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이은주 원내대표, 제52주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정의당 기념식 발언문
일시: 2022년 11월 12일 (토) 11:00
장소: 전태일 다리
■ 이정미 대표
어제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한 분이 더 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어느 곳에서도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오늘 퇴근하고 저랑 같이 공원 걸으실 분 계신지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어느 중고거래 어플에서 자주 보이는 글입니다.
매일 출근시간엔 발 디딜 틈 없는 전철에 몸을 싣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지만, 정작 나의 마음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할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도생, 고독과 외로움의 시대입니다.
어느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 어느 노동자가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했다, 우리가 늘 접하는 반복되는 뉴스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글에서, 오늘 하루 아무 일 없이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회입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청년 정책 프로그램을 활용해 2년, 3년 적금을 부어도,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이 없는 삶에 자신을 갈아 넣어도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내 한 달 월급 중에 얼마를 저축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만 원짜리 생필품 하나를 사는데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겨우 월세로 얻은 6평짜리 단칸방에서 취미생활을 고민하는 건 사치입니다.
저는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라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가 살던 시대보다, 지금이 더 나은 시대가 되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저는 항상 청년들에게 미안합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졌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희망이 없는 세대입니다.
저는 전태일 열사를 통해 사회운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는 우리 청년들. 그 삶들 하나하나가, 52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들이 바뀐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태일들입니다.
오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과 스스로의 몸에 불을 당긴 52주기를 맞아, 전태일 다리, 바로 이곳 전태일 열사의 동상 앞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 시대의 수많은 전태일들께 약속합니다.
이제 정의당이 당신의 곁에 서겠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모든 것을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불에 데고 손가락이 잘려도 뉴스조차 되지 않는 작은 공장에 다니는 청년노동자,
노동법에 외면당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
그림자 취급 받는 여성 돌봄 노동자,
이제 정의당의 시선은 이 곳을 향하겠습니다.
공원 같이 걸을 사람, 마음 나눌 사람 한 명 없는 외로움들을 바라보겠습니다. 어느 곳에서야 안전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한 두려움들을 바라보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미래의 희망을 갖지 못하는 절망들을 바라보겠습니다. 사회에서 꼭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을 바라보겠습니다.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이들이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씩 바꾸어내는 정의당을 약속합니다. 그 변화를 노란봉투법으로 열겠습니다.
정의당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 곳을 찾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깃든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킬 때 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은주 원내대표
얼마 전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두 분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안도하고 기뻐했습니다. 제게 조금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제 박정하 광부님이 퇴원하며 남긴 말씀이었습니다.
“전국의 광산에서 종사하는 광부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와 연대해 활동하겠습니다.”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일터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결국 연대의 힘이란 사실을 힘주어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그 연대는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다줬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를 불사르며 지키려 한 것은, 환풍기도 없는 먼지 더미에서 타이밍을 먹어가며 일하는 어린 시다들의 노동권과 안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다의 노동권과 안전은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휴식권이 되었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과 쟁의권이 되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불태운 근로기준법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불태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전태일 열사가 ‘못다 굴린 덩이’를 일하는 시민 모두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향해 굴려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노란봉투법이 될 것입니다.
만약 오늘날 전태일 열사가 시다들과 평화시장 거리로 나왔다면 아마도 헌법 33조를 들고 하청노동자에게 쟁의권을 보장하라! 교섭권을 보장하라! 고 외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고는 곧장 손배소송 소장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우조선과 현대제철 하청노동자들이 그랬고, 손배소 취하를 두고 싸웠던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됐던 47억 손배소가 10여 년 사이 470억이 되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에게 청구됐습니다. 파업을 타결하고도 손배 가압류에 시달리는, 파업이 곧 인생을 거는 일이 되는 억압의 굴레를 끝내야 합니다. 정의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처리해 일하는 시민 모두의 노동권을 지켜내겠습니다.
다음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될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도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최근에 화물열차를 연결하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코레일에서만 올해 네 번째입니다.
많은 시민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SPL 평택공장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는 생산 물량을 맞추려 밤샘 노동을 하다가 배합기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끼여 죽고 떨어져 죽고 맞아 죽은 노동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1,142명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킨다며 개악하겠다고 합니다. CEO 처벌 조항도 삭제하고 경영책임자 규정도 무력화하겠다 합니다. 국회에서 못 바꾸면 시행령이라도 손대겠다고 합니다. 가장 위험한 일터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서도 그럴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겠습니다. 막아내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이면서도 아예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대폭 확대해 강력한 생명안전법으로 만들겠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못다 굴린 덩이’, 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숙제입니다. 일하는 시민 모두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로 정의당이 이어가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22년 11월 12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