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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파국으로 치닫는 의사 집단진료거부 사태, 3대 해법을 제안한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 집단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을 넘어 의료붕괴가 우려된다. 국민의 생명이 위기 앞에 서 있다. 지난 20일 전공의 집단진료거부 이후 1주일 지나고 있다. 세종시의 경우 전공의가 3명으로 다행히 진료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와 의사의 강경대치 속에 집단진료거부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와 병원 노동자 모두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환자 피해는 물론 의사업무를 간호사 등에게 떠넘기는 불법의료도 속출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앞으로 1∼2주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대학병원 전임의(임상강사, 펠로우) 계약 기간은 3월 초인데 전임의가 계약하지 않고 떠나고, 의대 교수들도 환자 곁을 떠나 투쟁에 동참한다는 말이 들린다. 이것은 파국이다. 며칠 내로 환자들에게 최악의 상황, 비극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여러 갈래의 중재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안갯속이다.

녹색정의당은 의사 집단진료거부 사태를 이제는 지켜볼 수만 없어 긴급 해법을 제안한다. 당은 지난 26일 ‘의료돌봄통합본부’(본부장 나순자)를 출범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의사와 병원 노동자, 국민과 정부 당국 모두에게 현 시국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길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3가지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하자. 국민이 나서야 한다. 마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강대강 대치를 하는 의사와 정부에게 의정 대화를 호소하는 식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 이들에게 이제는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맡길 수 없다.

의사 인력 확충 문제는 단순히 의사와 정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의료소비자로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할 것이다. 1개월 이내를 기한으로 모든 쟁점을 숙의 토론하고 결정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제안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8조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중단시킨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즉시 소집하고, 논의 후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시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길 바란다. 위원회는 의협안, 정부안, 시민사회안 등 3가지 안을 놓고 토론 후 1개월 이내에 국민이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정은 국민 참여단 투표(50%) + 대국민 여론조사(50%) 방식으로 하여 국민이 최종결정을 할 수 있게 하라. 참고로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시행된 숙의 공론화는 총 66건에 달하며, 대표적인 것이 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 2019년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문제를 숙의 공론화, 2020년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작업 등이 있다. (*세부설명 별지 참고자료)

둘째, ‘2,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지역공공의대 설립,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확충, 혼합진료 금지 등 비급여 해소로 지역 필수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근본적 의료개혁을 위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최근 쟁점이 의대 정원 확대 2,000명 숫자 중심으로만 형성되고 있다. 의사 인력확충 관련해서는 ‘얼마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정부는 2,000명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눈앞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공공의료 쥐어짜기, 비대면 진료 확대, PA 불법의료 확대 같은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 지역의료 살리기 해법으로 발표한 4대 의료개혁 패키지는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어야 할 의제는 2,000명 의대 증원 숫자가 맞느냐 틀리느냐가 아니라 구체적 근거 제시와 배치 로드맵, 이와 함께 국가 의료 대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근본적인 의료개혁안’이다. 초고령화 사회, 건강돌봄국가로 가기 위해 이번 기회에 지역공공의대 설립, 현재 지방의료원(공공병원)을 42개소에서 중진료권 70개소로 확충, 혼합진료 금지 등 비급여 해소로 지역 필수의료 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공공의대를 설립해서 공공 필수 분야에 일할 수 있는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지역 인재 60% 이상을 선발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하도록 해 지역 필수의료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필수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가 없다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위 돈 벌고 인기 있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과목으로 집중되고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공공병원이 전면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공병원은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 사실이다. 급할 때는 공공병원 동원하고 평소에는 무관심과 방치, 예산마저 축소한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위기에 있을 때 국민을 지킨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기억해야 한다.

2021년 국민의 지지 속에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체결한‘9.2 노정 합의’에 따라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현대적 공공병원을 당장 확충해야 한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된 의사들이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지역 공공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지방에 갈 엄두를 못 내는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완결적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급여항목에 비급여항목을 끼워 진료하는 ‘혼합진료 금지’가 필요하다. 이는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사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전공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그들이 손을 놓으면 병원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병원에서 40%나 되는 전공의 비중을 미국 일본처럼 10%대로 낮추고 전임의(임상강사, 펠로우), 교수 채용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간호법, 돌봄노동자 문제는 계속해서 사회 쟁점화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인력이 20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보건인력 국가책임제’를 내걸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국민건강과 돌봄을 책임지는 이들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과 배치 등 종합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셋째,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환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책임한 의사 집단진료거부 더는 안된다. 조직적 대책과 환자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무책임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국민은 무방비로 생명에 대한 위협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직적 대책과 법적 제도적 기준은 너무 허술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등 몇 차례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저 속수무책에 놓여있다. 정부의 무능력과 함께 병원 사용자들도 의사집단의식에 빠져 손을 놓고 있다.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 이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반드시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어느 단체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단체행동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면 유명무실해진 기존 ‘전공의노조’를 정상화하여 다른 노조들처럼 노동법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고, 결렬 시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부서에 최소 인력을 배치하고 합법 파업을 진행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환자와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분명한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조건 단체행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환자들의 긴급한 상황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확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 공익적 전문가단체’로 거듭나는 방안이 의사 사회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의사협회 선거에서 출마한 5명의 후보 토론에서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녹색정의당은 앞서 제안한 해법을 가지고 의협, 전공의 비대위 지도부, 그리고 정부 당국을 설득할 예정이다. 의사와 정부에서 제대로 된 답변이 없다면 즉각적으로 노동시민사회를 조직해 의사들의 의료현장 즉각 복귀, 국민 생명안전장치 마련,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 구성, 건강돌봄국가를 위한 근본적인 의료개혁 등을 내걸고 공동행동을 시작할 것이다.

끝으로, 정치권에 제안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당장 국회 내에 초당적 의사집단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대책기구를 구성하여 문제를 시급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공공의대 법안과 지역의사제 법안과 함께 법안에서 제외했던 지역공공의대 법안를 필히 포함해 21대 국회에서 즉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끝)

2024년 2월 28일

녹색정의당 세종시당(위원장 이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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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국민공론화위원회 사례 참조

- 지난 5년 동안 전국에서 시행된 숙의공론화는 총 66건에 달하며, 그중 갈등 해결형은 13건 이었다. 결론 도출 방법은 표결이 45건으로 가장 많았다.

□ 2017년 :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 2017년 7월24일 공식 출범.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가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으며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위원이 위촉.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출범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24일 조사용역업체를 선정했으며 8월25일부터 9월9일까지 국민 2만6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실시, 9월13일에는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 이후 478명을 대상으로 2차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약 한 달 동안의 숙의 과정을 거쳐 10월20일 정부에 권고안 제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의 정책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인 지역 주민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배제된 것과 보완책을 찾는 것이 아닌 주어진 선택지에서 다수결 찬반을 고르는 방식이라는 점이 지적받기도 했다.

□ 2019년 :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문제를 숙의 공론화로 해결한 사례.
- 20명으로 구성된 숙의공론화위원회가 대구시 8개의 구·군별로 29명씩 무작위 추출된 232명의 시민과 시민단체 8명, 전문가 10명 등 250명의 시민참여단을 꾸려 2박3일간의 숙의를 거친 후 표결로 신청사 부지를 최종 선정했다.
- 지난 2021년 진행됐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는 권위 있는 연구기관의 의견조차 의심받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이론적으로나 실제 사례를 봐도 전문 리서치 기관을 통해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집단지성을 활용해 정책을 결정하는 숙의 공론화가 가장 뒷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숙의 공론화가 실제 합의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해 당사자들이 시민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사전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숙의공론화위원회는 시가 주도해서는 안되며 외부 전문가들과 조례제정 및 예산심의권을 가진 시의회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2020년 : 경남 서부권 공공의료 확충 위한 공론화협의회 활동
- 경남 서부권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준비위원회가 공론화협의회 구성 방식과 의제 등을 결정하고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 후 전문가와 행정기관, 시민사회단체 등 20명 안팎으로 꾸려진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협의회가 주체가 되어 2020. 5. 7.부터 2020. 7. 4.까지 약 2개월간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한 도민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합의형 공론화를 추진하였다. 도민 대표로 선정된 서부경남 5개 시·군(진주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의 주민 100명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도민참여단은 한 달간 4차례 개최된 도민토론회에서 숙의와 열정적인 토론을 통해 도민의 합의된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0. 7. 21. 그 결과를 담은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정책권고안을 도지사에게 제출하였다. 후속 이행점검을 위해 민간협력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우리나라 시민참여 숙의민주주의를 한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했다

□ 2023년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 절차 시동
- 4월 27일 경남도청에서 1차 행정통합 토론회를 열고 5월에 부산과 경남 진주시 순으로 모두 3차례 정도 토론회를 공동 개최. 또 상반기 중에 시·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세부적인 추진 계획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5월 말∼6월 초에는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와 경남도가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하고, 결과를 분석해 후속 절차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 2024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 작업
-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부터 현 국회 임기 종료일인 5월 29일까지 49일간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판단하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월 말 출범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인 김용하·김연명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공론화위 가동은 2022년 7월 시작된 연금특위 활동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다. 공론화위는 국민 여론조사를 두 차례 진행한다. 우선 비전문가 50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연금개혁에 관한 학습 후 설문지를 만드는 역할을 맡긴다. 공론화위는 그 설문지를 가지고 1차로 일반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다. 이어 1차 여론조사에 참여한 1만명 가운데서 500명을 선발해 단체학습 후 설문에 응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2차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공론화위는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금개혁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연금특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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