합니다.

자신의 노동으로 자기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우선하는 사회만이 청년들에게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2016년 여전히 암울한 현실이지만, 지금까지처럼 정의당은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 성과를 통해 청년들의 희망과 가능성을 함께 열어갈 것이라는 말씀 드립니다.

 

(청년 심야노동 실태조사 관련)

청년노동의 문제에 대해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발표된 서울 노동권익센터와 청년단체 리빙액트가 진행한 심야노동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불야성을 헤매는 청년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건강에 치명적인 야간알바를 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어제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72%가 넘는 청년들이 급여지출의 가장 큰 부분이 '생활비'라고 답했습니다. 생계형 야간아르바이트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임금은 장시간 야간노동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심장병, 돌연사, 유방암 등 각종 질병과 심야노동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발표되어 왔습니다. 심야노동이 수면 패턴을 무너뜨리고, 소화기능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의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설문조사에서는 청년들의 건강 적신호가 감지됐습니다. 특히 불규칙한 수면 패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었습니다. 불규칙한 식습관역시 문제입니다. 야간알바를 하는 청년 중 하루 한 끼만 먹는 사람이 31.9%였습니다. 식사시간이 규칙적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71.6%가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휴게시간 사용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4시간 이상 근로에는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의무로 제공해야 하지만, 57.4%의 청년들은 휴게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동적인 휴게시간'은 사실상 근로 대기시간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비단 건강과 관련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33.3%의 사업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야간시급을 받는다고 이야기한 심야노동자 역시 90%를 차지했지만 현실은 평균시급이 6천 원대 이하라는 답변이 68.1%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 심야최저시급인 83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야간알바의 위험성에 비해 정부와 사회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2014년 4월에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보호 및 근로환경 개선 추진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야간알바의 건강이나 근무 환경을 고려한 정부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 및 근로조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는 청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한편 생계를 위한 청년의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행정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바랍니다.

 

2016년 1월 4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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