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배경훈 장관 후보자 ‘AI기본법 규제조항 일부 유예’ 발언 철회해야 한다
어제(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AI 산업진흥을 위해 AI 기본법의 규제 조항을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법 시행도 안 됐는데 일단 기업 부담부터 덜어주자고 한다. 기업 출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진다.
배 후보자가 유예해야 한다고 말한 규제는, 이용자에게 AI 서비스라는 것을 미리 고지해야 하고 해외법인은 국내 책임자를 둬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정부가 사업자를 조사할 수 있고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규제이다.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EU의 AI법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금 AI에 대해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소외 현상이다. 기술이 나의 일자리를 가져가고, 기술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기술이 나의 정보주권을 비롯한 인권을 침해하고, 기술이 내 창작물을 이용하여 부당한 돈을 벌게 되는 상황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AI가 우리 사회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우리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렇기에 정부는 산업진흥을 위한 노력과 함께, 아니 그보다 더 AI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해 기술이 사회에 이롭게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AI를 성장동력으로만 보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경제는 곧 기업이고, 규제 완화가 기술 발전이라는 이상한 도식에 갇혔다. 국가의 경제정책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복무해야 하고, 기업과 기술 정책은 경제 정책의 일부분일 뿐이며, 적절한 규제는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낸다.
AI 기술이라는 협소한 목표만 보고 경주마처럼 달리다가는 사회가 망가진다. 새로운 기술을 계기로 만들어갈 더 평등한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여유있는 사회라는 거시적인 국가 전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AI기본법의 규제조항을 유예해야 한다는 배경훈 장관 후보자의 말은 철회되어야 하며, 법 시행은 유예조항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기술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이 더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 기간 후보들 중 유일하게 ‘AI 규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AI 기술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범시민 AI 공론화 위원회 설치와 고위험 AI 개발의 원천 금지, 정의로운 AI 전환 추진, 창작자 동의 없는 AI 학습 금지, 정보 주권 보호 대책, 디지털 기본권 보장 등이다. AI 정책이 기업 민원 해결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규제·보호 정책을 촉구한다.
2025년 7월 15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