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2019-12호] 빛 좋은 개살구, 해외취업의 실상은?, 임수빈 기자

 빚 좋은 개살구, 해외취업의 실상은?



 요즘 청년들에게 해외 취업은 꿈만 같은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언어 습득 및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음과 동시에, 잦은 야근과 회식이 없고 흔히 말하는 ‘꼰대’ 상사를 옆에 두지 않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최상의 ‘워라밸 라이프’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9-5시 칼 같은 출퇴근과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외국회사는 요즘 젊은이들의 로망이자 목표이다. 지난 달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3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취업 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약 79.5%가 해외취업에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이유로는 ‘국내에서 취업하기 너무 어려워서’가 55.3%로 가장 높았다.
 

 먼저 해외취업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해외취업자의 기준은 해외국가에서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며 91일 이상 고용 계약한자를 뜻한다. 2018년 교육통계서비스에 의하면 해외 취업자들 중 여성 비중이 51.6%, 남성은 48.4%로 여성의 비중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50% 이상의 해외 취업자들은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회계열이 해외취업 분포비율 31.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도 볼 수가 있다.

                
   국가별 해외취업 순위 TOP 10 (출처: 교육통계서비스)           계열별 해외취업 순위 TOP 7 (출처: 교육통계서비스)


 앞서 말한 통계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해외취업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취업과 이민 및 타지 생활을 위한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얻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매년 발표되는 미국 국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6년 대비, 최근 2년간 미국취업비자(J1)의 비자 거절률은 16.8%에서 17.5%, 1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카이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함영심 비자 전문이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 미국 취업, 근본적인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바로 취업을 위한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얻는 것입니다. 합법적 체류신분은 자신만 잘 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을 위해 체류신분 신청에 필요한 이민청원서를 제출해줄 고용주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의욕만 가지고 미국 취업에 도전했다가 의도치 않게 불법체류자가 되는 안타까운 일은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여행허가제인 이스타(ESTA) 무비자 프로그램이나 B1, B2 비자를 통해 관광 등 단기 체류를 목적으로 일단 미국에 입국한 후 체류기간 안에 구직을 시도해보지만 결국 고용주를 찾지 못해 불법 체류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57명의 한국인의 불법 체류 사실이 발각돼 강제 추방되었다고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사례 중에 J1 인턴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영주권까지 받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J1 비자는 가장 복잡하고 고려할 사항이 많은 비자 중 하나입니다. J1으로 입국해 영주권을 받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J1 비자를 받을 때 카테고리에 따라 2년 본국 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거주 의무를 한국에서 이행하거나 면제를 신청해 승인을 받지 않으면 미국에서 신분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J1 관련 사례를 들을 때는 2년 본국 거주 의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진행했는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참고해야 합니다. 비용문제도 비용문제이지만, 신청하고도 받기 어려운 비자가 바로 이 J1 비자입니다.
 
 이처럼 J1비자를 위한 젊은이들의 사투와 어려움은 계속된다. 실제로 외국회사 취업에 성공한 이모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S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번의 공모전 수상, 2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만점에 가까운 어학점수 및 제 2외국어 가능한 이모씨. 자칭 최고의 스펙으로 외국의 000 회사 인턴으로 합격했다. 줄줄이 말하기도 어려운 스펙을 가진 그녀이지만, 회사에서의 일과는 재고정리, 포장, 복사, 커피 심부름뿐이다. 고 스펙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을 살린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회사 ‘잡일’ 만 한다는 이모씨. 일하면서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최근 들어 자주한다고 전해왔다.

 

 이모씨와 간단한 인터뷰를 시도해보았다. 그녀는 미국의 ***이라는 제약회사 취업에 성공해 약 4개월째 타지생활 중이다. 그녀와 했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만 25살 이 ** 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내 기업에 약 30번의 이력서를 썼지만 모두 광탈 이후, 해외 취업으로 마음을 돌려 1년만의 준비 끝으로 미국의 ***제약 회사에 운 좋게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 외국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비자 발급이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J1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이에요. 현재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 거절도 절차도 정말 까다로워졌어요. 저는 대행사를 이용하여 비자를 발급 받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느낀 것은 없었어요. 대신 금액적인 문제로는 아무래도 많이 부담을 느끼긴 했죠. 대행사마다 금액이 천차만별 달라,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정확히 얼마인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이 돈이면 명품 가방 하나 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비자 문제에 대해 저처럼 경험이 없고 무지하시다면 많이 벅찰 수도 있으니, 다양한 업체들 자세히 알아보시고 본인에게 가장 최적으로 맞는 곳으로 가시길 바랄게요.

 

- 제약 회사에서 하는 일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원래 ‘기획 홍보팀’ 부서 직원으로 뽑혔어요. 광고와 홍보 및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전공한 저로써는 전공을 살린 최적의 회사였죠. 몇 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기쁜 마음으로 입사했지만, 실망을 많이 했어요. 열심히 비자 발급받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떠나 혼자 이방인 생활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저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와서는 재고정리, 포장, 커피심부름 등 광고와 홍보 관련 된 일들은 일체 안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직 온지 얼마 안돼서 이런 일들을 시키는 것이겠지? 싶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일을 한 경험이 없어요. 저는 외국회사라 다를 줄 알았지만, 한국이나 외국 둘 다 별 일 안한다는 게 똑같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싶었지만, 아직까지 ‘내 길이 이게 맞나’, ‘집 떠나 멀리 여기까지 온 게 잘 한 선택인가’ 등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 마지막으로 해외 취업을 꿈꾸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해외 취업의 장점들도 물론 있지만, 단점들도 분명히 존재해요. 물론 다른 직장도 다를 수는 있지만, 준비하는 기간과 준비물, 생활비도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이 들어서 고민 많이 해보고 결정하는 것도 추천해요. 대한민국 취업준비생들 파이팅!

 이처럼 J1비자는 뽑히기만 한다면 모든 일들이 다 풀릴 줄 알았던 그녀였지만, 일하다보니 모든 단계는 산 넘어 산이었다고 한다. 처음 회사에 발탁이 되고, 이모씨의 가장 큰 문제가 비자 문제였다고 전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비자 발급 비용에 관해서는 도움을 주지 않았으며, J1 비자는 인턴, 연수 등을 통해 지식 및 기술을 배우기 위한 비자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스폰서 기관에 소정의 비용을 납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 신청할 수도 있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와 오래 걸리는 시간 때문에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행사를 끼고 비자를 발급받고 있다. 몇 십에서 최대 몇 백 하는 돈을 지불하고 미국에 취업해, 재고정리, 포장, 복사, 커피 타오기 잡일만 하는 이모씨를 보고도 아직도 해외 취업이 희망과 꿈으로만 보이는가?
 

 고 스펙을 가진 이모씨를 봐도, 청년층 취업준비생의 거의 절반(46.9%)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봐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청년들의 취업 정책은 대체적으로 부실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탈(脫)조선을 꿈꾸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해외취업도 위 사연과 통계자료들에서 봤듯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청년들을 위한 정책, 청년의 일자리를 위한 노력, 국내외 취업을 넘나들어야 하는 청년들을 위한 비자 발급이 간편해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100일 계획’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을 줄이며,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운 정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의 앞날에 더더욱 귀띔하고 신경써야하는 현재이다.

임수빈 기자, soobinitt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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