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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사설 - 대통령의 위험한 정치

각본대로 움직이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대통령의 일장훈시에 여당이 파죽의 기세로 단독국회 수순을 밟고 나섰다. 국회의장도 직권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결정하며 덩달아 보조를 맞췄다. 야당의 지리멸렬을 틈탄 대통령의 ‘공격 개시’ 신호에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 결정으로 17일부터 국회 상임위별 활동이 가능해졌다. 본회의와 국정감사 일정도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으로선 언제든지 단독으로 국회를 밀어붙일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된 셈이다. 국회의장의 직권 결정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직후에 나왔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인식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 그동안 유족들의 거듭된 수사·기소권 요구에도 삼권분립을 내세워 침묵했던 박 대통령은 이번에 ‘수사·기소권 요구는 사법체계 훼손’이라며 불가하다고 명확히 못을 박았다. 이전 논리로 따지면 대통령 스스로 삼권분립을 침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국회 공전을 이유로 ‘세비 반납’까지 거론하며 국회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일반 국민이나 언론이라면 국회 파행을 준엄하게 비판할 수 있지만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건 국회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입법부를 ‘행정부의 시녀’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여당을 대하는 시각에서도 1970년대식 시대착오가 묻어난다. 박 대통령은 “지금 이런 상황이면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놓고 여당의 날치기와 단독국회 강행을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여야의 세월호법 2차 합의안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장기판의 장기알 움직이듯 여당을 좌지우지했던 과거 ‘제왕적 총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국회를 압박하고 여당의 일방통행을 부추기고 야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대통령의 ‘초강수 발언’은 유족을 자극하고 야당의 강경투쟁을 부추길 뿐 정국을 풀어가는 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서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절충할 수 있는 공간도 더욱 좁아졌다. ‘대통령의 결단’이란 최후의 카드도 봉쇄됐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의 ‘정국 강경몰이’가 행여 정국을 파국으로 치닫게 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이 아닌지도 의심된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걷어차기’와 국회 압박은 결국 세월호 정국의 출구를 틀어막고 정치를 ‘질식사 직전’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매듭을 풀지 못할 바엔 더욱 꼬이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재오 의원 말대로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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