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김종철 대표·강은미 원내대표, 전태일 열사 50주기 기념행사 및 캠페인 모두발언
일시 : 2020년 11월 4일 오전 11시 40분
장소 : 청계천 전태일다리
■ 김종철 대표
전태일 열사께서 돌아가신 지 50주년이 되는 올해, 그 당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뜻을 담아서 이 자리에 노동법 편람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면 함께 일하고 있던 어린 ‘시다’들이 고생하면서 살아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을 갖고 했듯이 우리도 2020년에 노동법을 제대로 바꾸고 ‘전태일 3법’을 통과시켜서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 과로로 죽지 않는 사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노동법 적용을 받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전태일은 자신의 버스비를 아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어린 ‘시다’들을 위해 풀빵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선의만으로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진정을 넣어도, 시위를 해도 매번 돌아오는 것은 좌절이었습니다.
전태일이 동생들에게 사준 풀빵은 구의역 김 군의 가방 속 컵라면으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50년 전 하루 16시간 일을 하며 빈혈과 폐병으로 쓰러진 ‘시다’들은 지금도 퇴근하지 못하고 매일 깔려 죽고, 끼어 죽고, 떨어져 죽는 수많은 김용균으로 나타나 다시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전태일이 기대했던 노동청의 답변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이스타 항공 노동자들에 대한 외면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절규가 무려 반세기 전의 일이지만, OECD 과로사 1위 국가는 역시 아직도 대한민국입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구실로 오히려 근로기준법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개정안에는 결사의 자유나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한 협약은 사라지고, 국제노동기준인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ILO 협약 비준 자체만을 목표로 삼으니 취지와 한참 떨어진, 심지어 사용자의 요구만을 대폭 반영해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말 그대로 ILO 기본협약은 국제적인 노동기준을 준수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취지인데, 그 ‘최소한’의 기준조차 맞추지 못한 안을 어떻게 비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정부의 노동개악안은 철회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전태일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긴 지 50년이 되는 해에 이러한 노동의 퇴보를 그냥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정부의 안은 코로나19 위기로 고용 위기가 만연하고,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일하는 국민의 손을 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의당은 갈수록 후퇴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동정책을 막아내고, 코로나 위기에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 3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먼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기업과 원청의 책임을 묻고 ‘일하다 죽는 사회’를 끝낼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모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4에 달합니다. 언제까지 이들을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상태에 방치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둘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고용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등 아직도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정의당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이 드리는 약속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의 행복을 스스로 지키는 일입니다. 갈수록 보수화되고 퇴보하는 민주당 정부의 정책으로는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의 삶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매년 산업재해를 절반씩 줄이겠다는 각오로 일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코로나 위기로 더욱 커진 고용불안과 실업의 공포를 이겨내겠습니다. 일하는 모든 국민을 저임금의 늪에서 건져내고 존엄한 내일을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강은미 원내대표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이다.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마흐무드 모히엘딘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의 말입니다.
죽음의 형태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하청업체의 노동자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특수 고용 노동자에게만
산업 재해가 집중되고, 죽음까지도 외주화되는 현실은 분명 불평등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러한 불평등한 사고와 죽음은 결코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결과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목숨보다 기계를 더 비싸게, 노동자의 안전이 아니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그로 인해 일어난 죽음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로 그저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무수히 많은 전태일이 지금도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12시간, 420개의 물량을 배송하다 과로사를 당한 전태일, 크레인에 깔린 전태일, 쇳물에 추락사한 전태일. 매일 7명의 전태일들이 퇴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퇴근'이 아닌 '생환'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하며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40일 간 지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 기준법을 적용하고,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전태일 3법을 모두 입법 완료했습니다.
어제는 죽고, 오늘은 잊고, 내일은 반복되는 비극은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선택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전태일 3법 만이 노동자들을 더 이상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전태일 열사의 넋을 기리며 국민 여러분께 정의당이 앞장서서 죽지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립니다.
2020년 11월 4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