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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자료]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수사 아닌 사찰이다 (서면)
[보도자료] 검찰의 무더기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 관련 입장문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수사 아닌 사찰이다”

배포일시 : 2024년 8월 6일(화)


검찰이 윤 대통령 명예훼손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3천여 명에 이르는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윤석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취재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그리고 이들과 통화한 일반인 등 수천 명의 통신이용자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3천여 명에 이른다는 대상자들에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언론인이나 정치인들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 혹은 관련 정치인과 통화한 사람들을 모조리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월 4일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과 특정 시기 통화한 것으로 파악된 전화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통신사에 요청해 수집하였고, 7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조회된 당사자들에게 조회사실이 통보됐다.

검찰이 확보한 통신자료에는 휴대전화번호와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언론사의 취재원 정보가 고스란히 검찰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위와 같은 검찰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에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검찰은 법원 영장을 통해 확보한 적법한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대상자의 통신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서만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반면, 확보한 통신내역에 있는 수천 명의 통화대상자 전화번호의 인적사항은 법원 허가 없이 재량으로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통신사들로부터 임의로 제공받은 정보들이 단지 전기통신 가입자의 인적사항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통신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개인정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언제든 수사상 명목으로 정치인, 언론인들은 물론이고 이들과 통화한 일반인들의 정보를 조회하고 수집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단순한 신원확인 차원의 조회를 넘어서는 것이 된다. 기자의 취재원 신원 노출로 이어지고 정치인과 관련된 민간인에 대한 사찰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다분히 언론사찰, 불법사찰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자신도 대통령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 시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민의힘 의원 다수를 대상으로 통신가입자내역을 조회한 사실을 두고 “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며 “미친 사람들 아니냐”고 사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찰이 아닌가?

둘째, 검찰은 전기사업통신법상 원칙적인 조회사실 통지 기간 30일 이내 규정에도 불구하고 예외규정을 이용해 7개월이나 넘기고 나서야 조회대상자들에게 통지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 제2항에 따르면 ▲국가 및 공공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 또는 그 밖의 사건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인멸, 도주, 증인 위협 등 공정한 사법절차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 피해자 또는 그 밖의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질문·조사 등의 행정절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과도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두 차례에 한정하여 매 1회 3개월의 범위에서 정한 기간 통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검찰의 늦장 통지는 과연 이중 어느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검찰이 예외규정을 악용하고 남용한 위법 통지로 보인다.

셋째, 검찰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언론사와 전?현직 기자들을 수사 중이다. 그런데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은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 스스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대검찰청 예규(‘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대통령 한 사람의 호위무사가 되어 법률을 초월하여 자신이 내부적으로 정한 지침에 따라 초법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정의당은 묻는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가 과연 수천여 명에 달하는 언론인, 정치인, 그리고 일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사안인가?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검찰의 정치적·저인망식 수사가 아닌가? 검찰은 이번 사안과 같이 수천여 명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제멋대로 조회하기 위해 그동안 법원 통제 법제화를 반대해 온 것인가?

수사기관이 수사를 빌미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다면 이는 국가에 의한 사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중앙정보부와 기무사 등이 저질렀던 언론검열과 민간인 사찰을 검찰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1월, 영장 없는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비밀 및 통신의 비밀,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임을 확인하고 법원의 통제 절차 마련 및 통지의무를 권고하는 한편, 검·경에도 법 개정과 무관하게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적절한 매뉴얼과 지침을 재·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통령과 검찰에게 요구한다.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불법사찰’로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을 이용한, 과잉수사이자 위헌적 수사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검찰은 위헌적 수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적 규제에 앞서 스스로 수사 지침을 개정하기 바란다.

국회에 요구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명백히 확인되듯이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혹은 포괄적인 근거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법원의 허가 등 엄격한 통제방안을 입법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8월 6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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