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의당·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전문가검토그룹 참여전문가 11인 공동기자회견
- 재검토위 부실한 재검토과정 지적하며, 맹목적 공론화 폐기 촉구 -
일시: 2020년 1월 10일 오전 10시
장소: 국회 정론관
1월 10일(금),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이하 재검토위)는 국회 정론관에서 맹목적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일정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김수진 충북대 특별연구위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재검토위가 지난해 11월이후 3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검토그룹을 약 2개월간 운영해왔으나 사용후핵연료가 안고 있는 사회적 중량감과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겉핥기식 검토그룹 운영을 근거로 공론화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전문가검토그룹은 시작부터 운영내용에 실망한 전문가들이 탈퇴하는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회의에 불참해왔고, 나머지 2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운영과정을 지켜본 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충북대학교 김수진 특별연구위원은 “불과 2개월의 요식적인 전문가검토그룹 회의결과를 근거로 공론화를 계획하고 있는데, 무엇을 공론화할지도 모르면서 전국공론화를 하겠다는 건 예산낭비이자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원자력안전 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현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해수유입과 방폐물 방사능데이터 측정오류 등 부실한 부지선정과 운영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일으키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석광훈 전문위원은 “영국,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은 기존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관련 부처별로 방만하게 운영되어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반성하에 독립적인 국가차원의 관리위원회를 설립하는 추세”라며, “해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이러한 제도개혁의 결과물인데, 박근혜정부나 현 정부 모두 방만한 관리체계를 방치한 채 공론화의 겉모양만 모방하면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 전문가검토그룹 참여 11인은 공동성명을 통해 “산업자원부의 임시 자문기구인 재검토위로는 계약된 간이용역과제 일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요식적인 재검토과정과 이를 근거로 한 공론화추진 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대안으로 “정부가 정작 서둘러야 할 일은 산자부, 과기정통부 등 부처별로 산하기관별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체계를 일소하고, 국가차원의 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정책의 신뢰도와 지속성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월성원전의 이른바 ‘맥스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장계획은 산자부가 기존의 원전주변지역 보상체계를 성격이 다른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단순 적용하면서 발생한 민-민 갈등으로 체계적인 의사수렴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검토위는 1월중으로 전문가검토그룹의 일정을 완료할 예정이며, 이를 근거로 올해 중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전국공론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박근혜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이란?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이하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 선정 등 집중형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공론화 과정은 공론화위원회 시작부터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충족시키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 10월 당시 15명으로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위원구성과 운영과정에 문제제기를 한 위원 6명이 사퇴하였고, 2029년 처분부지 선정이라는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박근혜 정부의 공론화는 반발하는 원전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대화없이 공론화과정을 거쳤다는 명분으로 계획을 밀어부쳤다는 비판도 받았다. 당시 원전지역주민들은 최종처분시설 준공전까지 기존 저장수조에 밀집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이른바 ‘건식’저장시설을 통해 원전부지별로 보관하는 방안에 대해 반발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당시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도 발의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이후 중단됐다.
■ 공동입장문 -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및 공론화추진에 대한 재검토그룹 참여전문가들의 우려와 입장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검토그룹 참여자
구길모, 김수진, 김연민, 김종달, 박원재, 석광훈, 이정윤, (전의찬), 주영수, 조남진, 한병섭 (가나다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이하 재검토위)는 지난 2019년 11월 총 34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검토그룹(이하 검토그룹)을 모집한 이후 지금까지 약 2개월 기간동안 검토그룹의 회의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박근혜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결과(이하 공론화결과)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목적으로 한 <재검토위>의 <검토그룹> 운영과 논의내용은 너무나 부실했습니다.
수많은 전문인력의 장기간 집중적 검토가 필요한 의제들에 대해 1주일 1회의 느슨한 자문회의식 진행, 간이 의견메모 취합은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안고있는 사회적 중량감과 복잡성을 다루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심층적인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공론화결과와 기본계획의 재검토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날림’으로 진행되었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임시자문기구로 아무런 권한과 책임도 없는 <재검토위>는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는 커녕 계약된 산자부의 간이용역과제 일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산자부는 이처럼 요식적인 재검토절차를 근거로 무엇을 공론화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맹목적인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으로 이는 본질적으로 박근혜정부의 공론화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정작 시급한 과제는 공론화가 아니라 <산자부>, <과학기술정통부> 등 부처별, 산하기관별 이해에 따라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체계적, 독립적으로 운영할 국가차원의 방폐물 관리위원회의 설립입니다 (참고자료 1).
박근혜정부는 물론 현 정부도 영국 등 선진국들의 사용후핵연료 정책개혁과정을 외면한 채 공론화만 외형적으로 모방하려는 태도는 동 사안의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참고자료 2).
더욱이 <재검토위>는 투명성과 참여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할 사용후핵연료 논의에서 원전지역 주민단체 및 시민사회의 참여와 의사개진을 배제하면서 처음부터 불신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우리는 정부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요구사항>
1. 우리는 산자부에게 부실하고 조잡한 재검토과정 및 요식적인 전문가검토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2. 요식적인 검토에 근거한 맹목적인 공론화는 불요불급하며, 예산낭비와 공론화의 본질적 가치만 형해화시키는 만큼 공론화계획도 폐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3. 정부는 현재의 방만한 부처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를 일소하고 조속히 국가차원의 방폐물관리위원회를 설립, 체계적이고 책임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합니다.
4. 사용후핵연료정책 공론화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체계를 수립해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한 이후 추진할 것을 권고합니다.
5. 당면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확장논란은 산자부의 불명확하고 자의적 지역보상에 따른 민-민 갈등의 결과로,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회복노력과 함께 보상기준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합니다.
2020년 1월 10일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전문가 포럼 위원
문의: 이동광(070-4640-2624, ecoenergyparty@gmail.com)
첨부:
[참고1] - 국내의 부처별 방만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진행경과
[참고2] - 영국의 독립적 방폐물관리위원회 설립과 공론화의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