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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의당 김준우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기자회견문

일시: 2023년 11월 15일 (수) 10:00
장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노동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 여러분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놓지 않은 당원 및 지지자 여러분.
지금 국회 소통관에서 함께해 주시고 있는 언론인 여러분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김준우입니다. 

저는 정의당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체제로 2024년 총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무척 막중한 중압감을 느끼지만, 지난 20년 동안 진보정당을 지켜온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한발 한발 나아가려고 합니다. 

정의당이 바뀌고 나아가야 할 점은 너무 많지만, 저는 다섯 가지 과제를 중심에 두고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 정의당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작하겠습니다. 

진보정당은 오랫동안 양당 기득권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20년 진보정당의 역사 속에서, 진보정당도 제도의 틀 안에서 안주한 것은 아닌가라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의당은 대표 진보정당으로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갖고 있는 작은 기득권마저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정의당은 3% 봉쇄조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정당, 노동조합, 제3지대 정치세력과 연합하여,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거 연합정당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선거연합 정당은 정의당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청사진을 공유할 모든 세력과,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명부 선거를 공동의 이름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필요하다면 선거 연합정당이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당명 개정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정의당은 선거 연합정당을 통해서 정의당 몫의 의석이 줄어들더라도 비례명부의 상위 순번을 과감히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의 선거연합은 당선을 위한 묻지마 제3지대론과는 철저히 결별하겠습니다. 

정의당은 노동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고,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에 맞서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세력과 ‘가치연합’을 실현할 것입니다. 


■ 정의당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습니다. 

지난 20년간 진보정당이 이 사회에 던진 의제와 정책들은 ‘이단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몽상적이다’, ‘실현 불가능하다’고 평가절하되던 정책과 의제, 법률은 오늘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도정당을 표방하던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자처한 것은, 진보정당주의자들의 노선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진보정당과 정의당의 역사는 상식적인 정당이 아니라 ‘내일의 상식’을 만들어 온 역사였습니다. 

정의당은 한국 사회에 닥친 복합 위기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 ‘내일의 상식’을 구축하기 위하여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20세기 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따라 하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니라, 새로운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복합처방전’을 만드는 새로운 기획자가 되겠습니다.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폭력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전략의 구축,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이 자명한 생산제일주의와 기후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과 소비, 에너지를 아우르는 생태 전환, 저성장의 일상화?고용없는 성장?지역불균형 등 현실적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경제모델의 실현, 시민 참여가 실질적으로 배제된 6공화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쇄신과 개헌 등 새로운 사회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선도적인 문제제기집단이자 해결 능력을 보여준 진보정당의 역량을 정의당이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정의당의 새로운 비전을 21세기 사회민주주의나 민주적 사회주의 선언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정의당 혁신의 해법은 당원들 스스로가 결정하는 상식에서 출발하겠습니다. 

정의당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진로와 새로운 사회 비전을 놓고 지난 1년간 수많은 주장이 경합했습니다. 고 노회찬 대표는 왼쪽 또는 오른쪽이 맞다는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할 때 늘 아래로 더 아래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의당 비대위는 혁신의 진로, 선거연합의 범위와 방식에 관해 당원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더 넓은 논의 과정을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론화 방식의 당원 설문조사부터 당원 총투표까지 모든 방식을 열어놓고, 정의당의 미래를 당원들과 아울러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비대위원 인선 또한 선거 연합정당 건설이라는 방향성 아래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현재 꼭 필요한 경험과 연륜을 가진 노동계 여성 리더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정의당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을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 싸우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정의당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장에서 함께하겠습니다. 

노란봉투법, 방송법을 비롯하여 주요 개혁 입법이 21대 국회 내에서 반드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폭넓은 연대를 실현하며 윤석열 정권에 맞서겠습니다. 어떠한 진실, 사과, 책임이 없었던 10.29 이태원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보완 입법, 인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 민주주의의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해서 정의당은 최일선에 서겠습니다. 

나아가 정의당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무차별 폭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명백히 침훼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 인사를 방산물자 시연에 초대하며 독재에 침묵하는 윤석열 정권의 ‘가치 외교’에 맞서 인권과 평화의 이름으로 국제적 가치연대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 정의당에 더 많은 애정어린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정의당 비대위는 최대한 많은 시민과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녹색당, 민주노총, 다양한 진보정치세력 뿐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 등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겠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서, 거대 정당이 아니어서, 정의당이 할 수 있는 것에 어떤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이 없는, 제대로 된 독자적 진보정당이 더 이상 없는 우리 사회를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여의도에서 가장 상식적이고자 했고, 가장 헌신적이고자 했지만, 시민들의 기대에는 결코 미치지 못했던 정의당을 다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의당이 많이 실망시켜드렸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의당의 위기를 누군가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히 정의당은 어딘가 많이 부족했지만, 저처럼 평당원으로만 있던, 응원석에만 있던 ‘우리’도 같이 정의당의 미래를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정의당에 애정어린 질책, 사려 깊은 비판을 더 많이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작은 격려와 응원을 아울러 곁들여 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함께합시다. 정의당의 변화는 비대위원회, 당직자, 현역의원들, 당원들만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노선과 원칙을 분명히 하되, 현실적인 정치 전략은 보다 과감하게 전개하는 유능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시민들에게 다시 지지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미래가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의당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우리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는, 유일하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유효한 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1월 15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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