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당국자 회담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국자 회담의 체계를 다시 짜고 천안함 사태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한다.

북한의 천암함 도발에서 비롯된 5·24 조치는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해제를 요구해왔지만 우리 정부가 요지부동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통일부 관계자가 5·24 조치 해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자체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진일보를 뜻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고위급 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의 새 틀을 짜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남북 대화 채널은 노무현 정부까지는 총리, 장관, 차관, 민간 등 여러 단계를 통해 가동됐다.

그러나 이런 단계별 회담 체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따라서 정부의 당국자 회담 준비는 이러한 다양한 대화 채널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무 당국자에서 총리급에 이르는 다단계 대화 채널을 정례화함으로써 산적한 남북 협력 문제들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천안함 도발을 일으키면서 대북 응징 차원에서 취해진 5·24 조치는 지난 5년 동안 남북한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남북한이 동북아시아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추진 동력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남북한이 더는 무의미한 냉전을 지속할 수 없는 만큼 쌍방의 전향적인 조치가 절실하다.새로 복원되는 남북한 대화채널을 통해 북한은 천안함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반드시 약속해야 한다.

그것은 8·25 남북한 합의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새로운 남북협력시대를 여는 단초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치밀하고 빈틈없는 준비를 통해 남북협력 시대에 대비하기 바란다. 모처럼 맞는 해빙 무드라 해서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체제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른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바닥 다지기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