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 고 조세희 작가 별세 관련 SNS 메시지
제가 대학 1학년인 84년은 서슬퍼런 독재시절이었습니다. 그때 가두시위로 잡혀가면 의식화 목록 알리바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불법으로 유통되던 맑스레닌 책을 읽었다고 하면 사상범으로 감옥을 가게되니, 무슨 책 읽고 의식화 되었냐는 취조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답하라는 선배들의 지시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제 가슴을 울리고 우리사회 부조리에 맞서야겠다는 용기를 준 책은 맑스도 레닌도 아닌 난쏘공이었습니다.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공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싸우던 시절, 고인의 글은 수 많은 사람들의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습니다.
난장이 가족들의 절대적 가난은 최대의 불평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비극적 소설같은 우리네 삶은 여전합니다.
아직도 살기위해 굴뚝 위로 올라가야 하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는 으름장앞에 서야하며, 사원증을 목에 걸기 위해 사생결단의 경쟁에 청춘을 바쳐야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설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은 이대로의 불평등보다는 조화롭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로 쏘아올린 공이, 평등사회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조문 후 유족께서 고인이 평소 "정의당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크셨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더 일찍 찾아뵙고 지혜를 얻지 못한 회한이 밀려듭니다.
선생님은 곁에 없지만 그 기대를 채워나가겠습니다. 보다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