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규탄 및 불평등한 SOFA 개정 촉구 기자회견 (평화본부)
일시: 2020년 4월 10일 오전 11시
장소: 평택 주한미군기지 앞
■ 도를 넘은 주한미군의 횡포 규탄한다. 미군은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즉각 취소하고 한국정부는 불평등한 SOFA협정 즉각 개정하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빌미로 한 미국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4월 1일부터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9,000명 중 4,000명에게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한다고 통보한 뒤 벌써 1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한국정부가 부담할 수 있으니 무급휴직을 강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음에도 결국 미국은 협상의 유리함을 점하려고 무자비하게 무급휴직을 강행했다.
주한미군에는 한국이 매년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 중 미사용 액수가 수천억 원 이르며 그 돈으로 이자 수입도 얻고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에도 사용하는 등 얼마든지 자신들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들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한국정부가 아닌 주한미군이다. 미국이 한국정부와의 협상 지연을 이유로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이라는 벼랑끝으로 내몬 행위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야만적 행위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횡포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한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9년 기준으로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9,000여명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5,700억 원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이번에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이유로 미지급되는 인건비는 21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강제적 무급휴가로 인해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기존대로 지급해야 한다. 이 인건비는 추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인건비 부담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인질로 잡힌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인건비를 우선 지급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굴욕적이고 불평등하며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전면 제한하고 있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의 노무조항 개정에 대한 협상개시도 요청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33조는 ‘노동자들 누구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3권을 지닌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3권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노동조합의 단결권은 주한미군사령부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SOFA에서 정한 쟁의행위 절차에 어긋나면 노조설립 자체가 취소되며 쟁의행위 자체도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정의당이 공개한 정부의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지위협정이 헌법에 반하는 내용이 있어 전문가들이 헌법에 합치되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도 있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독일의 경우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독일 노동자들도 독일 노동법을 전면 적용받고 일본의 경우도 국가가 고용해 파견하는 방식으로 일본인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방연구소도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고 2017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한미군사령부 측에 이런 취지로 주한미군지위협정 노무조항을 개정하자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처럼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한 인질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헌법적인 SOFA 노무조항 개정 논의를 반드시 함께 진행해야 한다. 한국의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만 국내법을 보장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급휴직 1달을 넘겨 해고조치 되지 않도록 즉각 이 두 가지 조치를 빠르게 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촛불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 낸 국민들을 믿고 자주국가답게 당당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 정부도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한 야만적인 인질극을 중단해야 한다. 동맹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방위비분담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비판받을 행위이고 미국이 동맹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만 충실한 패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언제나처럼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도 노동3권을 보장받고 일할 수 있도록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0년 4월 10일
정의당 평화본부 (본부장 김종대·배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