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 초월회 모두발언
일시: 2019년 7월 1일 오후 12시
장소: 국회 귀빈식당
어제 판문점에서 세기의 만남이 있었고, 이제 국회가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의 역할을 심도 있게 정리해야 될 때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오늘 초월회 마지막 참석입니다. 당 대표 임기가 7월 12일까지입니다. 그동안 잘 이끌어주신 의장님께도 감사드리고 대표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에 못 뵙고 가는 줄 알고 걱정 많이 했는데 나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님의 모두발언을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 정상화에 아직도 전제조건이 남아있나? 지금 정상화가 합의된 것이 아니었나? 뭐가 더 남아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근래 의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던 며칠이었습니다. 국회 정상화를 하며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대화방식을 포기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라고 하지만, 이건 분명히 최대 다수의 의견을 만들어내기 위한 협의 과정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원칙이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발목 잡기가 협치보다 우선하고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위원회의 상임위원장을 당사자인 개인은 물론, 해당 정당에 어떤 양해도 없이 교체한다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이고 상대 당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가장 우려하는 건 국회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비정상적인 국회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지난 80여 일 동안 반복된 일, 아니 지난 20대 국회의 모습을 보십시오. 한 정당이 반대하면 국회는 일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역대 가장 비생산적인 갈등을 반복해왔습니다. 그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하나하나 따지지 않더라도 대체 몇 번의 보이콧이 있었는지 이제는 셀 수조차 없을 지경입니다. 저는 어느 한 정당에만 책임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돌이켜보면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어온 고질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기존 대결 정치 구도가 만든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제시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 일정을 정상화한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상적 기능을 되찾게 하는 선거제 개혁을 불투명하게 만든다면 이것은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큰 변화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지금 냉전 해체의 기회가 종전 이후 60여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대결정치를 바꿀 기회는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유실하지 않도록, 특히 집권여당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반드시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2019년 7월 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