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상임선대위원장, 한국오라클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외국계 IT노조 공동 기자회견
일시: 2018년 6월 1일 오전 9시 10분
장소: 정론관
■ 이정미 상임선대위원장 인사말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선거운동 이틀째이지만 사안이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론관을 찾았습니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갑질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선망하는 외국계 IT업계의 노동현장에서 이런 갑질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지에, 그 과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미국계 IT회사 한국오라클이 파업 17일째를 맞았습니다. 이 사업장은 모두가 선망하는 외국계 IT기업이지만 그 실상은 한국과 미국기업의 단점만 조합한 열악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최대 100시간 이상 일을 시키고, 사람을 자를 때는 가차 없습니다. ‘일은 한국식으로 굴리고 자르는 건 미국식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사교섭에서는 걸핏하면 미국본사 핑계를 대면서 교섭을 해태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입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협박을 일삼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외국계 아이티 기업들의 공통된 현실입니다. IT 업계의 특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은 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력도 없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라클도 마이크로소프트도 휴렛팩커드도 모두 유한회사 형태로 주식회사와 달리 감사를 받지 않습니다.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회사의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 알 수가 없고, 조직개편이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일상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오라클이 세계적 IT 기업이라면 그 명성에 걸맞게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도록 근로기준을 보호하고, 노동자와 성실교섭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에 왔으니 삼성처럼 무노조 경영이나 노조탄압을 볼 생각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변화를 읽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저는 경고드립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 오라클의 노사분규가 장기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재 교섭을 해태하고 있는 한국오라클을 부당노동행위로 입건하여 수사하고, 한국오라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100시간 살인적 근로와 부당노동행위 실태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한번 고용노동부에 촉구합니다.
한국오라클도 사측도 시대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노동자와의 교섭을 해태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의당도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의 파업이 승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 기자회견문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사무금융연맹 외국계IT노조협의회 /정의당 이정미국회의원
세계적 IT 선두업체인 미국계 다국적기업 한국오라클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간 임금동결, 만연한 사내부조리, 고용불안으로 인해 작년 9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업까지 이르게 된 이면에는 국내 외국계 IT유한회사들의 공통적인 회계불투명 문제와 사업주 갑질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선 회계불투명, 세금탈루 관련 한국오라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오라클은 미국계 IT 대기업 Oracle Corporation의 한국 자회사로 유한회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고 책임은 최소화하는 다른 다국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오라클 역시 제도적 허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지난 2016년 국세청은 오라클의 국내법인 한국오라클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아일랜드 조세회피처를 통해 약 2조원의 조세를 회피한 혐의를 포착하고 3147억198만원의 법인세를 부과했습니다. 회사가 이에 불복해 현재 법적 소송 중입니다.
한국오라클은 2008년 유한회사로 전환하며 외부감사를 받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실적, 배당금, 기부금 등 경영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환 직전 2008년 공개된 마지막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2,875억의 매출이 있었는데 본사 및 관계사에 송금한 라이선스 수수료, 지급 수수료는 1,386억원, 매출 대비 48%나 되었습니다. 라이선스, 지급 수수료뿐만 아니라 2008년 당기 순이익 414억 중 절반이 넘는 230억이 이익배당금으로 송금이 되었습니다.
매출의 절반은 온갖 수수료로 떼어가고, 이익의 절반은 배당이라는 이유로 떼어갔습니다. 이것이 정당한지, 세무상 문제가 없는지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한회사 변경 이후에는 더 이상 경영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과다한 수수료 및 배당금 여부를 확인조차 할 수 없습니다.
같은 유한회사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제품의 변화 (구축형 SW 라이센스 판매에서 클라우드형태의SW 임대)에 따라서 본사로 직접 넘어가는 매출은 더욱 알 수 없어졌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이 임단협 교섭을 위해서 필요한 재무 정보를 요구했는데 본사의 보안 정책이라는 미명으로 전혀 전달하지 않음으로 임금협약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HP 또한 외국계 유한회사라는 것을 이용해 회계내용을 정확하게 공지하지 않고, 근거 제시도 없이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허울 좋은 희망 퇴직을 강요하며, 직원들을 사지로 몰고 있습니다.
다음은 회사의 갑질 횡포입니다.
한국오라클 현장 엔지니어들은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심지어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업무과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면서도 이에 대한 보상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 엔지니어 인력 확충 없이 서비스 계약과 매출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엔지니어 한명이 감당해야할 업무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회사는 시간외 수당으로 일부 보상하고 나머지는 대체휴가로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사람이 모자라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업직 직원에게는 매출을 강요하면서 폭언이 난무하고, 영업성과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평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오라클 직원의 대부분은 장기간의 임금 동결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10년째 임금이 동결된 사례도 있습니다. 직원들의 70%는 임금인상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일부 인원에 대해서만 인상을 해주거나, 규정을 어겨가면서 인상을 해주는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같은 미국계 IT다국적 기업인 한국마이크로소트프와 한국HP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간 불법적 행태의 밀어내기 매출 조장, 자격이 의심스러운 일부관리자의 눈밖에 벗어난 직원에 대한 인격모독으로 퇴직 종용, 본사의 조직변경 요청에 따라 직무 폐지, 업무 배제 등을 통한 직원들 사직강요, 스마트워크라는 미명하에 퇴근 후 업무 지시, 휴게시간에 회의 및 교육, 시간외 근무에 대한 임금 미지급, 거의 무보수로서 정상적 사생활 불가능하게 하는 야간 기술지원 대기 강요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HP도 일방적 분사에 반대하는 직원들 대기발령, 회사의 관행에 의해 진행된 영업행위에 대한 부당해고, 휴가계 제출 직원에 대한 매니저의 인격모독 등 갑질행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파업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계와 정보의 불투명성, 조직개편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제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매니저의 횡포 등 유한회사 형식의 외국계 IT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IT노동자들의 저항입니다. 그래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노동조합과 한국휴렛팩커드 노동조합은 전체 IT노동자들을 대변해서 투쟁하는 한국오라클노조의 파업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투쟁승리의 그날까지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한국오라클은 이러한 전체 IT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한 투쟁에 대해 아직도 미국본사 핑계로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하고 매니저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파업참여 여부 확인, 무노동무임금 협박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한국오라클의 세금탈루 의혹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파업기간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적 근로감독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또한 외국계 IT업체들의 부당노동행위와 갑질횡포, 장시간 노동실태에 대해 근로감독과 시정조치를 촉구합니다. 아울러, 한국오라클 사용자는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당사자가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교섭에 나와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단체교섭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8년 6월 1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