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여영국 대표·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30km 오체투지’ 국회 기자회견 인사말
일시 : 2021년 9월 10일(금) 12:30
장소 : 국회 본청 계단 앞
■ 여영국 대표
정의당 대표 여영국입니다. 우리 지몽 위원장님을 비롯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사실 오체투지 처음 해봤습니다. 짧은 거리였지만 땅에 온몸을 바닥에 깔고 일어서고, 땀도 많이 났지만 스님들의 의지를 직접 체험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노동운동 출신입니다. 엊그제 대한민국이 UN에서 선진국으로 그 위상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단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 10위만 보고 선진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쇠사슬을 온몸에 감고 투쟁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목숨을 버려야 하는 대한민국, 그분들의 목숨을 던진 희생 덕분에 그래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를 만큼 우리 국민들은 인권을 누리고 있지 못합니다. 집권여당 문재인정부는 UN에서 선진국으로 지정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인권 후진국에 대한 부끄러움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두 기득권 정당의 어느 대선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을 입에 올리는 후보는 없습니다. 불행입니다. 그저 종부세 완화법안에 눈감으면서 토지공개념을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일이 집권여당 대선후보들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외면한 채, 차별을 외면한 채 주장하는 그 어떤 인권도 위선에 불과할 것입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가덕도특별법이 그렇고, 종부세 완화법안이 그렇고, 언론중재법에서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서 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서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기를 촉구합니다. 정의당이 맨 앞에 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안녕하세요.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투쟁이 오늘 10일차에 국회에 도착했습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곳곳의 현장을 돌고 돌아서, 오늘 드디어 차별금지법의 최종 책임자인 이곳, 국회에 도달했습니다.
오늘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차별과 혐오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국가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 세상에서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목숨들을, 가슴아프게 애도합니다.
올해 저는 세 분의 성소수자 시민들의 영정 앞에 섰습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다 스러져간 분들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한 후 세상을 떠난 고 변희수 하사 앞에,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지우지 않고 정치에 도전했던 녹색당 김기홍 님 앞에, 그리고 퀴어 극작가이자 저와 십대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였던 한 사람의 영정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더 이상 누구도 이렇게 목숨 잃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것이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의무이고, 그 의무를 저와 정의당이 다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역시 이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10대 시절을 보냈던 청소년 성소수자들 중 몇 명은, 원래라면 저와 함께 20대가 되었어야 할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이 없습니다. 몇 년 전 서울시 조사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중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이 47.4%에 이른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이 자살을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중증도 우울 상태라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자살충동 경험을 많이 합니다. 재난의 시기, 여성 청년들의 자살 시도율은 그야말로 급증했습니다. 그간 대한민국이 차별과 혐오를 방치한 대가는 결국 이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목숨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네가 어떤 존재로 태어나든 우리 대한민국은 너를 환대한다’ 이렇게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아득한 그 길고 긴 한 평생 동안 이 고통이 지속될까 절망하는 그들에게, 세상은 반드시 바뀔 거라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어떤 시민이 차별과 혐오의 피해를 입었을 때,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내 뒤에는 나를 지켜주는 국가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다면, 그는 절망에 목숨끊지 않고 끝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향하는 이 차별과 혐오가, 심지어 국가마저 묵인하고 방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당사자가 경험할 그 절망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혐오 앞에 한 사람 한 사람을 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선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를 살리는 법이었다면, 차별금지법은 혐오와 차별에 놓인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법입니다. 때문에 정의당은 멈출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거대양당에 촉구합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처리해야 할 때입니다. 몇몇 양심 있는 의원들이 평등법을 발의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국민의힘은 보수의 혁신 이야기하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 입장부터 표명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방관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참이나 모순입니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9월 10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