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어린이 보험을 가입해 두고 있다. 우리의 아이가 자라면서 혹시 모를 큰 병이나 사고나 나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아이를 사랑한다면 하나씩 정도는 아이보험을 가입해두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필자가 사보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을 주로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와이프 조차도, 엄마들 모임에 나간 후에는 ‘그래도 우리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보험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게 좋지 않을까’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아마도 엄마들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아이들 건강이나 교육관련 주제이고 건강이라면 당연히 보험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이를 위한 보험이 전혀 없으니 대화에 적극 참여하기도 어려웠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지금은 더욱이 얘들이 10살 안팎이라 더욱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버렸다.
자, 이제 거의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위해 가입하고 있는 어린이 보험에 대해 살펴보자.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진 않지만, 보험사의 자료를 보면,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대략 60%내외정도의 가입률을 보인다. 심지어 30~40대 성인 보다 어린이의 가입률이 더 높다. 어린이 보험의 경우 실손의료보험 외에도 있기에 실제 가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린이 보험이 보장해주는 대상은 성인과 비슷하다. 어린이 보험의 대상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분만전후에 아이와 엄마에게 발생하는 질환(그래서 태아보험이라고도 함), 소아암, 일부 희귀난치성 질환, 각종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정액보장, 실손의료비보장 등이다. 실제 상품을 통해 살펴보자. 삼성화재에서 판매하는 자녀보험 ‘엄마맘에 쏙드는’ 예이다.
보험료 내역을 살펴보면 월 보험료는 총 50,000원이다. 각 보장내용(특약)별로 보험료를 세분해보면 기본계약 1,100원, 암질환 799원, 태아 5,450원, 상해질병 7,612원, 기타 125원, 의료실비 20,873원, 적립보험료 14,031원이다.
먼저 암질환을 살펴보자. 이보험은 암질환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총 보험료는 799원이다. 그중 364원은 암진단시에 400~600만원을 주는 보험료이며, 나머지 435원은 암수술이나 입원시에 보험료에 해당한다. 의외로 보험료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보험료에는 적지 않은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는데도 그렇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가장 걱정스러운 질병이 바로 소아암이다. 그런데 소아암을 보장해주는 데 필요한 보험료는 겨우 364원 정도다. 물론 보장 보험금이 크지 않아서 이지만, 예로, 소아암 진단시 열배인 4,00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보험료는 3,640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앞의 기획연재를 읽으신 독자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앞 연재에서 5,000만원의 암보험금을 지급해준다는 라이나 생명의 플러스암보험의 30세 보험료가 월 1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암발생율을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아암의 그 발생율이 매우 적다. 30~34세의 암발생율은 10만명당 110명인데 반대, 소아의 경우에는 10만명당 10~20명 정도가 발생한다. 발생률차이가 5~10배가 차이가 나는데도 보험료차이는 3배정도 차이만 난다. 이런 발생율의 차이를 살펴보면, 소아암 보험료조차 결코 싸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
|
현재 소아암 치료에 소요되는 총진료비는 2014년 기준으로 대략 2,600억으로 추정된다(소아암 환아 의료비 전액지원 및 학습권 확대를 위한 국회 토론회(2012.12.26)자료에 근거함). 그 중 건강보험이 1,800억 정도를, 소아암환자부모가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으로 800억가량을 지출하고 있다(소아암환자에 별도로 지원되는 국고지원은 제외). 즉, 1년에 800억 정도만을 추가로 건강보험이 보장해준다면, 소아암환자의 치료비 전액을 보장해줄 수 있다. 지난해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 누적흑자가 8조원에 이르는 데 그중 단 1%만 소아암환자 진료비로 쓰더라도 충분한 셈이다.
다음으로 태아 보험이다. 태아보험은 출산 전후의 아이와 산모에 대해 보장을 해주는 보험이다. 보통 보통 임신 전기에만 가입이 가능하며, 보험기간은 1년 만기다. 따라서, 1년이 지난 후에는 이 특약은 소멸된다. 2.5kg이하의 저출생아로 태어났을때 의입원비를 지원해주거나, 산모가 사망했을때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보험이다.
상해와 질병에 소요되는 보험료는 7,612원으로 여기에는 각종 사고로 인한 골절이나 일부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중증질환으로 인한 수술비를 지급해준다. 여러 항목에 있긴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질환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특약에서 보장해주는 항목이 많으면 마치 거의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는 것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 소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수백여 질환이 훨씬 넘는다. 그런 희귀난치성 질환의 모두가 아니라, 단지 몇 개 큰 수술이 필요한 질환 정도만을 보상해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장이 의료실비다. 5만원 중 20,873원이 실손의료비 목적으로 보험이다. 다른 특약과 달리 이 실손의료비는 1년마다 갱신된다. 이 역시 앞 기획연재에서 설명한 바 있는데 의료비는 태어났을때 높다가 점차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며, 다시 20세가 넘어서는 조금씩 증가해서 60세 이상에서 급격히 의료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성인에서의 실손의료보험료는 갱신시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소아의 경우에는 첫해에 가장 높다가 이후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적립보험료가 14,031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적지 않게 책정된 적립보험료라는게 도대체 무얼까.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계약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보험가입자가 꼭 부담을 해야 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험약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약관에 정의된 적립보험료는 ‘회사가 적립한 금액을 돌려주는데 필요한 보험료’라고 되어 있다. 적립보험료란 만기시에 돌려주는 저축보험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앞 연재에서 만기환급형 보험에서 저축보험료의 역할을 살펴본 바 있다. 이 어린이 보험에서도 이 적립보험료란 저축보험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 어린이 보험은 만기시에 그간 낸 보험료의 58.9%(최저보증이율적용시) 정도를 돌려주는데 이 만기 환급금을 위한 보험료이다. 필자는 앞선 기획연재시리즈에서 만기환급형 보험은 순수보장형 보험와 저축보험을 결합한 상품임을 설명한 바 있다. 만기환급형 보험이란 낸 보험료를 돌려주는 보험이 아니라, 단지 순수보장형 보험료에 추가로 받는 저축보험료로 각종 투자를 통해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가입자가 추가로 낸 저축보험료에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는 떼고 남은 저축보험료에 약속한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
이 어린이 보험에 포함되어 있는 적립보험료 역시 추가로 받는 저축보험료일 뿐이다. 이 저축보험료는 어린이 보험의 보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저축성으로 굳이 가입자가 가입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굳이 적립보험료는 없어도 된다. 그렇다면 꼭 의무적으로 이 적립보험료를 부담해야할까? 꼭 그렇진 않다. 약관을 잘 살펴보면 회사의 승인하에 이 적립보험료는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가입시 이 적립보험료는 빼달라고 요구할 때 보험회사가 어떻게 할런지는 필자도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실제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보험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았다. 부모들이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아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걱정이다. 그런 불안으로 인해 소아 한명당 보통 3~5만원 내외의 적지 않은 보험료를 부담해고 있다. 더군다나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의 보험료를 늘리기 위해 적립보험료와 같은 저축성 보험료를 추가로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이 보험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만기환급형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소아 진료비는 감기나 천식, 폐렴 등의 가볍고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다. 물론 아주 일부 질환은 치명적인 질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전체적으로 본다면, 소아의 의료비는 성인에 비해 매우 적다. 차라리 사보험방식이 아니라 건강보험 적용을 늘려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소아암환자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주는데 필요한 재원은 기껏 800억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재정이 40조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고도 남는다. 더욱이 8조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이 누적되어 있기에 그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