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 KF-X 진상조사 2차 발표
■심상정 대표 모두발언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이 한국형전투기사업 2차 진상조사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형전투기 사업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늦어도 2020년대에는 우리나라 영공을 지킬 한국형전투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노후전투기 교체가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숙원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유한 우리 조종사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낡은, 위험한 전투기를 몰게 하는 것은 아주 가혹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공군에는 F4, F5등 기력이 40년이 넘는 전투기가 170여대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초래할 심각한 전력 공백과 안보 불안으로, 당장 이 전투기들을 도태시킬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조종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의 품격을 훼손하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흔들림 없는 영공방위를 위해서도 미래세대 조종사들을 위해서도 이번 전투기 개발 사업은 반드시 성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정의당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여러 번 강조 드렸듯이 지금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여러 사실 관계를 따져볼 때 박근혜 정부의 최대 스캔들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한 마디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재정 26조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국내 자체 개발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또 추가적인 재원 소요에 대한 재정 단계의 검토마저도 모두 생략된 채 지금 막무가내식으로 강행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능력에 맞는 제대로 된 전투기를 만든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외면되고 또 일부 개발자들의 허황된 목표에 도취돼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시작부터 심각한 부실 가능성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런 난맥상이야말로 전투기 개발 사업의 미래 위험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이는 우리 조종사들에 대한 배신이며, 사업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의당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현 사업의 문제점과 실체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안모색에 나선다면 저희 정의당은 적극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은 이번 KF-X사업 진상조사와 더불어서 우리 군의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무기 체계 개발 시스템 마련을 위한 혁신적인 대안을 준비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전문가인 김종대 단장께서 불철주야 지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 정의당은 국민이 신뢰하는 안보에 강한 대안정당의 위상과 면모를 갖춰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 진상조사 발표문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사업(KF-X)에 대한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의 2차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새로 확인된 문제점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그 다음으로 지난 1차 발표(11. 2.)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반박 보도 자료에 대한 재반박 순서로 발표하고자 합니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첫째,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인도네시아 KF-X 국제공동개발이라는 사업구도 자체가 불확실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와 11. 4~5일 간 공동개발에 대한 협력안 도출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협상결과는 인니 측의 과도한 요구(기술공유와 일감 배분 등)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사업비의 20%를 부담하는 12월 한-인니간 사업협력계약 체결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설령 인니와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성사되기 어려운 사업구도입니다. 그 근거는 미국의 강력한 기술통제제도에 있습니다. 먼저 미국이 한국에 KF-X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관련 법규는 다음과 같습니다.
AECA(Arms Export Control Act) 제4항, FAA(Foriegn Assistance Act) 제502항은 미국의 방산기술 지원근거로 피공여국에 대한 방산 장비 및 기술 공여에 대한 조건을 명기하고 있는데,
- 기술 공여는 피공여국이 정당한 자국방위에만 사용되거나
- UN 헌장에 명기된 집단적·지역적 방어에 정당하게 사용되거나
- 저개발국가가 국가건설 차원에서 군사력건설에 정당하게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서 제한되는 것이고, 그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
위 규정에 따라 미국은 21개 분야의 KF-X 관련기술을 한국에 제공하게 되는데, 여기서 핵심조건은 한국정부가 정당한 자국방위의 목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경우에 국한되는 것입니다. 위 법령은 그 외 다른 목적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규범으로 기술통제가 엄격한 미국은 반드시 이를 준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편 인니와의 기술공유 및 전투기 공통생산에 대하여 통제하는 관련 법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AECA 제3항, FAA 제505항은 기술 및 장비공여에서 불허되는 통제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 피공여국이 해당 장비 및 체계를 미 정부 사전승인 없이 제3국(또는 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제3자 양도에 대해 미국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동의해주는 경우에만 미국은 방산기술을 제공해준다고 명기하고 있음.
- 제3국(또는 3자)가 미국이 일반적으로 해당 군사 장비를 동의해주지 않는 국가면 장비 및 기술이전의 승인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기하고 있음.
이를 종합하면 미국의 방산기술 및 장비이전은 오직 지원받는 대상국가, 즉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제3자(인도네시아)와 공유하려면 반드시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과거 하마스와 알카에다와의 관련성으로 미국의 협력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이 때문에 한-인니 전투기공동개발 계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이는 미국의 국내법에 의한 사전승인 절차가 없는 한 성사되기 어려운 구도라고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미 미국 정부가 승인하여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기로 한 KF-X 21개 분야 기술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만 제공한다는 조건에 위배되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승인(E/L)을 다시 받아야 할 형편입니다.
둘째, 현재 방위사업청은 한-인니 공동개발로 인한 기술공유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사전승인도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과의 협의 여부는 방사청 방산기술통제관실이 담당하는 미국의 기술보안 업무 영역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정의당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 부서는 미국 정부가 한-인니 공동개발을 인정하도록 미국 정부와 합의한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의당이 미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한-인니 공동개발과 관련하여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와 기술이전 문제를 합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다”는 언급만 있을 뿐입니다.위에서 제시한 미국의 방산기술통제법령들은 미국이 전 세계적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군사기술통제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만일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주요 전투기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미 국무부와 국방부, 상무부, 방산기술보안청(DTSA) 등 관련기관이 전부 기술이전에 동의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심지어 미 대통령조차 이 절차를 바꾸기 어려운 강력한 규범체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셋째,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전투기 공동개발을 강행할 경우, 향후 한국은 미국에 대해 엄청난 외교적 부담과 함께 한미동맹 전반에 매우 수세적이고 불리한 처지를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전투기 개발을 인도네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할 경우,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사후 승인을 받기 위한 상당한 수준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이는 방위사업청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한미동맹의 최고 정책결정 단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이럴 경우 미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한국정부는 매우 불리한 처지를 자초하게 되며, 동맹정책 전반에도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지난 10월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국에 가서 “핵심기술을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미국은 “국내법상 이전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한 적 있습니다. 한국의 전투기 개발에 대해서조차 적대적인 미국이 하물며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을 한다면 국내법을 이유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 확실시 됩니다. 이상의 문제점은 한국형전투기사업 전체를 좌초시킬 수 있는 중대현안임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지난번 핵심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 미국의 기술이전 불가 사실을 은폐한 것과 마찬가지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과거 일본(FS-X), 이스라엘(Lavi), 대만(IDF)의 전투기 개발 역시 기술보안을 이유로 개입하여 좌절시켰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AESA) 등 핵심기술 개발에 관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부적절한 해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국과연은 이미 언론사를 대상으로 AESA 레이더 개발계획을 공개하고 실물 시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이 추가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첫째, 작년(2014년)에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DTAQ)이 KF-X 기술적 준비상태(TRL : Technical Readness Level)을 평가하면서 AESA레이더는 국내기술개발이 불가능하므로 해외에서 직도입을 추진하고, 적외선표적추적장치(IRST) 역시 기술개발이 타당성이 없으므로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둘째, 이로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T), 한국기술품질원(DTAQ),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 모든 전문기관이 공히 핵심기술의 국내개발이 불가능하거나 타당성 없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국과연 혼자만 2025년까지 핵심기술 개발과 전투기 체계통합이 가능하다는 독선적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셋째, 바야흐로 전투기 개발에 있어 국과연 독재체제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국과연의 핵심기술 개발능력 보유 주장은 자신이 시험문제도 출제하고, 시험 채점도 하겠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서 그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방사청과 국과연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업 강행” 지시를 근거로 일체의 반론이 나오지 않도록 소요군과 체계통합업체의 입까지 막아버림으로써 전투기 개발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상으로 2차 진상조사 결과를 설명드렸습니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은 AESA 레이더 개발과 관련하여 직접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와 개발 관련업체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조사 결과는 추후 방사청과 국과연의 개발 동향을 지켜보면서 추가로 설명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5년 11월 12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