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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단식농성 돌입 17일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 

일시: 2020년 12월 27일 14시
장소: 국회 본청 앞 농성장 


■ 기자회견문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12월 27일 오늘로서 저희들이 국회 로텐더 홀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20일이 되었고, 곡기를 끊은 지는 17일차를 맞고 있습니다. 국회 정문 앞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식도 20일차입니다. 국회에서 첫눈도 맞았고,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바람이 살을 파고 들지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더 이상은 ‘제2의 김용균과 용균이 엄마’가 없어야 한다. 더 이상은 ‘제2의 이 한빛과 한빛이 아빠’가 없어야 한다는 그 바람 하나뿐입니다. 그 바람은 저희 산재 재난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가슴에 피 눈물로 맺힌 바람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 입법발의에 나섰던 10만 명의 바람이었고, 국회 정문 앞, 대전, 충북, 경남, 광주, 울산에서 농성을 하고, 보름 만에 3,000명이 넘게 동조단식에 나선 전국의 노동자, 시민, 교수, 전문가, 종교인, 문화예술인, 청년들의 바람 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너무도 참담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국회 로텐더 홀 농성부터 오늘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약속했습니다. 농성장에서 마주친 주 호영 원내대표가 한 입법약속만 수차례지만 국민의 힘은 24일 법사위 소위 심의에 불참했습니다. 29일 참여도 불투명합니다.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기업 눈치만 보면서 핑계 찾기에만 골몰하는 국민의 힘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국민의 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의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정기국회 처리, 연내 입법 .... 당대표가 한 입법 약속만 10차례가 넘고, 정책의총까지 마친 더불어 민주당은 법사위 상임위나 본회의 일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야당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믿어 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 등 여러 법들을  여당 단독으로 심의하고 통과시키던 그 기세는 어디 갔습니까. 노동자 시민의 죽음과 직결된 민생입법을 처리할 때만 왜 꼭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겁니까? 야당의 협조라는 미명아래 재벌 대기업 눈치보고, 깎고 또 깎기 위한 것은 아닙니까? 더불어 민주당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본회의까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저희들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때 까지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김용균, 이한빛, 김태규, 김동준, 김일준, 김재순.... 우리의 가족들. 해마다 2,400명씩 어제도 오늘도 죽어나간 노동자와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국회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수 천명의 동조단식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국회는 탁상공론의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산재사망 재난참사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절체절명의 무한한 책임으로 즉각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동료가 죽어나간 일터에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개선대책도 없이 노동자를 밀어넣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고도 그 동료들의 죽음의 행진을 막기 위해 피해자 유족이 나서야만 하는 이 참극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이 그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 김미숙 님(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발언

사람이 매일 6명 이상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여섯 가족 이상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처럼 아파할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조바심에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밥을 굶은 지 오늘로 17일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법 통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 거 같습니다. 주말과 성탄절에 한가로운 국회를 보니 참담한 심정 입니다. 연말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처럼 절박한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힘은 점점 빠져가는데, 법이 제정될 때까지 제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어 더 조바심이 납니다.

국회의원들이 우리보고 단식을 풀어달라고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들 몸상할 걱정보다는 본인들 입장이 난처해서 그러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국회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 죽음을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늉만 하지 뚜렷하게 진척되는 게  없기때문 입니다.
법사위, 본회의까지 갈 길이 구만리인데, 법사위 소위 논의 한 번 했을뿐 입니다.
논의할 것도 많다고 하면서, 도대체 언제 논의를 다 하고, 언제 법을 만들 겁니까?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논의에 들어오지 않아 처리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야당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주십시오.
사람 생명 살리는 법이야말로 어떤 법보다 우선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의힘에서는 논의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단일안을 내면 들어오겠다고 말합니다.
논의는 하지 않다가 나중에 들어와서 법안을 희석시킬 생각이라면, 국민들이 참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성실하게 논의에 나서고,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협조해주십시오.

재계는 반대만 하지말고, 사람 살리는 법에 함께 해주십시오.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주십시오.

국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이 이 법을 반대하는지, 법안 통과를 막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봐 주십시오. 일하러 나갔던 사람이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저도 남은 힘을 다해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 이용관 님(故 이한빛 노동자 아버지 발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킬 때까지 이곳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여야 의원님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행복하지 못합니다.
당신들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연휴를 보내고 있을 때, 자식을 잃은 저희는 국회의사당 앞 노숙 농성장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참고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습니다.
밤이면 잠 못 이루며 뒤척이고, 엠브란스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며칠이면 해가 넘어가는데, 여야 정치인 모두 서로 떠넘기기로 허송세월만하고 있으니 애간장이 탑니다.
그런데 "이제 그만 단식을 풀고 돌아가시라"고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제 목숨이라도 내놓을테니, 제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시켜주십시오.

자식을 잃는 순간, 유가족의 삶은 멈추어 버립니다.
저도 자식을 잃고, 고통 속에서 몸을 돌보지 못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고 있습니다. 
한빛이를 죽인 세상을 그대로 두고 죽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터와 재난 참사로 죽은 수십만 죽음들의 한을 그대로 두고는 죽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전에 저는 죽을 수가 없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기 위해 제 목숨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2015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체스코 교황님께서는 가장 먼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정치적 편향이라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고통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생명과 기업의 이윤 사이에 중립은 없습니다.

헌데 어찌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재계의 눈치만 보고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방치하고만 있습니까?
대통령과 국회의원 여러분! 헌법과 국민 앞에 선서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잊었습니까?

기운이 없고 가물거리는 정신이지만,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와서 신속하게 논의하여 연내에 처리해주십시오.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2020년 12월 27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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