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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건보료 개편, 당정협의, 믿을수 있을까(프레시안칼럼)

건보료 개편 당·정 협의,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건보 부과체계 개편 재추진 여섯 가지 체크 포인트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 2015.02.09 15:00:16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재추진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다행스런 일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간절히 바랐던 민심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건보료 개편 재추진은 민심의 승리

지난 1월 29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 예정일 전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금년 중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했다. 당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30% 밑으로 추락하여 레임덕을 우려하는 등 여권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부과체계 백지화로 정권의 핵심 지지층의 추가 이탈을 막으려던 셈법이었겠지만, 오히려 이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간절히 바랐던 서민들의 거센 반발로 자충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기획단 개편안대로 추진되면 그간 소득이 있어도 건보료를 부담하지 않았던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45만 명 고소득자들의 부담은 늘고, 지역가입자 1000만 명 이상은 건보료 부담이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는 성난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지난 2월 6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① 부과체계의 형평성 제고 및 합리적 개선 ② 폭넓은 여론수렴 및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정책 리스크 최소화 ③ 사회적 동의라는 3대 원칙을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담 능력을 넘어 건보료를 부담해온 지역가입자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하고,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무임승차해온 고소득층의 부담은 늘리는 방향을 확인한 것이다.

아직 재추진 여부 신뢰는 어려워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추진하겠다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다시 원칙대로 재추진될 것인지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의문이다. 그간 정부는 기획단에서 소득 중심의 개편이라는 원칙으로 추진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부과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려는 의지가 약했다.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일부 경감해주고 새롭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소득 범위도 일부만 확대하는 정도로 개편의 폭을 축소하고자 해왔다. 이런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 지난해 9월 11일에 발표한 부과체계 개편안이다. 당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정부안이 소득 중심의 원칙에서 다소 물러선 방안이긴 하더라도 그 개편의 긍정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 이후 보건복지부는 개편안 발표를 계속 미뤄오다 오늘에 이른 것이다.

또한 재추진 방식도 비판받을 만하다. 정부는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통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단다. 당·정협의라는 과정은 사회적 논의 폭을 줄인다. 정책논의와 결정의 주체를 정부와 새누리당만으로 한정함으로써 야권,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기에 그렇다.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할 개선안은 애초 기획단 개편안보다 더 후퇴된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당·정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제대로 된 부과체계 개편을 위해 주목해야할 여섯 가지 체크포인트를 알아보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개편 관련 당정 현안보고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개편 관련 당정 현안보고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부담 능력에 따른 건보료 부과 원칙 강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논의된 핵심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데 있다. 건강보험료는 부담 능력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과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근로소득이 유일한 소득원천인 대다수의 직장가입만이 이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 소득이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5만 원 부담한 송파 세 모녀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소득이 있음에도 건보료를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도 적지 않다.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평가소득), 재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까닭에 경제 능력보다 보험료 부담이 과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부과하여 근로 외 소득에는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거나,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가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과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근로 외 소득으로 부과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능력비례 부담이라는 원칙을 세우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소득'이다. 건강보험의 가입자라면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가장 형평적이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논의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성·연령·자동차 폐지, 재산 기준 역진성 해소

애초 정부안은 성·연령 기준과 자동차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재산 기준이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담의 절반은 재산 기준으로 발생한다. 전세 월세에도 건보료가 부과되고, 달랑 집 한 채 있다고 해도 과도하게 건보료가 부과되고 있다. 1억 원의 재산에 7만7000원, 3억 원엔 12만 원이 부과되나, 30억 원 이상엔 27만 원만이 부과된다. 역진성이 매우 심각하다.

원칙적으로 재산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 즉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에 부과하는 방식이 올바르다. 하지만, 당장 재산 기준을 모두 폐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우선은 소득이 발생하는 않는 재산인 전·월세, 일정 가격 이하의 1주택에는 건보료를 면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산 기준을 폐지하는 방향을 지향하되 한시적으로 재산기준을 하후상박적으로 완화하여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은 동의한다.

셋째, 최저보험료 설정에 따른 극빈곤층 부담 증가 대책

지역가입자의 절반은 국세청에서 소득 파악 자료를 갖고 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소득이 없거나 있더라도 신고할 만한 소득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과체계 개편으로 이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어든다. 대신 정부는 이들에게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해왔는데, 극히 일부의 경우는 최저보험료가 오히려 건보료가 인상될 수가 있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15% 정도는 건강보험료가 1만6000원 이하이다. 이들은 소득도 재산도, 자동차도 전무하여 사실 의료급여 대상자여야 하나, 우리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실로 배제된 빈곤계층이다. 다행이 정부도 이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조치를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조차도 경감해줘야 한다. 부과체계 개편이 다수의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긴 하지만, 극히 일부라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 외 건보료 부과 종합소득 범위

현재 직장가입자 1455만 명 중 246만 명(15%정도)은 근로소득 외에도 추가로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주로 사업, 임대, 이자, 배당 소득과 같은 소득이다. 애초 개편안은 종합소득을 가진 246만 명 중 연 2000만 원 초과 보유자로 약 27만 명 정도(전체 직장가입자의 1.8%)에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부족하다. 대상자도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2000만 원의 기준은 너무 높다. 기획단자료에 의하면 1200만 원을 기준으로 낮추더라도 대상자는 40만 명(전체 직장가입자의 2.7%)정도에 불과하다. 금융소득(이자, 배당소득)이 2000만 원 이상자라면 적어도 8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야말로 고액 재산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보료를 부과하는 종합소득 기준은 500만 원 정도로 더 낮출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무임승차 피부양자 기준의 강화 범위

지난 개편안에 따르면 피부양자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종합소득 기준도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연 2000만 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상은 피부양자 2000만 명 중 19만 명 정도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가 230만 명임을 고려하면 대상자 폭이 너무 적다(소득있는 피부양자의 8.2%).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맞추되 소득 기준은 대폭 하향해야 한다.

한편 피부양자의 소득의 종류 중 공적 연금소득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이 32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소득에 대해서는 일정소득을 공제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소액의 연금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섯째, 양도소득, 상속·증여액에 대한 건보료 부과

현재 정부는 양도·상속·증여 소득에는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 중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에 포함되어 있어, 일정 소득 이상에는 건보료가 부과된다. 양도·상속·증여 소득 대상자는 대략 63만 명 정도다. 정부는 양도·소득의 경우 일회성 소득이고 상속·증여 소득의 경우 재산 개념이 강하다는 이유로 제외하고 있다.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를 원칙적으로 적용하자면, 적어도 양도 소득에는 당연히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때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는 이상 이중 부과 논란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나는 재산 기준을 폐지하되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자산 불평등이 지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판단한다.

시민단체, 야당의 역할도 중요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백지화 선언 이후 성난 민심을 확인하였을 것이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소득 중심의 원칙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부과체계 개편이 다시 추진되기를 바란다.

물론 우리 시민단체는 부과체계 개편을 정부와 새누리당에만 맡겨두진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부과체계개편의 필요성을 시민에게 알리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치권에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 야당임에도 이 주제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민사회와 야권이 함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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