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2년 7월 11일(월) 09:30
장소 : 국회 본관 223호
■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 쇄신과 변화 위한 여섯 가지 핵심 의제 추진할 것 )
오늘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한 달여가 되었습니다.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도부 총사퇴로 터져 나온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당의 변화와 쇄신 과제를 진단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차하는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지금이 정의당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일념으로 달려왔습니다. 남은 두 달여의 기간도 비대위에 주어진 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나가겠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며 3대 혁신 조치, 3대 과제 추진을 말씀드렸습니다. 3대 혁신 조치로 제시했던 중앙당사 이전을 비롯하여 ‘찾아가는 정의당’, ‘찾아오는 정의당’으로 민생 제일 정당이 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대책기구 설치를 여야 정당에 제안하고, 실제 추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앞으로도 더 절박하고 억압받는 시민들의 곁에서 민생진보정치의 노선을 튼튼하게 세울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정의당 10년평가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10년평가위원회는 지난 한 달간 지역순회 간담회와 당 안팎의 토론을 진행하며,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나아가 2기 정의당의 재설계를 위한 의제를 다듬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달간 이루어진 평가를 토대로 재창당, 노동, 지역, 진보정치통합, 선거연대, 지도체제 등 여섯 가지를 핵심 의제로 압축했습니다.
먼저 재창당과 노동, 지역입니다.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쇄신의 과제로 당명과 강령 개정을 논의하겠습니다. 당명과 강령은 당 노선의 가장 확실한 선언인 만큼 치열하고 심도 깊은 토론을 거쳐 쟁정을 정리하고 정돈할 것입니다.
노동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며,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진보정치의 기초입니다. 정의당은 비정규직 정당을 선언하고 비상구 사업 등 노동을 당의 핵심 의제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변화하는 노동시장,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적 의제와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파편적인 개별 의제로 다루는 데 그쳤습니다. 노동을 현장 연대와 사업뿐만이 아닌 구체적인 정치 행보와 정책의 토대로 만들겠습니다.
지역은 당의 생명선입니다. 정의당의 지역조직은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군과 지역 활동가층에 따라서 활동 전반이 양극화돼 있습니다. 재정과 인력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역정치모델을 수립하는 한편 중앙당에서 지역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전당적 차원의 사업의제를 발굴하는 등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겠습니다.
진보정치통합과 선거연대에 대한 논쟁은 밀린 숙제와도 같습니다. 언제까지 묻어두고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정의당의 10년 전망을 수립하는 과정 속에서 이 또한 치열하게 토론하고 쟁점을 정리할 것입니다.
지도체제는 차기 혁신지도부가 쇄신을 이끄는 데 필요한 정치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자 동시에 당내 다양한 의견을 통합하는 하나의 정치과정입니다. 당의 소통과 리더십의 책임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돼온 만큼 차기 지도부 이후까지를 고려한 책임 있는 체제 개편을 추진하겠습니다.
정의당은 9월 혁신지도부 선출까지 더욱 시끄러워 질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의 파열음이 아닌 통합과 변화의 목소리로 당 안팎을 울리게 하겠습니다. 내부 토론의 시간을 끝내고 당원과 지지자,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개 토론을 벌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 한석호 비대위원
정의당 10년 평가위원장 한석호입니다. 오늘은 정의당 혁신에서 빼놓을 수 없고, 빼놓아서도 안 되는, 지난 10년의 1기 정의당을 관통한 사람 및 핵심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기 정의당 실패는 심상정 노선의 실패입니다. 심상정은 10년간 원내대표(2년)와 당 대표(3년3개월, 두 차례 총선 대표)였을 뿐 아니라, 세 차례 대선의 유일 후보(18대 예비후보로 문재인 지지하며 본선 불출마, 19대와 20대 본선 출마)로, 자타공인 정의당을 실제로 이끌었습니다.
1기 정의당 노선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민주당 의존전략’이었고, 기층대중은 방치한 채 성장하겠다는 ‘대중의 바다 전략’이었습니다. 둘 다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민주당 의존전략의 실패를 진단하겠습니다. ‘불평등 심화, 페미니즘 및 차별금지법 우롱, 기후위기 무능 등에서 국민의힘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민주당’, 그 민주당과 정의당은 원칙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심상정 전략은 정의당 원칙을 중심에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정의당은 민주당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 상태까지 망가졌습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그럭저럭 행세하는 대낮에는 존재감이 사라졌습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키는 야밤에만 희미하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민주당 야경꾼으로 전락했습니다.
대표적 사건이 조국사태입니다. 조국사태는 최상위 1% 불평등 성채 안의 삶을 대물림하려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다가 온 나라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명백한 불평등-부정의 사태였습니다. 조국일가 행위는 정의당이 추구하는 평등과 정의의 기준에서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원칙과 정체성의 문제였습니다. 온 국민이 정의당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상정의 정의당은 원칙의 문제를 선거법개정이라는 전술과 바꿔치기했습니다. 민주당 2중대 낙인을 스스로 이마에 새겼습니다. 한길리서치 정한울 발표 통계(첨부)처럼, 민주당과 정의당 차이는 아무런 변별력이 없는 0.1로 줄었고, 그때부터 독자 진보정당으로써의 정의당은 죽었습니다. 그 결과가 총선-대선-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의 연속 패배였습니다. 민주당과 다르지 않으면서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정의당에 표를 줄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대중의 바다 전략의 실패를 진단하겠습니다. 대중의 바다 전략은 하층 노동 및 농민, 영세상인 등의 기층대중을 중심에 놓지 않은 채 진행되는 무작위 대중 확장전략이었습니다. 최대 다수에게 욕먹지 않고 이 대중 저 대중 모두 붙들겠다는 전략으로 귀결됐습니다.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 같은 과감한 정책을 애써 회피했습니다. 그 결과 정의당의 정책과 공약은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맹탕이 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은 이재명과 동일한 정체성의 후보로 각인됐습니다. 동일한 정체성의 후보가 완주하는 바람에 윤석열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거센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2기 정의당은 ‘민주당 의존전략’ 및 ‘대중의 바다 전략’과 단절해야 합니다. 심상정 의원은 대선 패배 뒤 백의종군을 선언했습니다. 그 다짐 믿겠습니다. 진보정치에서 심상정의 공7과3, 백의종군하면서 과3을 만회하기를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발언을 놓고 번민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다들 마다한 비대위 역할을 맡는 순간부터 싹튼 번민이었습니다. 1990년 전노협부터 32년, 심상정과 저는 인간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정의당에 난다 긴다 하는 인물 많은데 내가 왜 이 악역까지 떠맡아야 하나, 내면 깊숙이 한숨 들이키며 오늘의 모두발언을 마치겠습니다.
2022년 7월 11일
정의당 공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