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해양대 실습생 사망 관련
실습생 아닌, 열악한 환경에 처한 저임금 단기간 노동자
갑을관계 가장 말단에서 구조적 위험을 모두 떠안아
선샤인호에 승선한 해양대 실습생이 지난 10일 객지에서 운명을 달리 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선사와 대학을 비롯한 유관기관이 응당 주어진 책임을 다했는지, 위기상황에서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수사 당국이 엄중하게 마지막까지 수사사길 다시 한 번 당부한다.
하지만 한 청년이 죽음에 이른 것은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온 사회가 절규해 마땅한 구조적인 문제다. 실습생은 특정한 선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목포 해양대 학생의 죽음 이후에 나름의 조치를 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하며,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우선 실습생은 사실상의 노동자라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실습생이라는 명분하에 참관, 교육에 방점이 찍고 있었다기보다는, 그 선을 넘어서 사실상 허드렛일을 다 하고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년 째 월 30만원의 실습지원비를 받는 그야말로 초저임금 단기간 노동자였던 셈이다. 노동에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습생들은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선원법이나 선박직원법에 적용을 받지 않을뿐더러, 대학과 선사 사이에 맺는 운영협약이 있기는 하나, 학교측이 현장확인을 하거나 부당한 노동행위를 제제할 방법이 없다고 알려졌다. 선사와 대학, 선사와 실습생 간의 분명한 갑을 관계로 선사에 시정 요구를 하거나, 선박 내 부당 대우를 신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결국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인 실습생에게 모든 위험이 전가된다.
해양수산부는 실습생의 처우개선을 위한 선박직원법과 선원법을 개정한 바 있고, 현장 승선실습 표준협약서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놓기는 했다. 하지만, 노동의 대가로 응당 지급되어야 할 비용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해양수산부가 실습생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의 적용을 업계의 반발을 이겨내고 강력하게 적용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항만 김용균 이후 해운 분야에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실습생은 갑을 관계의 최저점에 놓여있으며, 구조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실습생이 노동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노동자의 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해양수산부는 선원 실습과정에서의 노동인권실태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처우개선 및 인권향상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서 내놓기 바란다.
2020.2.17.
정의당 부산시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