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 예방 대화 전문
일시: 2019년 7월 31일 오후 2시 10분
장소: 국회 본청 223호
심상정 대표 (이하 심): 오늘 바쁘신데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정책실장이 되고 하셔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데, 하자마자 아베 도발에 직면해 큰 현안을 담당하게 되어 고생 많으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하 김): 많이 도와달라.
심: 매일 도와달라는 소리를 (웃음). 기왕 오셨으니 늘 들으셨을 텐데. 제가 대표가 되기 전까진 정개특위에 집중했다가, 대표 되고 쭉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가장 큰 우려가 경제기조가 어디로 가는 건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것 같다. 이제 실장님 이전에 2년 동안 진행된 경제정책의 성과와 한계가 있고, 그 토대 위에 김상조 실장님이 이어서 방향을 잡으셔야 하는데, 가장 크게는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경제의 방향을 잘 잡으셨다. 그런데 실제 집행 과정에서 여러 패착이 있고 그러다 보니 혁신경제를 중점에 두겠다고 했지만, 결국 대기업의 성장전략으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했는데 사실은 의욕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들이 다 줬다 도로 빼앗는 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노동계에서도 굉장히 원망이 크다는 말씀드린다.
최근에 여러 규제 완화 부분들이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 정부, 박근혜 정부 때에도 전경련 중심으로 ‘규제 기요틴’이라 해서 많은 규제 완화 요구가 있었지만, 그때 당시엔 지금 여당인 민주당과 힘을 합쳐 상당 부분 방어를 해냈다. 그때도 유보됐던 규제들, 착한 규제들이 지금 이 정부 들어서 많이 흔들리고 있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말씀드린다.
종합해서 답변을 주셔야 할 텐데 특히 지금 반도체 소재 산업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에는 저희가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고 적극 지원해드릴 생각이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 소재·장비·부품 산업들의 국산화와 다변화가 그동안 노무현 정부 때도 강조됐던 것인데,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서야 해법도 제대로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말씀드린다.
저는 2012년도 구미 불산 폭발사고 당시, 소재 산업을 맡았던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곤경에 처해서 저에게 찾아온 적 있었다. 고순도, 순도가 높은 물산을 생산하는 것을 자체 생산하려 했는데 결국 반도체 업체가 포기시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이 있으니 그렇겠지만,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전부 일본에 의존하게 됐다. 그 시점의 정부 역할도 많이 미흡했지만, 반도체 회사들이 미래 경쟁력을 대비하는 자기 투자를 소홀히 한 점도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말씀드린다.
이후 전문가들과 얘기하면 다 그렇게 얘기한다. 일본 반도체 소재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가, 결국은 반도체 대기업들이 소재 부품 회사들과 협업이 잘되고 기술 지원도 열심히 하고 차세대 소재에 대해 같이 연구개발도 하고 경쟁력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SK·삼성전자 등에서는 협업이 안 되고 차세대 소재 같은 경우는 함께 개발하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는 이 국면에서, 소재산업의 국산화나 다변화를 위한 대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국산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정경제를 제대로 실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건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제도 개선이나 예산 지원 같은 것도 대기업의 뒷바라지를 할 게 아니라, 건설적이고 선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지원해야 한다는 말씀드린다.
화평법·화관법 개정 관련해선 제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야겠지만, 화평법은 제가 대표 발의해 제정한 법이다. 누구보다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이 법을 제정한 이후 무려 모 경제지, 보수 신문에서는 2개월 동안 1면 탑에 심상정이 화학 산업을 말아먹은 것처럼 공격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음에도 이것이 착한 규제이고 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법에서 정한, 조건에 맞는 등록을 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제기를 간담회에서도 들었다. 제가 환경부에 이야기한건, 원칙을 후퇴시키지 말고 중소기업에 추가되는 부담이나 절차상 실무적 지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말하자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보완하는 해법을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환경부의 얘기를 들어본 바에 따르면 상당 부분 보완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화평법·화관법 개정해주겠다는 얘기를 했을 때 굉장히 우려가 컸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분명하게 점검이 돼야겠다는 말씀 드린다.
김: 무엇보다 먼저 심상정 대표님, 세 번이 아니라 두 번째 (웃음). 지난번 5당 대표 회동에서도 농담으로 드려봤다. 다시 대표로 취임하신 것,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심: 아직 보름밖에 안 됐다. 괜찮다.
김: 저도 5주밖에 안됐다. 심 대표님과 저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심: 심상정 정부에서 일하기로 약속해놓고(웃음). 아직 우리가 정권 못 잡았으니 양해하도록 하겠다.
김: 오래전부터 봐왔던, 그리고 여기 앉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꿈, 설계가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약속드린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경제의 구조도 바뀌고 한국사회의 어떤 지형도 바뀌고 있기 때문에, 목표는 같더라도 실현하는 수단에서는 조금 더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은 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면 재벌 개혁,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하더라도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에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생각한다.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목표는 일관되게 유지하더라도 이에 대한 수단에서는 조금 더 열어놓고 검토하는 정도라고 말씀드리겠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다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적어도 제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그건 약속드린다.
그리고 노동존중 사회와 관련해선 앞으로 어떤 노동정책·노사관계정책은 노사정 사회 대화의 틀 내에서 진행하되, 다만 최근 굉장히 약화된 노정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상호 간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규제 문제에 대해 오전 회의할 때, 박원석 의장께서 여러 우려의 말씀을 주셨고 그 부분에 관한 정부 차원의 좀 더 구체적인 설명 말씀을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그 부분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기회를 보겠다. 다만 지난번 화평법·화관법·산업안전법·노동시간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때 내용들이 간략하게만 적시됐습니다만, 앞부분에 경제부총리와 제가 합의해서 넣은 표현이 있다. ‘안전·노동권과 관련한 규제의 기본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하되, 지금 상황 속에서 필요한 조치에 대해선 한시적·임시적으로 유연하게 생각한다’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경제부처와 그런 기조에서 움직이니까. 지금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말씀드리고 의견을 들어 반영하도록 하겠다.
그다음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부분에서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최첨단 소재·부품·장비에 관해 과거 우리 기업이 만들어왔던 폐쇄적·수직계열화 체계에서 보다 개방된 생태계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은 사실 대기업들은 이젠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정부 대책이 아니라 삼 년, 오 년 이상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의 틀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혹시 화이트리스트 각의 결정을 하게 된다면 그간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준비해왔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국회와 국민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심: 좀 더 소상하게 설명 들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 국면에서 앞으로 어떤 자세와 플랜을 갖느냐, 그리고 그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지원과 협력을 하느냐가 연동되어있다. 그거 없이 정부가 나서서 재계 요구 들어주고 어디 요구 들어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저는 기본적으로 문제라 생각한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건 기업이 책임지고, 이와 연계해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를 드린다. 규제 완화 필요하면 해준다 하더라도 그럴 때 기업이 책임져야 될 일은 무엇인가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다소 후퇴된 것이라 하더라도 선진적인 산업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 제일 먼저 나온 게 규제완화다. 저는 정부가 급한 김에 재계의 요구를 무분별하게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재벌 편향이 강해졌다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은, 지난번 삼성·현대 지원 같은 경우인데 삼성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는 지연된 투자다. 진작 그 얘기는 나왔었다 그럼에도 돈이 없어 수출을 안 한 것이 아니다. 당장 눈앞 이익에 급급해 중장기적 투자를 안 했는데 정부가 23조씩 지원한다고 했다. 그 대신 팹리스 기업과 같은 전문 설계 기업은 제가 기억하기론 6천억 정도 지원해, 현재 삼성에 목을 매는 기업들이 되어 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혁신 경제는 삼성에 줄 23조 중 단 5조라도 떼어 팹리스 기업들이 창의적, 주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 아닌가. 그런데 이건 지연된 투자에 책임은 커녕 거기다 세제 지원을 얹어주고 중소기업의 창의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질 않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정부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 나중에 구체적 사례를 보며 얘기를 하겠지만.
김: 우려하시는 건 당연하다. 제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아시잖아요. 지켜봐 달라.
심: 물론 실장님 오시기 전 진행된 일이긴 합니다만, 분명 말씀드리는 건 재벌 대기업 요구는 전광석화처럼 수용되고,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여러 어려움에 다한 비용은 노동자나 민생 어려움에 처한 서민에게 전가되는 식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 저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 우려하신 건 꼭 마음에 담아두겠고,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정책 만들고 집행하겠다.
(이후 비공개)
2019년 7월 3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