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중한 업무와 만성적 야근문화로 평촌의 등대 된 펄어비스, 노동자 건강권 적신호
- 포괄임금제 폐지했으나 재량근무제 악용으로 장시간노동, 무료노동 발생
-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 등 문제점 많아
-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펄어비스 제2의 넷마블, 에스티유니타스 되선 안돼”, “노동인권보장 대책 마련하고,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근로감독 통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해야” 강조
최근 유명 게임업체인 펄어비스에서 ‘묻지마 권고사직’, ‘재량근로제 악용’,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정의당 비상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대표적 과로 관련 정신질환 진료 인원’을 살펴본 결과, 2016년을 기점으로 관련 질환 진료인원이 증가하는 추세로 밝혀졌다. 또한 펄어비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도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 필요적 기재사항도 누락되어 있어 펄어비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 과중한 업무와 만성적 야근문화로 평촌의 등대가 된 펄어비스 노동자 건강권 적신호
펄어비스는 2017년 포괄임금제와 야근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당시 펄어비스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첫 번째 게임업체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펄어비스 재직자 A씨는 “야근을 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받기가 어려워요. 야근계를 올리면 ‘왜 하냐’라고 물어요. 대답하기도 전에 ‘너 가라. 그냥 가’라고 해요. 그래서 집에 가면 다음 날 대놓고 면박을 줍니다. ‘넌 일을 그렇게 하고 집에 가고 싶냐?’라는 식이죠. 야근을 대하는 관리자들의 전반적인 태도입니다.”라고 밝혔다.
퇴사자 B씨는 “야근하고 있을 때 가끔 관리자들이 ‘뭐해?’라고 물어봐요. 이럴 땐 ‘뭐 좀 정리하고 있어요’라는 식으로 야근이 아닌 것처럼 대답해야 합니다. ‘야근 중이에요’라고 하면 ‘야근계 올리지도 않았는데 누가 야근시켰어?’라며 면박을 주죠.”라며 울분을 토했다.
퇴사자 C씨도 “올해 들어서는 야근을 신청하는 게 더 어려워졌어요. 야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신청할 수가 없으니, 야근 없이 정상 근무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거죠. 사실상 포괄임금제가 유지되고 있는 거예요. 야근은 곧 실력미달로 평가되는 사내분위기가 있습니다.”라며 만성적 야근과 촉박하고 과도한 작업 일정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기업 리뷰/연봉/면접 및 기업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잡플래닛’ 회사평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펄어비스의 과도한 업무, 일정압박, 야간노동 등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다수를 이룬다.
잡플랫닛(www.jobplanet.co.kr/welcome/index_new) 펄어비스 기업 리뷰 중 일부 발췌(2020.04.29. 현재) - 일정압박이 심하고 업무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다. 평촌에 꺼지지 않는 등대! - 그냥 까라면 까라는 식의 업무문화, 사람은 소모품이라는 문화 등 나열 할 수 없음 - 업무 분담 체계가 확실하지 않아 업무량이 많습니다. 야근 자주 합니다. - 회사 차원에서 52시간 제도를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밤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는 리더들 때문에 눈치보여서 계속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일반 팀원들의 퇴근시간을 잘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개발 속도 및 업데이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업데이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야근을 자주함, 게임 스팩이 자세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할때가 많음 - 실습부터 정규직 전환 전 계약직까지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 야근 문화. 신입들은 10시보다 훨씬 더 일찍 출근해서 야근 후 다같이 늦게 퇴근한다. - 치열한 근무환경과 야근의 일상화, 아직 체계적이지 않은 평가 보상 체계, 직책자와 팀원간의 괴리감, 업무 강도가 매우 강함. 조직 문화가 상당히 이질적이라 처음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움 - 팀바이 팀이지만 업무 교육부터 잘 이루어졌으면 한다. 게임회사라서 야근은 필수적이고, 끼리끼리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 그 외 모든것 사람 짜르는거 아주 우습게 아는 회사임, 심지어 해고 전날 재계약 했는데 다음날 자름 - 야근이 거의 필수이다 보니 하루에 거의 12시간 동안 회사에 붙어있음 때문에 퇴근하고 자고 일어나면 바로 출근 나의 시간이 없음 - 입사 후 여가생활을 즐길수가 없습니다. 항상 퇴근하면 11시가 넘었습니다 - 야근을 장려하는 수준의 빡센 야근문화 제가 있었던 층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내 분위기가 최악 - 몸이 너무 힘들어짐 주말에도 출근이 꽤 있고, 밤샘근무는 많음 - 일단 일이 매우 많다. 주 4~5일은 야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관리자급이 집을 가지 않고 일을 끊임없이 준다. 심지어 밤 12시에 일을 받을 적이 있다. - 전반적인 업무가 그날 저녁에 확정되고 아침까지 완료하는 말이 안되는 일정으로 진행되며, 12시 넘어가는 철야는 기본임 하지만 어느 장들도 그거에 문제가 있는걸 깨닫지 못하고 있음, 사내 정치 / 뒷담화가 많음, 덕분에 사람들이 금방나가고 교체가 반복됨 - 정시퇴근이 불가능했으며 매우 수직적인 문화로 사고력은 늘리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함 - 야근이 매우 많음 기획 단계가 답이 없음 기획이 자주 바뀜 왜 바뀌는지 모르겠음 그에 따라 다른 부서는 강제 야근 기획팀은 그냥 던져주고 집감 - 하루 종일 일만해도 업무가 안끝남.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렇게 하면 계속 지치고 스트레스만 쌓임. 계속 곡소리 나는데 진짜 일하다 죽을수도 있겠다는 거 처음 생각 듬. - 일하다가 사망할 수 있다. 야근 매우 많이 한다. 업무강도 엄청 매우 아주 세다. - 야근? 정말 당연하다 일단 정말 빠르게 퇴근 가능한 시간이 밤 10시. 패치가 있다면 밤을 새고 오후에 퇴근한다. 이 부분은 이해 가능하지만 52시간 제대로 안지켜지고 있는걸로 보인다.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몇십시간을 잠도 안자고 일하는 사람도 여럿봤다ㅋㅋ 이러다가 사람 잡는거 아닐런지.. - 퇴근 10시에 하면 농담 삼아 칼퇴한다고 하는 곳. 업무가 없어도 눈치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합니다. |
이러한 상황은 ‘대표적 과로 관련 정신질환 진료 인원’을 증가시켰다. 정의당 비상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펄어비스 직원들의 건강보험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2016년을 기점으로 과로 관련 정신질환 (F32 우울에피소드, F33 재발성 우울장애, F40 공포성 불안장애, F41 기타 불안장애, F43 심한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진료) 인원 중 특히 F32(우울에피소드), F41(기타 불안장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F32(우울에피소드)는 진료건수: 25→23→80→107건, 수진자수: 5→ 5→ 10→ 16명으로 증가했다. F41(기타 불안장애)은 진료건수: 19→ 4→ 62→ 90건, 수진자수: 2→ 2→ 11→ 12명으로 증가했다.
장시간노동이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특히 우울증, 우울증상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는 일관되게 제기되어 왔다. Bannai, Tamakoshi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발간된 장시간노동의 건강 영향에 대한 총 19개 연구, 17개 논문을 검토한 결과 총 사망률, 뇌심혈관질환, 2형당료, 정신질환 등이 모두 장시간노동에 의해 나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암연구소(L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야간노동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제는 지난 2019년 9월, 고용노동부가 펄어비스에 대해 장시간노동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는데도 법 위반 사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펄어비스는 사원 출퇴근 시 사원증을 태그하게 한다. 급여명세표에도 연장노동수당, 야간노동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측정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당한 야간노동을 포함한 장시간노동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2. 포괄임금제 폐지했으나 재량근무제 도입·악용으로 장시간노동, 무료노동 발생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34조(재량근로시간) ① 회사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수행방법을 직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써 근로기준법 시행령(제31조)이 정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직원대표와 서면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 ② 직원의 재량근로 대상업무, 업무수행 방법에 대해서는 직원대표와 서면 합의한 내용에 따라 시행한다. 펄어비스 근로계약서 제3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④ 재량근로시간제 적용대상 직원은 재량근로시간제 노사합의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본다. |
펄어비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는 ‘재량근로시간(제)’라는 이름으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재량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쉽게 말하면 ‘제한 없는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시간 특례제도’이다.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업무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보는 제도로 근로기준법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에서 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업무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
재량근로제 도입요건은 ① 재량근로제 대상업무에 해당할 것, ② 대상 업 무 수행방법에 있어 노동자 재량성이 보장될 것(사용자가 업무 수행수단, 시 간 분배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는 내용), ③ 사용자는 근로자대표 와 서면합의 할 것(㉠ 대상업무, ㉡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해 노동자에게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 ㉢ 노동시간 시간 산정 서면 합의(서면합의로 정하는 시간은 주52시간 범위 이내여야) 내용이 포함되어야 + 개별 노동자와 근로계약서 작성(재량근무제에 따라 합의된 노동시 간 내용 반영) + 취업규칙 변경(노동자 과반수 의견을 들은 후 재량근무제 운영 관련 내용을 반영하여 변경)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4일, “IT노동자 갈아넣는 블랙기업 펄어비스 디버그하겠습니다(정의당,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주최).” 기자회견문 중 재량근무제와 관련한 내용을 살펴보면,
제보 1. “주 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합니다. 윗선에게 대상자들에게 '주말에도 나와라'라고 합니다. 저도 주 60시간을 넘겨 일했어요. 재량근로제를 거부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럼 재미없을 줄 알아라.’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거부하기는 힘듭니다.” 제보 2. “주 52시간을 자주 초과하는 사람들은 재량근로제를 해요. 바쁠 때 반 강제로 재량근로를 하게 되고, 안 바빠지면 다시 회수합니다. 계약서도 회사만 가지고 있어요.” 제보 3. “제 주위에 반강제적으로 재량근로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량근로 대상자가 되면 주말 출근은 물론이고 자다가도 출근을 해야 합니다. 대상자는 평소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지정됩니다. 그러다 권고사직을 당하시는 분들은 정말 일회용품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거죠.” 제보 4. “근로자대표요? 들어본 적 없어요. 그게 인사팀장님은 아니겠죠? 고충위원회?” 제보 5. “꽤 오래 다닌 편이지만 근로자대표가 누군지 들어본 적 없어요.” |
이와 관련해 퇴직자 D씨는 새벽까지 야간노동에 시달리며, 업무를 수행하면서 본인에게 재량권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들어본 적도 없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 재량근무제로 인해 주52시간은 당연하고 더 일해야 했다. ▲ 재량근무제를 강요하고 근무기록을 남기지 못하게 했다. 이런데 누가 좋아서 재량근무제를 택할 사람이 있겠는가. ▲ 자다가도 출근한 적도 있다. ▲ 주간 회의에서 대놓고 재량근무 대상자들을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라고 지시함. ▲ 업무수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시적인 지시는 전반적으로 000의장 지시로 모 든 것이 결정되어 뒤집히는 구조다. ▲ 업무수행 방법에 있어 재량권이 당연히 없다. ▲ 일정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도 모르게 변경되고 바뀌었다. ▲ 업무 중에 갑작스럽게 말도 안되는 요청으로 일주일 내내 늦은 새벽에 들어간 적도 있다. ▲ 출근은 10시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보통 밤 11시~새벽 1시다. ▲ 모든 업무 주도는 000의장 의도에 따라야 하며 방향이 다르거나 말만 잘못해 도 짤린다. 짤리는데 무슨 자율이 있겠는가. 다들 눈치 보기 바빴다. |
1) 펄어비스 ‘근로자대표’는 누구인가?
“근로자대표요? 들어본 적 없어요. 그게 인사팀장님은 아니겠죠? 고충위원회?”, “꽤 오래 다닌 편이지만 근로자대표가 누군지 들어본 적 없어요.”,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들어본 적도 없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펄어비스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근로자대표는 선출 방법과 임기, 권한, 사용자의 압력에 대한 보호 방법 등에 관해 노동관계법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 이로 인해 주40시간제(주 52시간 상한) 노사 합의 등 현행 노동관계법에 따른 근로자대표 동의를 구할 때 사쪽 악용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본래 사용자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근로자대표제도는 1996년 유연근로제가 신설되면서 생겨났다. 근로자대표 제도를 통해 본래 취업규칙을 통해 변경이 가능한 것들이 손쉽게 변경되어 특히 노조가 없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꾸준히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대한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 참고: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근로자대표의 주요 권한
2) 펄어비스는 노동자에게 업무 ‘재량권’을 보장했나?
노동계로부터 폐지대상으로 비판받는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가이드(고용노동부, 2019.07.31.)‘는 재량근로제 하에서의 재량성 보장 여부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정도의 지시나 간섭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로 판단하되, 개별 사례별로 업무의 성질, 지시의 내용 및 구체성·반복성, 합리적 이유의 존재 여부, 재량을 제한하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 법령상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노동자에게 업무수행 방법 등에 있어 재량이 없다면 적법한 제도운영으로 보기 어려움, ■ 업무수행 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을 것, 원칙적으로 노동자는 업무수행의 방식·수단 등을 스스로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는 배제되어야 함, 따라서 필수적인 절차나 방식이 아님에도 매 단계마다 이를 지정하고 수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실상 노동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제도 운영으로 보기 어려울 것임, ■ 업무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일정 변경 등의 지시를 하거나, 다음 과제의 시간 배분을 조정하도록 간섭 또는 지시한다면 재량성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위 제보(증언) 내용을 종합해 살펴보면, 펄어비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량근무제는 형식적, 내용적 측면에서 모두 문제점이 발견된다. ① 사용자가 재량근무를 개별 노동자에게 강요(반강제적 재량근무 지시)하고, ② ’근로자대표‘가 뭐하는 사람인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 ③ 000의장이 업무수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시적인 지시를 한 점, ④ 하루가 멀다하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에게 일방적으로 업무 일정이 바뀌는 점, ⑤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주말 근무를 지시하거나 자다가도 출근하게 하는 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노동자의 재량권이 있다고 보기에 매우 어렵다.
적법하지 않는 재량근무제를 도입·운영한 경우 즉 ① 법령 등에서 정한 대상 업무에 해당되지 않거나 ②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없는 경우, ③ 서면합의의 필수기재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재량근무제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또한 ④ 노동자의 업무수행 수단 등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상시·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면, 해당 노동자에 대해 무효가 될 수 있다.
재량근무제가 무효가 되면 노동시간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근로기준법 제50조 등)이 적용되어 법정노동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한 노동시간은 연장노동이 되고, 이 경우 실제 노동한 시간에 따라 임금 및 법정수당을 계산·지급하여야 하며, 실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노동시간 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펄어비스는 포괄임금제 폐지했다고 했으나 재량근로제 도입, 이를 악용해 포괄임금제 폐지 상쇄 효과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과 공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재량근무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량근로는 초과노동 입증이 무의미하므로 포괄임금제보다 더 불리하다. 노동을 시키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로 노동시간 단축에도 역행한다. IT업계나 게임업계의 경우 팀 작업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는데 노동자 개인의 재량과 성과에 기반한 업무에 적합한 제도를 무조건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본래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
3) 고용노동부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가이드‘ 폐기해야
고용노동부는 주40시간제 노동시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가이드(2019.7.31.)‘를 만들어 재량근로 대상 업무와 사용자의 업무지시 가능범위 대폭 확대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재량근로 적용 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업무수행 수단’이나 ‘시간 배분’ 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운영가이드에서는 이와 연관이 없는 ‘업무 목표·내용·기한 등 기본적인 내용’, ‘근무장소’에 관한 지시는 사용자가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무수행 수단의 경우도 ‘일정 단계에서의 진행 상황 확인과 정보 공유 등을 위한 업무보고, 업무수행 상 필요한 회의·출장, 출근 의무 부여 및 출·퇴근 기록 등’은 지시가 가능하다. 통상 1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수행 상 필요한 근무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다고도 안내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해당 운영가이드는 폐기돼야 한다.
3.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검토한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 필요적 기재사항 누락 등 문제점 드러나
1) 단순 출퇴근 준비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해야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20조(출·퇴근) ② 직원은 업무 종료 시각 이전에 업무 종료의 준비를 하지 아니하며 업무의 종료 후 사무비품, 서류, 기타 물품의 정리·정돈·정비를 마쳐야 한다. |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준비나 정리를 위한 시간이라면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특히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뿐만 아니라 관행적으로 정해진 업무준비 또는 정리를 위한 시간도 노동시간이다.
2) 개별적 노동조건 변경은 노동자 동의 필요
(1) 시간외노동 가능하려면 노동자 동의 필요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31조(근무시간) ④ 직원은 회사가 명한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준수하여야 하고, 회사에서 승인하지 아니한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근로시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
시간외노동(연장, 야간, 휴일 노동) 시 사용자 일방의 지시나 명령이 아닌 당자자(노동자와 사용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
(2) 인사이동은 노동자 동의 필요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40조(이동) 회사는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직원에게 직무의 변경, 전보, 직종 간 이동, 파견근무를 명할 수 있으며 직원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
근로계약서 제2조(근로장소 및 업무내용) “을”은 “갑”의 소재지 또는 “갑”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 )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며, “갑”은 필요한 경우 “을”의 의견을 들어 근무장소 또는 업무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
사용자는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무(업무)사항이나 근무장소를 변경할 수 없다. 노동조건 변경은 개별적 노동조건 변경과 집단적 노동조건 변경으로 구분하는데 개별적 노동조건 변경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상 노동조건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인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다. 집단적 노동조건의 변경은 단체협약 변경이나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와 시행령 제8조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노동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근무장소와 업무내용은 노동자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전보·전근 등의 인사이동과 배치전환은 노동자가 제공해야 할 노동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전직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적법하다.
첫째, 근무장소와 담당업무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변경하려면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4.23. 선고 2007두20157판결 참조).
둘째, 근무장소와 담당업무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인사발령의 정당성은 당해 발령의 경영상(업무상) 필요성과 합리성의 유무를 먼저 따지고, 그러한 필요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발령으로 입게 되는 노동자의 각종 불이익과 비교하여 어느 것이 큰가에 따라 판단한다. 즉 경영상 필요성과 합리성이 있더라도 그 인사발령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더 크다면 사용자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가 된다.
3)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노동자 범위‘, ’유효기간‘까지 명시해야 적법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32조(탄력적 근로시간) ① 회사는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특정한 날에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
취업규칙 등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시행에 관한 포괄적인 규정만을 두거나, 단위기간 중의 노동시간의 총량만을 규정하고 근무일별 노동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것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취지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취업규칙에 단순히 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는 선언적 규정만을 명시하여 놓고 사용자가 필요한 시기에 임의로 제도를 도입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없고(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참조, 2019년 8월 발행) 향후 노-사간 다툼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상 근로자의 범위, 유효기간 등을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며, 또한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를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위해야 할 것”(임금근로시간과-1497(2019.10.18.)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 (탄력적 근로시간제)① 회사는 00월부터 00월까지 00개월 동안 직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정하는 바에 따라 2주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 1. 주당 근무시간: 첫 주 00시간, 둘째 주 00시간 1. 첫 주의 1일 근무시간: 0요일부터 0요일까지 00시간 (00:00부터 00:00까지, 휴게시간은 00:00부터 00:00까지) 3. 둘째 주의 1일 근무시간: 0요일부터 0요일까지 00시간 (00:00부터 00:00까지, 휴게시간은 00:00부터 00:00까지) ② 15세 이상 18세 미만 직원과 임신 중인 여성 직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이 조에 따른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이 규칙 시행일부터 0년이 경과한 날까지 효력을 가진다. |
4)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징계절차에, ’징계결과통보‘ 규정 누락
펄어비스 취업규칙 제88조(징계의 절차) ① 징계의 결정은 대표이사가 행한다. ② 대표이사는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③ 소명의 기회 통지는 징계결정일 이전에 구두, 서면 또는 유선 등 그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한다. ④ 징계대상자의 소명방법은 직접진술, 서면, 유선, 이메일 등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⑤ 징계결정일까지 징계대상자의 소명이 없는 경우 소명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징계할 수 있다. |
펄어비스의 노동자에 대한 징계사유는 49개로 일반 사업장의 징계사유 보다 2~3배 정도 많게 촘촘히 열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징계절차나 방법은 상당히 미진하다. 징계의 심의방법에 대해서는 사업장에 따라 달리 내용을 정할 수 있으나 징계양정과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수준의 징계와 공정한 절차 운영이 필요하다.
통상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이 징계의결을 위해 회의 5일~7일 전까지 징계위원들에게 회의일시, 장소, 의제 등을, 징계 대상 사원에게는 서면으로 출석통지를 각 통보한다. 징계위원회의 위원이 징계대상자자와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 징계사유와 관계가 있을 때에는 그 위원은 징계에 관여하지 못한다. 징계위원회는 징계심의와 징계의결을 진행하고 징계의결서와 회의록 등을 작성·보관한다.
그런데 해당 사업장은 징계위원회 개최도 없이, 대표이사 단독으로 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런 징계절차를 통한 징계결과를 노동자가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 사업장과 같이 징계재심절차도 없다. 고용노동부 표준취업규칙은 “사업장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으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가급적이면 재심절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징계결과통보‘를 통해 해당 사원에게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로 통보해야 한다. 이는 취업규칙이 필요적 기재사항임에도 누락됐다.
5) 과도한 연봉비밀유지의무 부여로 징계 등 해고까지 가능
펄어비스 근로계약서 제7조(비밀유지) “을”은 다음 각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시 민·형사상 모든 불이익은 감수한다. 2. “을”은 본인의 연봉 및 근로계약 사항을 타인에게 유출하지 아니하고 위반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한다. |
뿐만 아니라 급여명세표에도 “타인에게 연봉내역을 누설하거나, 타인의 연봉을 알려고 하는 자는 퇴직 등,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법률에 연봉 비밀유지의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다. 연봉 비밀유지의무 위반 시 징계 가능 여부는 취업규칙에 정해져 있어야 하며, 열거된 징계사유에 연봉비밀유지 위반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는 경우라면 징계사유가 되지 못한다.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는 해당 비위사실 정도와 비위사실을 시정을 위한 징계수준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노동자가 본인의 연봉을 공개하는 행위가 징계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적이라 할 것이며 일반적으로 직원이 본인의 연봉을 공개함으로써 회사의 비밀·명예·신용이 훼손된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회사가 계약위반을 이유로 사원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하는 것 또한 사실상 매우 어렵다.
6) 여성노동자 보호 특히 임산부 보호 규정 내용 부족
펄어비스 취업규칙은 ’출산전후휴가‘ 이외에 취업규칙 필요적 기재사항인 임산부 보호 규정의 주요 내용이 누락 됐다.
고용노동부 표준취업규칙 (임산부의 보호) ① 임신 중의 여성 사원에게는 출산 전과 출산 후를 통하여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준다. 이 경우 반드시 출산 후에 45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60일) 이상 부여한다. ② 임신 중인 여성 사원이 유산의 경험 등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3조제1항이 정하는 사유로 제1항의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출산 전 어느 때라도 휴가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출산 후의 휴가 기간은 연속하여 45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6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휴가 기간 중에 사원이 고용보험법에 따라 지급 받은 출산전후휴가 등 급여액이 그 사원의 통상임금보다 적을 경우 회사는 최초 60일분(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의 출산전후휴가는 75일분)의 급여와 통상임금의 차액을 지급한다. ④ 임신 중인 여성 사원이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로서 해당 사원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휴가를 부여한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인공중절 수술은 제외한다. 1. 유산 또는 사산한 여성 사원의 임신기간이 11주 이내인 경우: 유산 또는 사산한 날로부터 5일까지 2. 유산 또는 사산한 여성 사원의 임신기간이 12주 이상 15주 이내인 경우: 유산 또는 사산한 날로부터 10일까지 3. 유산 또는 사산한 여성 사원의 임신기간이 16주 이상 21주 이내인 경우: 유산 또는 사산한 날로부터 30일까지 4. 유산 또는 사산한 여성 사원의 임신기간이 22주 이상 27주 이내인 경우: 유산 또는 사산한 날로부터 60일까지 5. 임신기간이 28주 이상인 경우: 유산 또는 사산한 날로부터 90일까지 ⑤ 회사는 사원이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을 신청할 경우 고용보험법에 따라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증빙서류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한다. ⑥ 임신 중의 여성 사원에게는 연장근로를 시키지 아니하며, 그 사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시킨다. ⑦ 회사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사원이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사원에 대하여는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다. ⑧ 회사는 제7항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사원의 임금을 삭감하지 아니한다. ⑨ 회사는 임산부 등 여성 사원에게 근로기준법 제65조에 따른 도덕상 또는 보건상의 유해·위험한 직종에 근로시키지 아니한다. |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취업규칙 작성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에 필요적으로 기재하여야 하는 사항들로 14가지 항목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필요적 기재사항’들은 기본적 내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취업규칙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일부 누락하여 신고한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펄어비스가 제2의 넷마블, 에스티유니타스 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인권보장 대책방안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4월 29일
정의당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