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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29일(목) 네번째 시민강좌

네번째 시민강좌는 김지운 영화감독을 모시고 그의 영화 '항로'를 감상 후 감독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당원 및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오니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다큐멘터리 <항로>는 재일동포 연극인 김철의를 좇는다.

<항로>가 뒤좇는 것은 '연극인' 김철의가 아니다. 연극인으로 보자면 김철의는 종횡무진이었다. 그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8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2010년에는 일본에서 젊은 연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다큐가 따라잡는 것은 '재일동포' 김철의다. 김철의는 한국이나 북한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조선적'이다.

김철의의 꿈은 조부모의 고향인 제주에서 자신의 작품 '하늘 가는 물고기, 바다 나는 새'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선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모국 방문은 번번이 무산됐다.

잠시 조선적에 대해 알아보자. 1947년 일본 정부는 외국인 등록령을 발효하고, 재일동포 60여 만 명의 국적을 조선으로 표시했다. 이후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동포들은 국적을 조선에서 한국이나 북한으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남쪽이나 북쪽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분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또 조만간 조국이 통일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남과 북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고 조선 국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조선적을 동포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을 나라가 없는 외국인으로 취급해 고국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조선적 한국 방문은 잠시 허용되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다시 조선적에 안보딱지를 붙여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 대한 차별은 심각했다

김지운 감독은 재일동포 교류사업을 펼치는 '부산동포넷'에서 활동하던 중 2011년 8월 재일동포 연극인 '김철의'의 사연을 알게 됐다. 김 감독은 김철의와 연락을 주고받다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철의씨는 저와 같이 작품을 만드는 일을 했고, 세 번 정도 입국을 시도한 사연이 있었다. 그의 이야기라면 조선적 입국 문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당시 대선이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조선적 입국은 허용되겠지만 그 다음에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이겨도 할 얘기가 많았고, 지더라도 할 얘기가 많았다."

김 감독은 방송외주 프로덕션에서 14년째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용 다큐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 소재로 조선적 문제를 들고 나왔다.

"2009년 부산동포넷에서 일본의 민족유적답사를 할 때 함께 동행해 기록사업을 맡았다. 강제징용당한 장소도 들르고, 우리학교도 방문하고, 2세 분들도 만나면서 재일동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지운 감독은 김철의 가족의 삶을 통해 일제 식민지의 아픈 역사와 제주 현대사를 고스란히 발굴했다. 이와 함께 조선적 동포들의 삶, 힘겹게 지켜온 우리학교, 조선적 입국을 거부하는 한국 등 조선적이 처한 현실을 이 다큐에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는 재일동포들을 직접 만나면서 특별하게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동포들이 커뮤니티처럼 구성돼 있고, 사는 지역이 따로 있어서 일본인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심각한 차별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달랐다.

"우리학교에 대한 차별은 심했다. 예를 들면 일본에는 재특회라는 단체가 있다. '재일동포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우리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죽어'라고 말하고, 학교 강당에서 조선인이 싫다고 발표하도록 한다. 보수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차별이 되살아나고 있다.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우리학교는 제외됐다."

김지운

조선적 입국 거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항로'의 김지운 감독ⓒ민중의소리

조선적 문제, 정부가 책임져야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재일동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됐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차별에 따른 고통과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난 뒤 그는 '멘붕'이 되고 말았다. 엄청난 양의 필름 때문이다.

"큰일이었다. 이 많은 얘기를 어떻게 정리할까 두려웠고, 걱정이 앞섰다. 60분짜리 테이프가 160개였다. 2년이 넘게 촬영한 테이프다. 편집만 8개월 정도 걸렸다. 다행이 중간 중간에 정리한 테이프들이 있어 가능했다. "

김 감독은 재일동포 문제에 박근혜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도 촉구했다.

"조선적 입국 거부는 크게 보면 인권의 문제다. 국가가 개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막고, 개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정부는 '너의 정체성을 바꿔. 그러면 오게 해줄게'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 방문을 위해 국적변경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그러더라. 북에 다녀왔거나 총련 활동을 했거나 그런 이력이 있으면 변경 허가가 아예 안 난다. 재일동포들의 역사, 차별과 아픔이 외면되거나 잊히고 있다.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폭력이 일상적이었다. 강정, 밀양, 세월호, 쌍용차 등 많은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거기에는 연대들이 있었다. 그러나 재일동포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 조선적 문제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다큐의 제목 '항로'는 재일한국인 3세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프로젝트 극단 이름이기도 하다. 극단 '항로'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민족극단 '매이'와 '달오름'이 서로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조선적 동포의 아픔과 희망을 다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조선적 입국 문제도 중요하지만 민족극단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 그들이 없으면 민족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다가 상영회를 할 때마다 후원금을 모으게 됐다. 후원금은 모두 민족극단을 돕는데 사용할 것이다."

'항로'에 대한 서서히 소문이 퍼지면서 상영회가 간간히 잡히고 있다.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다큐가 마무리되도 극장까지 가기가 어렵다. 먼저 외국영화제에서 수상해야 가능하다. 올해 12월부터 해외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12월 7일 프랑스다큐멘터리영화제, 내년 1월 캐나다 핫독영화제, 4월 야마카타국제다큐영화제, 중반에 독일 암스테르담 영화제 등에도 나간다."

김 감독은 27일 일본에서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 배급팀을 만나 일본내 상영을 위한 도움도 받을 예정이다. <60만 번의 트라이>가 그랬던 것처럼 전국 로드쇼 상영회를 여는 것이 그의 목표다.

현재 내년 1월 18일 오사카 상영회는 이미 결정이 났다. 국내에서는 22일 부산동포넷 국제심포지엄 상영회와 경남 민예총 공동체 상영회가 열리며, 그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 플레이 버튼을 누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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