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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자료] 심상정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전면 도입과 정치개혁> 토론회 발제문 전문

[보도자료] 심상정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전면 도입과 정치개혁>  토론회 발제문 전문 

 

<순서>

I. 정치제도 개혁의 방향

- 정치개혁의 요체는 정당체제 민주화와 정치의 다양성 실현

- 정치적 갑을 관계 청산 없이 경제사회적 민주화도 요원

II.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1. 선거제도 개혁 없이 정치개혁 없다

- 표심에 비례하는 선거제도 도입

2. 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인가

오랜 논의와 야권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

선거의 비례성 강화 및 정당정치의 활성화

3.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정치는 확대하되 특권은 축소하는 원칙으로 설계

정치적 대표성 증진, 정당 책임정치 실현, 시민 정치참여 활성화

III. 진보정의당 공직선거법일부개정안의 주요내용과 특징

1. 국회의원 정수 350명,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 1:1(175석:175석)

2. 각 정당의 총 의석은 정당투표인 제2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

3. 추가의석 허용

4. 지역구 3인 이상 당선 혹은 전국유효득표율이 2% 이상인 정당 의석배분

5. 이중입후보(지역후보와 비례대표후보, 석패율제) 금지

6. 정당별 비례명부는 전국단일명부로 작성

 

 

I. 정치제도 개혁의 방향

- 정치개혁의 요체는 정당체제 민주화와 정치의 다양성 실현

- ‘정치적 갑?을 관계’ 청산 없이 경제사회적 민주화도 어렵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문제가 유통대기업과 가맹점 사이의 뿌리깊은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자리잡은 ‘갑?을 관계’의 문제였다. 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을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허약성은 그만큼 87년 민주화가 ‘미완의 민주화’였으며, ‘보수적 민주화’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정치가 현실문제와 괴리되어 얼마나 협소하게 작동했는가를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갑?을 관계’ 못지않게 정치의 ‘갑?을 관계’ 또한 지난 60년 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해 왔으며 87년 체제를 통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 그리고 정치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와 같은 불공정한 경제질서, 즉 갑을 관계를 형성하거나 형성되도록 방치한 낡은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혁신하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의 핵심이다. 바로 87년 이후 공고화되고 있는 보수적 양당체제 극복이야말로 국민적 명령의 본질이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지난 60년 동안 지속된 보수 독점적 정치질서로부터 비롯되었다. 다수의 목소리가 정치로부터 배제되는 우리 정치 현실의 근원이 바로 보수 독점적 정치질서이다. 국회는 매일 시끄럽고, 매일 싸우는데, 국민의 삶은 변하지 않고, 더 힘들어졌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기득권을 놓고, 정파의 이익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기에 국민은 절망하고 좌절했다. 정치의 불신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렇게 굳어졌다.

보수기득권 중심의 양당체제는 시장의 갑?을 관계에서 ‘갑’을 정치적으로 엄호했고, ‘을’을 정치적으로 배제했다. ‘갑’인 대기업이 정경유착과 온갖 경제적 특혜를 받으며 승승장구 할 때, ‘을’인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정치에서 배제되어 생존의 위기 속에 매 순간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았다.

 

더 나아가 보수기득권 정당은 87년 미완의 민주화를 자신들의 기득권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해소하기 보다는 지역주의 정치를 수단으로 활용하며 정치 자체를 대중으로부터 불신받게 했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을 통해 의회정치를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 보수세력간의 정쟁, 부정부패의 일상화, 특권?기득권의 항상적 유지를 위한 그들만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 보수정치인들 누구나 정치개혁을 입에 올렸지만, 언제나 찻잔속의 태풍일 뿐이었다.

 

소수기득권만을 대변하고, 다수 국민을 배제한 닫힌 정치, 닫힌 정당체제를 혁파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정치 밖으로 내던져진 다수 국민들과 다시 손잡는 것, 1% 부자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고, 99% 월급쟁이 서민들의 목소리는 쥐꼬리만큼 반영되는 것을 평등하고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 요체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근본이다.

 

무엇보다 우리정치의 이런 병목과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대변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의 문을 더 크게 열고 다양한 정당들이 무지개처럼 설 수 있도록 정당질서를 개방해야 한다. 새누리당-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 기득권 양당체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여성 등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

 

이제 ‘시장의 갑?을 관계’가 반영되어 있는 ‘정치의 갑?을 관계’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적 갑?을 관계에 대한 성찰이 따라야 하며, 이러한 성찰을 통해 정치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경쟁적 정당체제를 형성하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당체제의 민주화를 실현하여야 경제사회적 민주화가 완성될 것이다.

 

II.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1. 선거제도 개혁없이 정치개혁도 없다

표심에 비례하는 선거제도 도입

 

정치개혁의 핵심에 선거제도 개혁이 있다. 87년 체제를 넘어서 시장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해서, ‘을’을 살리는 정치, ‘을’이 연대하는 세상을 위해 보수기득권 양당체제의 덫에 걸린 국회를 다양한 세력이 경쟁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무지개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수십년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유지하고서는 변화는 없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지 않고서는 갑?을 관계 청산도, 민주주의도, 정치개혁도, 경제민주화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선거제도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투표행위’를 통해 한 사회의 대의민주주의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선거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표심을 정확히 의회 의석에 반영하여야 한다. 바로 그 점이 우리가 당면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를 혼합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의석 300석 중 54석으로 전체 의석비율 중 18%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문제점은 1위 대표의 제도적 단순 결정성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표심과 무관하게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킨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과도한 사표 발생은 정당간 비례성의 큰 편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즉 어떤 정당은 득표보다 많은 의석을 얻는 반면, 어떤 정당은 득표보다 적은 의석을 얻는 경우가 발생한다. <표1> 2012년 19대 총선 결과

 

정당

득표율(%)

의석율

보너스율

새누리당

42.80

50.66

+7.86

민주통합당

36.45

42.33

+5.88

통합진보당

10.30

4.33

-5.97

자유선진당

3.23

1.66

-1.57

 

87년 체제는 헌정질서 전환의 구체적 결과인 대통령 직선제 도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원리가 국회의원 선거제도까지 진전되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기존의 민주와 반민주의 정치 균열이 보수와 진보라는 근대정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균열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균열이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를 기반으로 한국정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의 협소화, 즉 사회적 대표성의 축소로 인해 지역주의 정치질서가 한국정치 갈등의 전부인 것처럼 부각되었고, 여전히 지역주의 정치는 거대양당의 정치자원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제 87년 체제는 유통기한을 다했다. 선거제도 개혁으로부터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단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은 87년 민주화 이후 오랜 기간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제도 개혁을 담보할 수는 없었다. 민주화 이후 국회 회기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의제가 정치개혁이었다. 정치쇄신(개혁)특별위원회가 상임위원회처럼 상시적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성과를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미미했다. 우리정치의 본질적 문제인 유권자 표심과 의석수의 괴리를 수정 보완하기 보다는 정당 내부 문제, 국회 내부 문제, 거대양당의 소모적 정쟁에만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개혁을 위한 수많은 공리공담이 쏟아졌다. 지금도 ‘새정치 담론’은 유령처럼 우리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단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의 지배적 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구도 극복론’ 차원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대단히 협소한 문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참여, 대표, 책임성과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강화하는 것이며, 결국은 지난 60년 동안 한국정치를 왜곡시킨 ‘보수독점적 정당체제’의 타파와 연결되어야 한다.

 

변화 없이 희망은 없다. 정치개혁은 진정한 선거제도 개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 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인가

오랜 논의와 야권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

선거의 비례성 강화 및 정당정치의 활성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것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지금의 야권이 논의하고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제도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방안으로서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한국적 적용을 선도적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선거제도 검토 과정에서 집권 후반기에 이르기까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효과와 장점을 확인하고 우리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적극 제시하였다. 또한 18대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를 대선공약으로 제출하며 정치개혁의 선제적 의제로 부상시킨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화 과정 속에 이미 야권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 배경에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확대 도입을 통해 한국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활성화, 즉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정책정당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87년 체제라는 ‘보수적 민주화’와 ‘지역주의로 호명되는 협소화 된 정치’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의회정치에 정확히 반영하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며, 현대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에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안토니오 그람시도 정당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정당을 ‘현대의 군주’라 칭한 바 있다.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의회와 행정부에 반영하는 정당의 실천은 대중의 선택에 항상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대중과 정당, 정당과 의회, 행정부를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선거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특정 유형의 선거제도를 개척하거나 도입하게 된 데에는, 당시 해당 사회가 직면했던 사회적, 정치적 갈등과 균열이 작동한 결과였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식 선거제도는 전후 독일에서 바이마르 공화국과 같은 정당 난립과 분열이 나찌당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초래했다는 문제 인식으로부터 출발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당시의 모든 정치세력은 순수비례제에 대해서는 반대했고,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는 정당 난립과 분열 방지에 모아졌다. 일부에서 요구했던 단순다수제는 다수에 의해 거부되었다. 대신 비례대표제와 단순다수제의 요소를 포함하면서 가능한 한 정당의 분열을 성공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타협안을 제출한 사민당 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이를 군소 정당들이 지지함으로써 독일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독일의 선거제도는 어떤 최상의 선거제도로 연구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독일의 전후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구현하는 데 있어, 당시 정치세력들이 일정하게 공유하게 된 목표가 주어졌고, 그 범위 안에서 서로간의 전략적 경합의 결과로 독일식 선거제도가 채택되었던 것이다. 그 후 여러 번의 선거제도 실천 과정에서 변화되고 보완된 결과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정착된 것이다.

 

독일의 선거제도가 현재와 같은 내용으로 진화되는 데에 있어 흥미로운 것은 ①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단순다수제적 요소를 강화했다는 것, ② 대통령제로부터 의회중심제 또는 수상 중심의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 ③ 의회중심제로의 전환의 대당으로서 정당국가 지향, 즉 강력한 국가와 행정관료체제 중심의 정부 운영이 정당의 적극적 역할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외 독일식 선거제도의 특징으로는 ④ 연방제라는 권력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⑤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한편 독일식 선거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는 독일 정당체제의 이념적 대표구조의 성격이 매우 진취적이라는 측면이다. 예컨대 전후 가장 집권을 오래한 기민당의 경우 보수적 지지기반을 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사회적 시장경제를 창안하면서 공동체의 통합과 복지국가, 노사공동결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명실상부한 중도정당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경우에도 한편으로 시장원리와 개인주의를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본권의 가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옹호자이기도 했다. 요컨대 전후 독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독일식 선거제도는 서구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진보적인 정당체제의 기초 위에서 작동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념적 대표의 범위에 있어서 독일 정당체제가 갖는 진보성이 곧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하부구조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전후 독일사회는 계급으로서의 노동의 이해를 수용하고 그 기초 위에서 기업의 공동결정제도를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사실상 중요 정부정책의 결정과정에서 노동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특징을 갖는다. 요컨대 독일식 선거제도가 직접적 대표성과 높은 비례대표성을 가지면서 새로운 선거제도 모델로 평가될 수 있었던 핵심은, 그것이 정당체제의 이념적 대표의 범위를 넓혀 보수독점적 정당체제를 해체하고, 노동배제적 정치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사회의 생산적 자원의 할당과 재분배에 있어 조직 노동의 광범한 공적 역할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독일식 선거제도가 안내하고자 했고, 또 뒷받침하고자 했던 이 두 요소, 즉 ① 정당체제적 차원에서 구체제의 정치세력을 해체하고 민주적 헌정체제의 범위 안에서, 파시즘 체제 하에서 억압되었던 자유로운 이념적 대표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 ② 사회적 하부구조의 차원에서, 구체제 하에서 배제되고 억압되었던 노동의 시민권을 정치, 경제, 사회의 넓은 영역에서 허용하고, 이들이 정책결정과 집행의 과정에 참여하여 공적 기능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기존 논의에서 독일식 선거제도가 갖는 이러한 주요 문제의식과 정신은 빠진 채, 형식적 규칙과 조항을 둘러싼 협소한 관점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3.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정치는 확대하되 특권은 축소하는 원칙으로 설계

정치적 대표성 증진, 정당 책임정치 실현, 시민 정치참여 활성화

 

우리 사회에서 선거제도의 변화는 지역주의의 완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인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 정당의 책임정치 실현, 그리고 시민의 정치참여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어야 한다.

 

진보정의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우리나라와 독일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그 핵심은 정치는 확대하되, 특권은 줄이는 방향이다.

 

진보정의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하는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인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보수기득권적 질서를 온존해 양당체제의 기반이었던 소선구제 단순다수대표제를 민주주의에 보다 친화적인 선거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비례대표 확대 문제는 지역구 축소의 문제와 연계된 의원정수 확대 문제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진보정의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의원정수를 소폭 확대하여 정치의 기능을 강화하고 정상화하되, 그에 따른 국회의원의 특권은 줄이는 방향이 올바른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요체로 믿는다.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정치적 대표성을 향상시키는 제도이다. 즉,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선거결과,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선거제도로 득표와 의석 사이의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집단 그리고 직능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왜곡없이 반영하여 준다. 따라서 현재의 특정집단에 집중된 사회적, 정치적 대표성을 다양한 사회집단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이념과 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질서와 정당체제를 활성화한다. 각 정당의 의석 총수는 제2투표인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이 정해짐으로 개별적 인물이 아닌 정당의 이념, 정책 그리고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투표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그리고 정당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개발을 이끌어 내어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간의 경쟁과 정당의 책임정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 이는 정당득표와 의석수간의 관계에 따른 제도적 효과와 유권자의 선호에 민감한 정치를 수행하려는 심리적 효과에 의한 결과이다.

 

셋째,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정당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보다는 전국이라는 폭넓은 공간에서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정당들이 특수편익으로서 지역주의라는 자원보다는 보편편익으로서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책 자원을 개발하고 정치활동을 수행하여 유권자의 선택의 조건을 폭넓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장점이 제도적으로 실천되는 과정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다.

 

 

 

III. 진보정의당「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과 특징

 

 

1. 국회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1:1(175석:175석)로 한다

 

? 국회의원정수를 지역구국회의원 175인과 비례대표국회의원 175인을 합하여 350인으로 하고, 국회의원의석배분 및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배분 등에 따라 추가의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의석수만큼 의원정수가 증가되도록 함(안 제21조제1항)

 

이번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대목이 국회의원 정수 문제였다. 그동안 한국사회 변화 폭과 인구 증가, 사회적 다원성의 강도, 외국의 인구 대비 의원정수 현황을 봤을 때, 의원정수 확대는 당연한 귀결점이다. 또한 학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상황을 고려하여 345명~365명의 범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향후 국회설계의 대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제헌국회 당시 인구 대비 의석은 10만 943명당 국회의원 1명이었지만, 19대 국회는 16만 3184명당 국회의원 1명으로 인구 대비 의석수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특히 OECD 회원국들의 인구대비 의원정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사회적 대표성이 과소대표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OECD 평균 수준과 선진복지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원정수 적정규모를 고려하여 350명으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지역구 의석은 71석 감소하게 되고 비례대표 의석은 121석 증가하게 된다.

 

 

<표2> OECD 국가 의석당 인구수 비교(아시아경제 2013/05/21 참조)

 

국가명

의석수

인구수

1석당 인구수

헝가리

386

993만

2만5750

이탈리아

949

6148만

6만4786

스페인

616

4737만

7만6900

프랑스

705

6595만

9만3548

영국

650

6339만

9만7232

독일

667

8114만

12만1660

한국

300

4895만

16만3184

일본

722

1억2725만

17만6251

멕시코

628

1억6220만

18만5065

미국

535

3억1666만

59만1904

OECD 국가 의원 1인당 평균 인구

-

-

9만0000

유럽 국가 의원 1인당 평균 인구

-

-

5만

 

 

물론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 무용론’과 ‘정치 무관심’, ‘정치에 대한 분노’를 고려하면,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체제의 ‘보수적 민주화’를 넘어서, ‘지역주의 중심의 협소한 대의체계’를 넘어서 국민들에게 정치 효능감 확대와 정치의 사회적 개입을 더욱 깊고 넓게 안착시키기 위한 관점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정치의 제왕적 대통령과 공룡화 된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사회적 다원성이 확대된 우리 사회의 정책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에도 의원정수 증가분에 대한 국회운영비용은 세비삭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현재 수준에서 동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원정수 문제에서 항상 지역구 의석의 정수 축소 문제는 금기시 되어왔다. 거대양당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적 시각이 이러한 논의를 사전 봉쇄한 측면이 크다. 진보정의당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 각 정당의 총 의석은 정당투표인 제2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된다

 

?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은 각 정당에게 배분된 의석에서 각 정당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공제하여 배분하도록 함(안 제189조제4항 신설)

 

진보정의당의 한국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으로 각 정당의 총 의석은 정당투표인 제2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된다. 즉 현행 공직선거법처럼 인물투표를 통해 1인 선거구에서 당선된 지역구 당선자와 정당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정당명부에서 당선된 비례대표 당선자를 합산하여 전체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정당투표(제2투표) 득표수로 정당의 전체 의석수가 결정된다. 물론 각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계산할 때는 기본적으로 전체 명목의석(350석)이 기준이 된다.

 

 

3. 추가의석을 허용한다

 

? 정당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배분된 의석수보다 많은 의석을 획득한 경우 해당 정당은 그 의석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함(안 제189조제6항 신설)

 

전국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단순다수대표제, 비례대표제을 혼합하여 운영하는 제도로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투표할 뿐 아니라(제1투표) 전국정당명부에 의하여 정당에 투표한다(제2투표). 의석수가 초과의석만큼 예외적으로 늘어 날 수 있다. 즉 추가의석은 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가 제2투표에 의하여 그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보다 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설계한 법안은 비례의석의 비율이 전체 의원정수의 50%로 크기 때문에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4. 진입장벽 또는 봉쇄조항의 문제와 관련, 지역구에서 3인 이상 당선되거나 전국유효득표율이 2% 이상인 정당에게 의석배분의 자격을 부여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였거나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3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에 대하여 해당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국회의원의석을 배분하도록 함(안 제189조제1항)

 

독일식 선거제도에서 전국득표율 5%(지역구 3석)라고 하는 높은 진입장벽을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채택할 수 없다. 독일의 경우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처럼 과도한 정당의 난립을 피하는 동시에 구체제 세력의 복원과 민주적 헌정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한 문제의식이 중요했다. 반대로 구체제 하에서의 주요 정치세력이 민주화 이후에도 거대양당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정당 진입이 더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비례의석배분기준)은 유효투표총수의 2%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 3석 이상을 획득한 정당에게 비례의석을 배분하도록 설계했다.

 

5. 신진 정치인의 진입과 당내 민주적 경쟁과 활력을 위해, 이중입후보(지역후보와 비례대표후보, 석패율제) 방식은 금지한다

? 현행유지

 

석패율제는 정치적 대표체제의 대표성 강화 ‘방향’과 관련하여 역작용이 우려된다. 그리고 도입을 요구하는 측의 주장과는 달리, 지역주의 정치가 양산하는 문제점들의 해소 차원에서도, 예컨대 정당의 엘리트 충원의 지역편중 효과를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의석 규모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면, 비례대표제를 통한 소수대표성 확보나, 정당의 정책 및 이념적 지향을 정책화 해나가는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오히려 큰 정당 다선 의원들의 안정적 재선 통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석패율제로 구제된 의원들은 명목상 비례대표이지만 사실상 해당 지역구를 대표하는 의원인 셈이며, 이들로 인해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석패율제의 문제점과 정당의 신진정치인의 충원과 정당의 내부 경쟁 및 활력을 위해 석패율제는 금지한다.

 

 

6. 정당별 비례명부는 전국단일명부로 작성한다

 

? 현행유지

 

한국의 경우 연방제가 아니고, 독일처럼 주의 대표체제에 기초한 연방 상원을 갖지 않기 때문에 전국 단위 의석배분 방식과 전국단일 비례명부를 채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사회적 다양성이 의회정치에 반영되고 대표되기 위해서는 권역별명부 보다 전국단일명부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에 용이하다.

<끝>

 

2013년 6월 12일

진보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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