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오리발' 박근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포기하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후 의료비 민간 보험 길 터준 박근혜 정부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 가정의학과 의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6-24 오전 9:27:38
박근혜 정부가 민영 보험사와 손잡고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라는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인 7월경 출시를 허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란 65세 이후 지출할 의료비를 대비해 젊을 때 미리 저축해 놓은 뒤 노후 실손 의료보험료와 본인 부담금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이미 팔리고 있는 연금 저축 상품에 노후 의료비 저축을 결합시킨 것이다.
노후에는 의료비 지출은 많은데 소득은 별로 없으니 여유(?)가 있는 젊을 때 미리 대비해놓자는 것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노후 의료비 보험 출시는 그 실효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숨겨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대신 민간 보험을 선택한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홍보해 많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었고 당선되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약속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직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공약을 뒤집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핵심인 3대 비급여는 손도 대지 않겠다고 하였고,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바도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 18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범위와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1.7%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가입자의 입장에서 보험료 인상분이 작아 좋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의 실체는 내년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거의 늘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를 짓누르는 본인 부담금은 계속 무겁게 방치될 것이다. 정권 초기에 약속을 지키겠다는 흉내라도 낼 줄 알았더니, 뭐 이런 정부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래 놓고선 내놓은 것이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다. 기존 연금보험에 덧붙여 민간 보험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은 20-30년 후의 노후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미리 저축해놓으라는 상품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언가? 박근혜 정부가 적어도 20-30년 후, 아니 그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할 의지가 없다는 선언이다. 대신 사보험 해당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할 테니 노후 의료비 부담이 걱정되거든 너희들이 각자 알아서 대비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포기하고, 민간 보험과 손잡았다.
현행 실손 의료 보험, 보험료만 비싸고 실효성은 없는 실패작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노후 실손 의료 보험 역할을 하는 노후 의료비 보험은 실효성이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현재도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은 본인 부담금을 보상해주는 실손 의료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이 보험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당장 어려운 조건 하에서 실손 의료 보험이 그 보충적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허용해준 상품이다. 실손 의료 보험은 현재 전 국민의 60%에 이르는 30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 이들이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는 월 평균 5만-7만 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연간 18조-25조 원이나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흥행 상품이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가? 그만큼 국민들은 혜택을 보고 있나? 전혀 아니다. 2011년 실손 의료 보험의 총 지급액은 3조 원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해 국민이 의료 기관에서 직접 지불한 본인 부담 총액은 2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겨우 15% 정도만 보상해준 셈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해 있다면, 얼핏 전체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도 그와 비슷하게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갖고 있는 의료비 불안을 실손 의료 보험이 별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있다. 실제 의료비 지출이 많은 사람들은 실손 의료 보험에서 배제되어 있기에 그렇다. 60세 이상 노인, 당뇨병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 장애인, 희귀질환자, 중요 기왕증 질환자들은 제외되어 있다. 보험사들이 젊고 건강한 국민들만 단물 빨아들이듯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생애 의료비(생존자) 지출을 보면 평생 지출해야 할 의료비의 65%를 65세 넘어서 사용한다. 이 노령층은 의료비 지출은 크지만, 노후 소득은 변변찮다. 그러다 보니 실손 의료 보험에 가입할 엄두도 내기 어려우며, 보험사도 실손 의료 보험을 판매하지도 않는다.
설령 60세 이전에 실손 의료 보험에 가입하여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금융위의 보수적 추계에 의하더라도 80세 정도가 되면 실손 의료 보험료는 무려 월 60만 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민병두 국회의원실의 분석에 의하면 80세에는 실손 의료 보험료가 100만 원을 훨씬 넘어갈 것이라 한다.
사실상 실손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본인 부담금을 해결해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연령 증가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는 보험료로 사실상 지속 가능성이 없다. 한마디로 현재 실손 의료 보험은 보험사에겐 대박이었지만, 국민에겐 보험료 부담만 크고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패한 보험일 뿐이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 제 역할 못할 것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대신에, 실패한 실손 의료 보험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름과 방식을 살짝 뒤틀었을 뿐이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재포장하였다. 노후에 비싼 실손 보험료를 부담하기 어려우니 그 비싼 보험료를 미리 적립해두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내지 말고 미리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인데, 조삼모사 격이다. 결국, 부담은 온전히 국민들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설령 20-30년 후를 대비해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보험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현재 실손 의료 보험의 경우, 10년 유지율이 불과 15% 정도다. 10년 정도 지나면 85%는 중도에 해약한다. 노후 의료비 보험의 경우 개인 연금보험 상품에 결합하여 판매할 계획이라는데, 연금보험 상품의 현재 5년 유지율은 대략 40% 내외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이 해약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보험료는 보통 10만-20만 원 내외, 여기에 노후 의료비 보험의 보험료는 대략 7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다수의 중산층들도 직장의 불안정으로 인해 안정된 소득을 장담할 수 없고, 주거비·교육비 등으로 등골이 휘고 있는 상황에서 매월 수십만 원 내외의 보험료를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
더욱이 현실적으로 여전히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국민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월 수십만 원의 보험료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가구는 겨우 상위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정말로 의료비 혜택이 필요한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하는 정책이 바로 노후 의료비 보험 정책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정책이 또 있을까.
노후 의료비 해결도 국민건강보험으로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은 국민건강보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확충하여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국민, 기업, 국가가 함께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충하여 비급여를 없애고, 연간 본인 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값비싼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가계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는 운동이다.
지금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셋으로 쪼개져 있다. 건강보험료에, 과중한 본인 부담에, 여기에서 민간 의료 보험까지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료로 21조, 본인 부담금으로 26조, 민간 의료 보험료로 40조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부담해온 본인 부담액 중 절반인 14조 원 정도만 국민건강보험이 추가로 부담해준다면, 연간 본인 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되면 가구당 20만 원에 이르는 민간 의료 보험을 지출할 필요도 사라진다. 더욱이 14조 원을 모두 국민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사업주, 국가가 사회연대적으로 부담하기에, 그중 절반 정도인 6.5조 원가량만 국민이 부담해도 된다.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포괄하고 있기에 실손 의료 보험에서 나타나는 모든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나이가 많든 적든, 소득이 있든 없든, 질병이 있든 없든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을 포괄한다. 그 재원도 소득에 따라 부과하고, 사업주와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함께 사는 사회, 함께 병원비를 해결하는 사회를 제도화하자는 것이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가는 지렛대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지켜내고 국민의 의료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사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참여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
* 지난주 내만복 칼럼은 영상으로 제작된 '내만복 보이는 칼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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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란 65세 이후 지출할 의료비를 대비해 젊을 때 미리 저축해 놓은 뒤 노후 실손 의료보험료와 본인 부담금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이미 팔리고 있는 연금 저축 상품에 노후 의료비 저축을 결합시킨 것이다.
노후에는 의료비 지출은 많은데 소득은 별로 없으니 여유(?)가 있는 젊을 때 미리 대비해놓자는 것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노후 의료비 보험 출시는 그 실효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숨겨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 출처 : 보험연구원 보도자료 "노후 의료비 보장을 위한 보험 상품 도입 방안 공청회 개최" (2013.6.19) |
국민건강보험 대신 민간 보험을 선택한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홍보해 많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었고 당선되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약속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직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공약을 뒤집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핵심인 3대 비급여는 손도 대지 않겠다고 하였고,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바도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 18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범위와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1.7%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가입자의 입장에서 보험료 인상분이 작아 좋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의 실체는 내년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거의 늘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를 짓누르는 본인 부담금은 계속 무겁게 방치될 것이다. 정권 초기에 약속을 지키겠다는 흉내라도 낼 줄 알았더니, 뭐 이런 정부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래 놓고선 내놓은 것이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다. 기존 연금보험에 덧붙여 민간 보험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은 20-30년 후의 노후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미리 저축해놓으라는 상품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언가? 박근혜 정부가 적어도 20-30년 후, 아니 그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할 의지가 없다는 선언이다. 대신 사보험 해당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할 테니 노후 의료비 부담이 걱정되거든 너희들이 각자 알아서 대비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포기하고, 민간 보험과 손잡았다.
현행 실손 의료 보험, 보험료만 비싸고 실효성은 없는 실패작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노후 실손 의료 보험 역할을 하는 노후 의료비 보험은 실효성이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현재도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은 본인 부담금을 보상해주는 실손 의료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이 보험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당장 어려운 조건 하에서 실손 의료 보험이 그 보충적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허용해준 상품이다. 실손 의료 보험은 현재 전 국민의 60%에 이르는 30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 이들이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는 월 평균 5만-7만 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연간 18조-25조 원이나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흥행 상품이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가? 그만큼 국민들은 혜택을 보고 있나? 전혀 아니다. 2011년 실손 의료 보험의 총 지급액은 3조 원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해 국민이 의료 기관에서 직접 지불한 본인 부담 총액은 2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겨우 15% 정도만 보상해준 셈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해 있다면, 얼핏 전체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도 그와 비슷하게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갖고 있는 의료비 불안을 실손 의료 보험이 별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있다. 실제 의료비 지출이 많은 사람들은 실손 의료 보험에서 배제되어 있기에 그렇다. 60세 이상 노인, 당뇨병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 장애인, 희귀질환자, 중요 기왕증 질환자들은 제외되어 있다. 보험사들이 젊고 건강한 국민들만 단물 빨아들이듯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생애 의료비(생존자) 지출을 보면 평생 지출해야 할 의료비의 65%를 65세 넘어서 사용한다. 이 노령층은 의료비 지출은 크지만, 노후 소득은 변변찮다. 그러다 보니 실손 의료 보험에 가입할 엄두도 내기 어려우며, 보험사도 실손 의료 보험을 판매하지도 않는다.
설령 60세 이전에 실손 의료 보험에 가입하여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금융위의 보수적 추계에 의하더라도 80세 정도가 되면 실손 의료 보험료는 무려 월 60만 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민병두 국회의원실의 분석에 의하면 80세에는 실손 의료 보험료가 100만 원을 훨씬 넘어갈 것이라 한다.
사실상 실손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본인 부담금을 해결해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연령 증가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는 보험료로 사실상 지속 가능성이 없다. 한마디로 현재 실손 의료 보험은 보험사에겐 대박이었지만, 국민에겐 보험료 부담만 크고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패한 보험일 뿐이다.
ⓒ연합뉴스 |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 제 역할 못할 것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대신에, 실패한 실손 의료 보험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름과 방식을 살짝 뒤틀었을 뿐이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재포장하였다. 노후에 비싼 실손 보험료를 부담하기 어려우니 그 비싼 보험료를 미리 적립해두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내지 말고 미리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인데, 조삼모사 격이다. 결국, 부담은 온전히 국민들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설령 20-30년 후를 대비해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보험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현재 실손 의료 보험의 경우, 10년 유지율이 불과 15% 정도다. 10년 정도 지나면 85%는 중도에 해약한다. 노후 의료비 보험의 경우 개인 연금보험 상품에 결합하여 판매할 계획이라는데, 연금보험 상품의 현재 5년 유지율은 대략 40% 내외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이 해약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보험료는 보통 10만-20만 원 내외, 여기에 노후 의료비 보험의 보험료는 대략 7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다수의 중산층들도 직장의 불안정으로 인해 안정된 소득을 장담할 수 없고, 주거비·교육비 등으로 등골이 휘고 있는 상황에서 매월 수십만 원 내외의 보험료를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
더욱이 현실적으로 여전히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국민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월 수십만 원의 보험료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가구는 겨우 상위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정말로 의료비 혜택이 필요한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하는 정책이 바로 노후 의료비 보험 정책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정책이 또 있을까.
노후 의료비 해결도 국민건강보험으로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은 국민건강보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확충하여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국민, 기업, 국가가 함께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충하여 비급여를 없애고, 연간 본인 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값비싼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가계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는 운동이다.
지금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셋으로 쪼개져 있다. 건강보험료에, 과중한 본인 부담에, 여기에서 민간 의료 보험까지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료로 21조, 본인 부담금으로 26조, 민간 의료 보험료로 40조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부담해온 본인 부담액 중 절반인 14조 원 정도만 국민건강보험이 추가로 부담해준다면, 연간 본인 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되면 가구당 20만 원에 이르는 민간 의료 보험을 지출할 필요도 사라진다. 더욱이 14조 원을 모두 국민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사업주, 국가가 사회연대적으로 부담하기에, 그중 절반 정도인 6.5조 원가량만 국민이 부담해도 된다.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포괄하고 있기에 실손 의료 보험에서 나타나는 모든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나이가 많든 적든, 소득이 있든 없든, 질병이 있든 없든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을 포괄한다. 그 재원도 소득에 따라 부과하고, 사업주와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함께 사는 사회, 함께 병원비를 해결하는 사회를 제도화하자는 것이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가는 지렛대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지켜내고 국민의 의료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사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참여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
* 지난주 내만복 칼럼은 영상으로 제작된 '내만복 보이는 칼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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