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91차 상무위 모두발언
천호선 대표 “공방만 벌이는 정치권에 싸늘한 추석민심…세월호 특별법, 대통령 결단 재차삼차 촉구한다”
심상정 원내대표 “양당 원내대표 이번 주말까지 유가족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만들어내야…실패하면 모두 권한 내려놓을 것”
일시: 2014년 9월 11일 오전 9시
장소: 국회 본청 217호
■천호선 대표
(추석 민심 관련)
추석 연휴를 마치고 다시 일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연휴 기간 확인한 민심은 차갑고 매서웠습니다. 민심은 세월호사건의 진상규명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계속 공방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가차 없이 질타했습니다. 비리혐의 의원을 감싸주고도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양당에 대해서 또한 절망했습니다.
저희 정의당을 포함해서 대통령과 여야정당 모두가 저마다의 책임이 있습니다. 양비론, 삼비론, 사비론으로 그저 모두가 다 잘못이라고 싸잡아 몰아붙이는 것은 자주 진실을 가리고 가장 책임이 큰 자의 면피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너나없이 사건이 일어난 지 다섯 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정의당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대통령의 결단을 재차 삼차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고, 유가족과 생존학생들까지 나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싸늘한 추석민심을 전해 들었다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요지부동의 청와대로 인해 정치권 전체가 공전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여당의 실질적 리더인 대통령은 현재 정국 난맥을 풀어낼 근본적 책임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세월호를 무시하고 내 갈 길만 가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유가족과 국민들을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 해법을 내놓을 자신이 없다면, 새누리당에 묶어 놓은 족쇄라도 풀어서 유가족과의 대화가 진전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국민은 인내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나라를 만드는 데는 대통령과 여야가 없습니다.
(소위 민생법안 관련)
새누리당이 민생법안 단독처리를 불사하겠다며 15일 본회의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생법안은 실체 없는 유령에 불과합니다. 크루즈에 카지노를 짓겠다는 게 민생입니까? 의료영리화로 의료비 폭등을 불러오는 것이 민생입니까? 아니면 부동산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게 민생입니까?
모두 다 서민생활에는 관계가 없습니다. 입만 열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생법안은 사실상 대부분 이권집단과 기득권세력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법에 불과합니다.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는 길은, 기존 입장에 구애받지 말고 유가족을 만나 세월호특별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막힌 정국을 뚫고 싶다면, 이제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나서 달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실체도 없는 민생법안으로 애먼 유가족과 야당을 질타하는 부도덕한 행동을 이제 중단해야 합니다.
(안보 군사현안관련)
한반도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고 이에 따라 미·일·중·러가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 간에 인도적 문제를 계기 삼아 대화의 기운이 돌고 6자회담의 재개를 조심스레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북은 억류자 석방을 할 테니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할 것으로 예측되고 미는 비핵화 전제 없는 재개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잘 살려내야 할 것입니다. 이때 우리의 발 빠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비핵화를 원칙으로 내세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우리만 경직되게 대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도적으로 나서서 524조치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고 미북간의 실질적 대화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사드배치를 애써 외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를 용인하며 MD 편입은 없다는 오랜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사드는 누가 봐도 북의 미사일 위협을 막는 효과는 적고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 따라서 우리를 중국의 군사적 목표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를 대중국대결전선의 최전방 기지로 만들어 중국과의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초래하고 한중관계 전반을 해치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것이 전시작전권 환수재연기와 맞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맞다면 도대체 이 정부가 우리의 안보를 우리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냉철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칫 한반도정세와 우리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경고해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추석 명절은 풍요롭고 넉넉한 인심 속에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추석 속의 민심은 너무도 매서웠습니다.
넉 달 넘도록 국회가 공전한 것도 모자라 방탄 국회까지 자초하여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너무나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권은 희망대신 오히려 절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지역에 내려가 들었던 주민들의 따가운 질타는 회초리에 비할 바 아니었습니다. 민생 일념의 각오로써 전면적으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정치권 전체가 민심에서 완전히 벗어날 위험에까지 다다를 것입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성난 민심마저 두 쪽으로 갈라져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일부의 경우, 왜곡된 정보에 근거해서 경제가 힘들어지는 데 대한 원성의 화살을 ‘세월호 특별법’과 세월호 유가족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도한 배-보상’, ‘특례입학’ 등은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에는 단 한 구절도 들어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유언비어처럼 떠다니는 이런 사실 왜곡에 대해 정치권은 정확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새누리당은 카카오톡부터 시작해서 세월호 특별법 괴문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악성 소문을 은근히 유포한 장본인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민심을 분열시키는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60%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준엄한 민심에 고개 숙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민생의 책임을 모두 ‘세월호 특별법’에 전가하기로 작정한 듯이, 대통령과 여당이 연일 소위 ‘민생’ 입법 처리를 압박하고, 선거유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연일 재래 시장을 방문해 민생 쇼를 보여주는 행보는 참으로 적반하장의 극치입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한 행정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것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성역 없는 조사에 대한 대통령 본인의 거듭된 약속을 상기해보면, 이처럼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철저히 외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고, 국회가 공전하게 된 배경에는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누리당에 어떤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청와대가 있다는 것이 언론의 일반적 분석입니다. 결국 청와대 보호가 국회 파행과 국정마비의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난번 새누리당이 유가족과의 만남에서 부지불식간에 "청와대도 막 조사하겠단 거냐"고 발언한 것은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선택해야 합니다. 민생을 책임질 것인지, 청와대를 책임질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십시오.
이번 정기국회마저 공전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이 정치 공멸 상황까지 몰고 가지나 않을까 두렵기조차 합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촉구합니다. 이번 주말까지 유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매듭지으십시오.
그동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이 교섭단체라는 이름으로 국회운영을 전횡해 왔고, 특히 두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교섭에 전권이 부여받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되고, 국회가 장기 공전되어 온 데에는 양당 두 원내대표의 무능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째서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 합니까.
권한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유가족이 동의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교섭에 관한 모든 권한을 내려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교섭 파트너를 구성해서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의화 국회의장께서도 당리당략을 넘어서지 못하는 양당 원내대표에게만 더 이상 이 문제를 맡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위해 원내 정당 대표자회의를 소집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으로 적극 조정, 중재하는 데 국회의장이 가진 모든 권한을 행사해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9월 1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