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김준우 상임대표,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
일시 : 2024년 3월 12일(화) 09:20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노동과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 여러분
전면적 정권 심판과 과감한 사회개혁을 열망하는 시민 여러분
독자적 진보정당의 가치를 놓을 수 없는 당원 및 지지자 여러분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김준우입니다.
■ 저에게 진보정당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1997년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노동법개악으로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었던 해, IMF 경제위기로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가 도래한 해, 민주화 이후 첫 정권교체가 있었던 해,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선을 돌파했던 해, 그리고 폭력사태로 얼룩져 전대협-한총련으로 이어진 주류 학생운동의 신화가 몰락하던 해입니다.
새내기 대학생이 쉽게 감당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역사적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맞선 싸움의 현장에서, 도시빈민의 철거싸움 현장에서, 이라크파병 반대의 거리에서, 대학의 민주화와 개혁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조금은 엉성하고 미숙했지만 한국사회의 모순들이 무엇인지, 다양한 갈등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책도 읽고 세미나도 하고, 주체못할 술도 마시며 했던 고민들은 사회운동, 진보정당, 노동조합의 가치와 소중함으로 귀결되었습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에 당원가입을 한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노동당-정의당으로 당적과 당명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한국사회에 진보정당이 꼭 필요하다는 제 생각은 변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진보정치인으로서 제 삶을 쉽게 상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선후배 활동가들의 헌신 속에서 진보정당의 고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시민사회에서 변호사로서 역할을 제 몫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어려운 활동을 하기엔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가 이렇게 진보정당의 최일선에서 대표를 맡고,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계속 자문해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민주노동당 이후 실질적으로 평당원으로만 있던 제가, 변호사가 된 이후에 10년 이상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제가, 지난 11월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2월부터 대표직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은 그래도 우리사회에서 진보정당의 가치를 아직은 놓을 수 없다고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아니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11월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한 이후 이 자리까지 서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진보정당이란 한국사회가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의 원리로 구축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공간입니다. 부정부패비리가 없고, 기득권에 구애받지 않으며 우리사회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 을들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공간입니다. 저는 제가 이룬 작은 사회적 성취가 있다면 그것은 노력한 만큼 운이, 아니 노력보다 운이 더 크게 작동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이 허락되지 않은 이들도 살 수 있는, 경쟁과 능력의 이름으로 다수를 배제하고 질식하는 사회를 지양하기 위해서 진보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진보정당이란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하진 않지만 참으로 유효한 하나의 방식입니다.
■ 다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진보정당, 녹색정의당이 되겠습니다.
지난 4개월간 지역과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시민 분들, 언론인 분들, 당원 분들, 활동가 분들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사실 저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네, 진보정당이 정의당이, 녹색정의당이 옛날 같지 않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씀에는 녹색정의당에 가졌던 기대와 현재적 실망, 그리고 안타까움이 모두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선거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지는 않았지만, 가장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기대감을 갖게 했던 진보정당을 다시 만들고 싶습니다. 다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진보정당을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고자 합니다.
다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진보정당은 선명한 정책과 노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사회를 불행한 미래로 돌진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는 전면적 정권심판 노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경제위기, 기후위기, 인구위기 등 중층적 위기에 처해져 있는데, 방탄국회와 수사권남용, 표풀리즘 민생토론회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에 한국사회의 미래를 더 이상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권심판은 민주당과 민주당의 형제정당들만으로 결코 이뤄질 수 없습니다. 증오와 적대의 언어로 채워진 투박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합리적인 검찰개혁·사법개혁이 필요합니다. 노동인권과 방송언론의 독립성에 대해서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태도가 다른 민주당에게만 정권심판을 맡겨둘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맞선다는 수사학을 쓰면서도, 지역개발구호 앞에 무릎 꿇고 가덕도공항, 새만금공항, 제주2공항 신설을 외치는 민주당만에게만 지금의 정권심판 해법을 맡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정권심판, 정의로운 정권심판은 기후시민과 함께해야만 합니다. 정의로운 정권심판은 노동의 가치를 시민들께 남겨 드려야만 합니다.
■ 한국사회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온 진보정당의 역사를 녹색정의당이 계속 쓰겠습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제 친구, 박은지 전 노동당 부대표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투쟁은 십 년 뒤의 상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12년간 녹색정의당은 5-6석의 적은 의석이었어도 해내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드린 법안들은 결국 만들어냈던 정당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환영하지만, 여의도에서는 시기상조거나 몽상이라고 치부되던 정책과 의제, 법률들을 오늘의 현실로 만들었던 정당입니다.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사회 불평등과 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입니다.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이 자명한 생산제일주의와 기후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과 소비, 에너지를 아우르는 생태 전환을 만들어 낼 정당. 저성장의 일상화, 고용 없는 성장, 지역불균형 등 현실적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경제모델을 제시할 정당이 되겠습니다. 시민 참여가 실질적으로 배제된 제6공화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쇄신과 개헌 등 새로운 한국사회의 운영체제를 만들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선도적인 문제제기 집단이자 해결 능력을 갖춘 진보정당을 다시 재건하겠습니다. 한국사회 기존 체제의 통념을 전복하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온 진보정당의 역사가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 저는 녹색과 노동, 평등의 가치로 녹색정의당의 총선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합니다.
한국사회가 경제위기, 보건위기, 기후위기, 인구위기 등 중층적 위기에 처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 전체가 가진 역량을 쏟아 부어서 현존하는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할 노선과 정책을 경쟁해야하는 총선은 당내 주류교체 이슈로 타락한 상황입니다.
녹색정의당은 전면적 정권심판세력이자 담대한 사회혁신세력으로서 이번 총선을 노동과 녹색으로, 인권과 평등의 가치로 한국사회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드는 선거로 만들겠습니다. 저는 녹색정의당의 상임대표로서 선거를 책임지는 마음으로 비례대표 전략후보로 출마합니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순환제를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2년간 법사위에서 활동하겠습니다. 고 노회찬 대표님 사후 끊겨진 진보정당 법사위원의 맥을 있겠습니다. 노동법원 신설, 회생법원 확대, 로스쿨 제도 개혁, 공수처 정상화,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위한 기틀을 놓겠습니다. 인권정책기본법 및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재소자 및 군인권 보장, 한센인·이주민 등 소수자인권 보장, 고문 피해자 및 과거사 청산 등 국가폭력 입법, 사회적 대화에 기반한 조력존엄사 도입 등 인권의 정치를 확장하겠습니다. 단체장 및 국회의원 결선투표제, 지방의회 비례성 확대, 지역정당 도입 등 정치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 성찰하겠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은 사람을 위한 정당이 되길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모자란 소통방식으로 인하여 아쉬워하신 분들도 많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원내에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존재가치가 있음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라 믿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끄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퇴행을 막고, 적대와 증오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희망의 언어와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시민 분들의 바램에 조응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12일
녹색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