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 대화 전문
일시: 2020년 7월 21일 오후 3시
장소: 조계사
심상정 (이하 심): 오늘 이렇게 흔쾌히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지난번 초파일 행사 때 뵀는데 저희가 꼭 이제 다시 뵙고 싶었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해서 이번에는 꼭 통과가 되어야 코로나19 이후 사회에서 인권적 기초를 튼튼히 갖는 민주주의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워낙에 반대가 크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특히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서 앞장서서 실천해 주시고 연대해 주셨기 때문에 큰 힘이 되었다. 작년에 법요식에 왔을 때, 슬로건이 차별 없는 세상이었다. 촉등하고 헌화할 때 성소수자 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위원회 대표가 헌화를 하셨었다.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서 응원해주십사 이렇게 왔다.
원행 스님 (이하 원행): 공자님도 정치는 정야라고 하셨는데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하는데 세상 모든 것이 바르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있는 헌법만 차별을 정의해도 바르게 되는 것 아닌가. 차별이 없어야 된다. 그런데 각자 이해가 엇갈리고 가치 기준이 다르다 보니까 그러는 것 같다. 부처님께서는 1500년 전에 계급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인간만이 아니라 만물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인간들끼리 불평등해서야 되겠는가. 다만 부속적으로 따르는 자세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해를 조절하는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매스컴을 통해서 열심히 잘하고 계셔서 마음이 든든하다.
심 : 저희가 종교계 방문하면서 제일 먼저 원장님을 뵈러 왔다. 지금까지도 많이 성원해 주셨는데 적극적으로 성원해 주시길 바란다. 국민들은 88%, 10명 중에 8~9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고, 대부분 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긍정적인데 개신교 쪽에서 반대가 굉장히 세다. 국민들이 좀 더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 의지가 모아지면 국회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6명인데 국회 300명 중에서 딱 열 명 서명 받았다. 민주당 의원님들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필요성이나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다 갖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종교계 일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다. 그동안 성원해 주셨지만 조계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확고히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또 산하 사찰에서 여러 신도들하고 말씀 나누실 때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 민주주의 기본법이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행 : 만물이 다 평등한데 흑백이다, 어떠한 민족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시행령이나 보완해야 할 것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씀은 예를 들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에 가서 헌신하는 분들이 계신데, 군에 갔다 온 사람이나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나 똑같이 취급한다. 그런 아니지 않느냐. 다녀와서 열심히 하시면 대우를 해주고 그래야 하는 것이다. 못가는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안 가는 분들은 안 되지 않느냐. 그런 것들을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저희가 깊이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첨예한 국회에서 저울의 추 역할을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린다. 정의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심 :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크게 오해가 있는 것이 두 가지다. 특히 반대하시는 분들이 갖고 계시는 오해인데 하나는 이게 ‘동성혼 합법화 법’이라는 오해다. 그런데 동성혼 합법화와 저희가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전혀 다른 법이다. 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혼 합법화 법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여러 소수자들의 권리 구제에 관한 법이다. 그 점에 관해서는 저희가 명확하게 말씀드렸다.
또 하나는 종교계와 관련해서는 목사님 같은 경우 설교를 할 때, 특정한 교리에 대해 말씀하시면 처벌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으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민주주의 기본법으로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기본적 합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별 발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그리고 모든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 중에 종교도 신앙의 자유, 설교의 자유를 다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정신이다.
이 법에서 딱 한 가지가 페널티가 있는데 그건 소수자 당사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했을 때 인권위원회에서 권리 구제 절차를 밟게 되어있는데 그걸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있다.
보통 반대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법안을 만들 때에도 그렇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때도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원행 : 모든 법이 다 관습법이나 사회도덕, 상식적인 선, 공동선을 추구하자는 건데 그걸 또 자꾸 만들어서 규제를 하면 그게 이제 불편해하고 부당하게 자유를 억압받을 경우도 있을 테니까 그걸 잘 살펴달라는 말씀이다.
심 : 그 점에서는 충분히 고려를 하고 있다.
원행 : 여러 가지로 기대가 크고 좀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모든 사회에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심 대표님과 관계자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시길 기대하겠다. 감사드린다.
2020년 7월 2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