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추도사
일시: 2019년 8월 18일 오전 10시
장소: 현충원
존경하는 故 김대중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기억과 추억이 옅어질 법한 시간이 흘렀지만, 대통령님의 빈자리가 더욱 또렷이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한반도평화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인권과 정의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뿌린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과 정의의 씨앗은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또한 남·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칼날 같은 대치상황을 뚫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내셨습니다. 대통령께서 물꼬를 튼 남북화해는 이제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남북의 만남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북미정상회담도 횟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분명한 사과의 표현을 받아낸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은 65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협력의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통령님의 집념 어린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아베의 시대착오적인 도발을 단호히 막아내고, 대통령님이 일구어 놓으신 성과를 바탕으로 동북아평화를 약속하는 신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시대정신에 대한 통찰력은 비단 외교 분야에서만 빛을 발한 게 아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기초생활보장제 도입과 4대 사회보험 완성으로 복지사회의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를 신설하고,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합법화했으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 민주인권국가의 기틀을 잡으셨습니다.
후배정치인으로서 무엇보다도 닮고 싶은 것은 대통령님의 불굴의 투지와 시대를 헤쳐 오신 도전자로서의 삶입니다.
다섯 번의 죽음의 고비, 6년 동안의 감옥살이 그리고 수십 년의 감시, 연금, 망명생활을 극복해내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독재와 타협하지 않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는 정적마저 넓게 껴안으셨습니다. 극한 대결정치의 리더십이 득세하는 지금의 정치현실에서야말로 대통령님께서 몸소 실천하신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나의 영웅은 국민’이라고 하셨습니다. 저의 영웅도 국민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정의는 역사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역사는 정의의 편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정치가 제자리를 찾으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일찍이 제안해주셨던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혁, 온몸 던져 완수하겠습니다. 국민을 섬기며 정의의 역사를 신뢰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정치, 평화롭지 않은 정치,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를 반드시 바꿔내겠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 길을 여신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와 인권의 새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곁에 환한 미소를 띤 이희호 여사님 모습이 보입니다. 대통령님의 영원한 동지, 영원한 사랑 이희호 여사님과 부디 하늘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9년 8월 18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