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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평] 을지OB베어를 경영한 삼대, 40년 세월을 드나든 손님들, 그 속에서 웃고 울었던 모든 이들의 시간이 을지0B베어의 주인일 때, 서울시가 붙여준 ‘백년가게’라는 말은 유효


을지OB베어를 경영한 삼대, 40년 세월을 드나든 손님들, 그 속에서 웃고 울었던 모든 이들의 시간이 을지0B베어의 주인일 때

서울시가 붙여준 백년가게라는 말은 유효할 것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골목의 을지OB베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을지OB베어 건물주 측이 고용한 사설 용역과 중앙지법 집행관·노무자 등은 이날 다섯 번째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우린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싶을 뿐이다. 그 자리에 있는 게 중요하다. 한 번도 어디를 가서 (장사를)한다고 생각하질 못했다." 을지OB베어 강호신·최수영 부부의 말이다.

 

을지OB베어는 연탄불에 굽는 노가리의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고, 이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을 만드는 시초가 됐다. 을지OB베어는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2018년 건물주가 나가라고 통보했고 강호신·최수영 부부는 기존 월세의 두 배라도 내겠다며 장사만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후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진행했고 결국 법원이 건물주 편을 들어주면서 을지0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41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자영업자와 한결같이 가게를 이용해온 손님들을 하루아침에 지워버렸다.

 

그간 서울시는 을지OB베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중기부는 을지0B베어를 백년가게로 뽑은 뒤 간판을 걸어주었다. 도대체 무엇이 백년을 이어갈 미래의 유산이란 말인가. 진짜 주인에게 빼앗은 건물주 명도가 백년을 이어갈 유산이라는 뜻인가. 강제철거를 수수방관하는 것이야말로 전시행정의 표본이자 허울뿐인 재개발 담론이 어떻게 인간과 시간을 앗아가는지 보여주는 일이다.

 

백년가게는 만든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서울시에 개발 바람에 춤춘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퇴출된 가게는 을지OB베어만이 아니다.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을 잃는 것은 뻔하다. 백년가게라는 명예를 지키며 서울 도심의 의미 있는 공간을 지켜내려면 지자체가 나서 유지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조종해야 한다. 정치권은 대규모 자본의 가격 담합을 막고, 문어발식 개발을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변함없이 제 모습을 지켜온 가게들은 서울시의 자부심을 높여준다. 서울시는 뉴트로 감성, 서울시관광단지 등으로 그 이름만 빌린 뒤, 임대인과 임차인 싸움 구경꾼으로 을지0B베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손님들이 직접 나서 온몸으로 철거를 막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40년 가게에 손님들은 단지 소비자가 아니다. 따라서 서울시와 중구청은 서류상 소유자만이 을지OB베어의 주인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을지OB베어를 경영한 삼대에 걸친 일가족, 40년 세월을 드나든 손님들, 그 속에서 웃고 울었던 모든 이들의 시간이 을지0B베어의 주인일 때, 백년가게라는 말은 요원할 것이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주변 상가들과 상생해 온 을지0B베어의 보존이 서울시가 제 손으로 붙여준 미래 유산의 의미를 지키는 일이다.

 

서울시와 지자체는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소상공인의 삶을 위협해 온 강제철거야 말로 백년 전으로 돌려보내야 할 과거의 악습이다.

 

 

 

2021824

정의당 서울시당 (공동대변인 여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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