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의당 '박근혜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규탄' 기자회견
일시 : 2015년 11월 3일 14:00
장소 : 청와대 앞 분수대
■ 심상정 대표 기자회견문
결국 박근혜 정부가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 했습니다. 그 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국민들의 최종 결론은 ‘국정화 하지 마라’였습니다.
역사학자의 절대 다수가 집필을 거부했습니다. 교사들의 절대 다수가 가르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배우지 않겠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다수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권은 결국 국민의 반대편에 섰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일탈하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후진적인 권력으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사는 오늘 박근혜정권의 반역을 기록할 것입니다. 국민을 이기려 한 권력을 우리 시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일 매국노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국민들을 고문하던 독재자는 국부로 탈바꿈하고,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던 재벌이 국가발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역사왜곡이 시도될 것입니다. 이것은 기우가 아닙니다. 이미 그 징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박근혜정권이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불법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국정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총천연색으로 컬러TV를 보고 있는 세상에 박근혜 대통령 혼자서 흑백TV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 마저도 낡은, 고장난 TV입니다. 그 TV는 40여 년 전 유신독재 시절의 풍경만 반복 재생하고 있습니다.
오늘 황교안 총리의 대국민담화는 기가막힐 따름입니다. 색깔론을 동원해 사실관계를 왜곡 편집하고 검인정 교과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다양성이 없어서 단일화 하겠다는 궤변, 이게 막걸린지 말인지 모를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닌 획일주의를 강요할 것이냐 다양성을 함양할 것이냐의 문제로 정확히 보고 있습니다. 좌우 이념대립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대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넘어 정착되어오던 검인정 교과서를 이제 와서 뜬금없이 뒤집어엎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정치 과정을 부정하는 반국가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합니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알려주는 단 하나의 진실은 나쁜 권력을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통령도 그 어떤 권력도 시민들로부터 잠정적으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합니다. 국민을 대통령이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늘 박근혜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는 통탄할 후회가 될 것입니다. 역사 앞에 겸허해 지십시오. 어떻게 덧칠해도 부끄러운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엎질러진 물이긴 합니다만 지금이라도 주워담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결정을 철회화고 국민의 뜻을 따르십시오.
정의당은 이대로 대한민국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민생에 앞장서서 시민들의 삶을 지킬 것입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국민을 이기려 한 권력을 반드시 심판할 것입니다.
■ 정진후 원내대표 발언
오늘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입니다. 1929년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광주 학생들의 의거를 기리는 날입니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했던 이듬해인 1973년, 당시 ‘학생의 날’이던 이 뜻 깊은 날을 국가기념일에서 제외시켰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선포했습니다. 11월 3일은 일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두 번이나 치욕을 겪게 되는 셈입니다. 박근혜정부가 이날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알았다 해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반대 여론이 두려워서 고시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기어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단행한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곳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더 이상 교과서를 누가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미 우리 국민의 판단은 끝났습니다. 이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 정부의 행태가 범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따지는 것만이 남아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탈법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행정예고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위반한 법령만 해도 <행정절차법>, <국가재정법>, <정부조직법> 등 다수입니다.
정부는 국정화 행정예고를 하기 전부터 비밀TF를 꾸려 운영하는가 하면, 행정예고 전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무도 어겼습니다. 또 행정예고 다음 날 국무회의를 열어 몰래 예비비 44억 원을 끌어다 쓰기로 의결하고, 22억 원의 돈을 정부에 유리한 광고비 등의 홍보비로 지출해버렸습니다.
또 정부는 국정교과서 편찬 권한을 국사편찬위원회에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중고등 교과서의 편찬 권한을 소속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는 법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시 <정부조직법>과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또한 위반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느니,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느니 하는 거짓말로 교과서 집필진들과 교사들과 역사학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이렇게 법을 어기며 만든 ‘불법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것입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단 한 줄도 쓰이지 않은 교과서에 시비를 건다고 하지만, 단 한 줄도 쓰이기 전에 벌써 줄줄이 법을 어겼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학생들에게 이런 ‘불법 교과서’로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확정고시 발표로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민생 파탄과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려는 뻔뻔한 작태 또한 중단하십시오. 민생 현안이 그렇게 시급하면 대체 왜 멀쩡한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며 고집을 부린단 말입니까.
정의당은 우리 아이들과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을 무시하고 법을 짓밟고 국회를 유린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할 것입니다.
2015년 11월 3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