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부문위원회

  • [건강정치위원회] [읽을거리] 진주의료원 해법, 지방의료원 '의사리더십'구축이 관건이다

 

[박형근] 진주의료원 해법, 지방의료원 ‘의사 리더십’ 구축이 관건이다.
 
 

 

 글쓴이 : 복지국가 SOCIETY
조회 : 181  
박 형 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준표 경남 지사가 내세운 진주의료원 폐업의 이유는 누적 적자 급증과 강성 노조 탓이었다. 진주의료원의 의료 수준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해서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 보다는 노조와 조합원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강성 노조의 조직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 노조의 해방구’로 전락한 지방의료원에 1년에 40-50억 원씩 도민의 혈세를 투입해 병원 운영을 지속하는 것은 도민의 세금을 관리할 책임을 위임받은 도지사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게 홍준표 지사의 설명이다.
 
의사 요인을 도외시하고 강성 노조만 탓한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다수의 지방의료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들고 있고, 적자가 커지고 있으며,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강성 노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 조직의 성과는 현재 병원 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병원의 일반 직원들보다는 병원 조직 내 의사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병원관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어떤 ‘문제’ 병원이 처한 ‘문제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병원 조직의 의사 요인을 우선적으로 짚어보는 게 순리이자 올바른 해법을 찾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홍준표 지사와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주도하는 와중에 진주의료원이라는 조직의 의사 요인에 관한 언급은 일체 없었고, 오로지 강성 노조 탓만 기계적으로 반복되었다. 흉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놓고 콧구멍만 들여다보고 진단을 내린 격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방의료원처럼 공공병원이면서 ‘강성’ 민주노총 소속이고 조합원 숫자도 훨씬 많고 노조의 조직력도 압도적으로 강한 ‘국립대병원을 생각해보자. 국립대병원이 강성 노조 때문에 병원의 의료수준과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길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때문에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기사는 보았을지언정 노조 때문에 병원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쉽게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립대병원 노조가 어용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국립대병원에는 자신이 속한 병원을 평생의 직장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병원의 평판과 질적 수준을 자신의 명예와 동일시할 정도로 조직 운영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는 다수 의사들이 조직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조직 내 ‘의사 리더십’이 살아있다는 것. 여기에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조직 역량과 성과를 가르는 핵심적인 차별점이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공기업으로 전환 이후 ‘의사 리더십’이 실종된 지방의료원
 
지방의료원이 시?도립병원으로 운영되던 1970년대까지는 지방의료원 소속 의사와 직원들 모두 공무원 신분이었다. 의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박한 공무원 월급으로는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시 지역에 소재한 시?도립병원은 그나마 전문의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었지만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 소재한 시?도립병원의 경우에는 전문의 ‘모시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더군다나 1977년 법정의료보험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병상의 확충을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대규모 차관을 얻어 전국 각지에 민간병원 신축을 지원하던 시절이라서 시?도립병원의 의사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도립병원의 원활한 전문의 확보와 의료보험체계 하에서 시?도립병원이 민간병원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공공조직인 시?도립병원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공기업으로 전환(민영화)하는 결정이 1980년 국보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지방의료원들은 병원장 재량과 병원 형편에 따라서 시장 가격을 기초로 의사 급여를 결정하여 전문의들을 초빙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지방공사 의료원 근무 의사들은 일정 기간 근로 계약을 맺는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는 게 일반화되었다.
 
지방공사 의료원 근무 의사들에게는 진료실적과 수입이 주된 평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환자 진료가 중요한 것이지, 조직 운영에 대한 책임감은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으로 변모되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현실에서 대학교수와 같은 사회적 명예와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지방공사 의료원 소속 전문의들 중의 일부는 열심히 환자 진료에 임하면서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후에는 소속 병원 인근에 의원이나 병원을 차려 독립하면서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를 끌고 나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상이 부족하던 1980년대까지는 지방공사 의료원의 적자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 병원과 병상이 계속 늘어나고 교통망이 발달한 탓에 보다 좋고 큰 병원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지방공사 의료원과 함께 비슷한 규모의 민간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 비해서 공기업이기 때문에 병원 직원들 급여는 상대적으로 높았고,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 비해서 진료비는 저렴할 수밖에 없는 지방공사 의료원들의 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지사라 하겠다.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원장은 임기에 따라서 쉽게 바뀔 뿐만 아니라 조직 외부에서 충원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조직의 문화와 특성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한, 임기를 채우면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조직 장악력도 떨어져 갔다.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 의사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도 크지 않았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선한 의도조차 제대로 조직 운영에 반영되기 어려운 문화가 자리 잡아 갔던 것이다.
 
자신이 속한 병원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행정직, 의료기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일반 직원과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계약직 의사로 이분된 조직으로 지방공사 의료원의 조직 구조가 굳어지면서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조직 운영에 관한 ‘의사의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다. 축소되어 가던 의사의 리더십 공백을 대체하기 시작한 건 평생 일터인 조직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행정직들과 고용 조건과 급여 수준에 관한 일정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노동조합이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민선 시?도지사들이 측근들 자리 보상 차원으로 지방의료원장 자리를 활용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보다 두드러졌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은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의사의 리더십’이 실종된 지방의료원에서 근무하면서 겪게 되는 잦은 충돌과 갈등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조차 부재한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나간 의사들도 적지 않았다. 잦은 전문의 교체는 지역 주민과의 신뢰관계를 단절시키고 병원의 평판을 안 좋게 만드는 고질적인 원인이었다. 신규 전문의 채용과 이직의 반복 속에서 병원 조직 내에서 오랜 숙련 기간을 거쳐 다양한 직종 간의 연계와 협력을 기초로 형성되는 조직 역량이 숙성되지 못한 채, 나날이 전문화되고 대형화되는 대형병원이나 전문병원에 비해 서비스 질은 상대적으로 퇴보하게 된 것이다.
 
‘공공병원 의사직’ 신설 통해 ‘의사 리더십’ 구축해야
 
지방의료원은 기본적으로 병원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좋은 병원이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공공성도 확보되는 것이다. 과거 의사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에 보다 높은 급여를 줄 수 있도록 시?도립병원을 지방공사로 전환했던 정책으로 의사 수급의 숨통을 틔울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성과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해서 지방의료원은 의사 리더십이 실종된 조직으로 전락해 버렸다. ‘돈 많이 줄 테니까 여기 와서 일해 볼래?’라는 수준으로 지방의료원 인력 수급을 관장하겠다고 하는 것은 21세기적 방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의사라는 전문직을 돈만으로 관리하겠다(아니, 할 수 있다)는 일차원적 대응방식에 다름 아니다.
 
지방의료원이 지역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좋은 병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들에게 이 조직이 내 평생의 직장이고, 이 조직에 헌신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게 할 만큼의 고용 조건과 조직 문화를 만들어주고, 이러한 인식을 갖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조직 내 ‘의사 리더십’을 복원시켜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병원 의사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3-5년의 평가 기간을 거쳐 직무 능력이 인정되는 전문의들에게 정년을 보장해주고, 적절한 인사관리 체계를 갖추어 공공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고, 조직 운영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준 일군의 의사들을 새롭게 재구성하자는 제안이다.
 
공공병원에 정규직 의사직제를 만들고, 이들에게 정년 보장 이외에도 적절한 연수 기회의 부여와 부가적인 연금 혜택 등을 보장한다면 지금보다 합리적인 급여 수준으로 역량 있는 인재들을 보다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방의료원(공공병원) 의사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전문의들 중에서 지방의료원의 현실과 조직을 잘 아는 역량 있는 의사들이 병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기대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부실 의대를 정리하면서 확보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공공병원과 공중보건에 일정기간 이상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 의과대학(혹은 공공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방식과 연계하는 구상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조직인 대학병원에서 세분화된 전문의로 수련 받고 양성된 ‘세부 전문과’ 전문의들은 과거 70-80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소병원의 의사 인력 구조와 조직 운영 방식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수련 받은 수준의 기술을 펼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문직으로서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병원일수록 전문의들이 병원에 오래 있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방일수록 더욱 그렇다.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민간병원의 경우에도 취약지역 소재 병원이거나 비영리 민간법인 중소병원이라면 민간 소유일지라도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고려할 때, ‘공공병원 의사직’이 활동할 수 있는 대상 기관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