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2019-06호]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 원인은?, 임정빈 기자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 원인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12월 10일~ 14일, 2509명 대상)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은 29.4퍼센트로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이 왜 낮아졌으며, 어떤 문제가 있고 해결책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래서 그 의문을 해소하고자 전문가 도움을 받기 위해 한신대 윤상철교수, 노동자연대 양효영 기자, 진보너머 박가분 대표 등을 인터뷰했다(사정상 윤상철 교수와 양효영 기자는 서면, 박가분 대표만 실제 인터뷰 진행).


한신대 윤상철 교수...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의 중첩, ‘분배’가 아니라 ‘파이’의 문제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폭락 원인?
A: 20대 남성은 성장 과정에서 가정과 사회의 감시체제에 짓눌려 왔어요. 동시에 과거가부장제적 남성우월주의의 붕괴에서 오는 분노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중도좌파와 페미니즘, 환경주의의 연합 정권인 만큼 20대 남성이 등을 돌릴 가능성은 원래부터 높았죠.

Q: 20대 남성이 직면한 사회적 갈등?
A: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이 중첩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20대 남성은 성장과정에서 남성성이 강요되었고, 사회 진출과 결혼 과정에서 기존의 남성적 책임감은 여전히 부과되죠. 반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여성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회는 축소된 상황을 맞이하죠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이 페미니즘 때문인가?
A: 페미니즘이 이러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페미니즘은 남녀 간 공정성 이슈를 별로 제기하지 않으면서 상대적 차별적인 이슈들을 제기해왔고 이러한 요구의 사회적 수용이 최근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 철회 이후 향방?
A: 문재인 정부와 다른 새로운 대안을 내는 세력으로 지지를 이동할 게 당연합니다.

Q: 문재인 정부의 20대 지지 회복의 길은?
A: 부자를 공격하는 것보다 가난한 이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중요하죠. 1인당 실질 국민소득(가계소득)은 1900만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득 수준으로도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부동산정책, 공정거래 정책 및 대재벌 정책, 고용유연성과 노조, 임금 정책 등이 시행되어야 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경제를 형성해야 합니다.

Q: 20대를 둘러싼 세대갈등 해소 방법?
A: 세대 간 화합정책은 임금피크정책이나 정년연장 제한 등이 있으나 이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자립을 통한 5~ 60세대의 경제적 부담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죠.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이미 실효성을 잃어버렸고, 실제 50~60대 입장에서 지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이러한 세대 간 타협전략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여 이들이 국내적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국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재투자를 지원하고 이를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풀어야 합니다. 한국 상황은 분배 문제가 아니라 줄어드는 파이 자체가 문제에요.


노동자연대 양효영 기자...젠더가 핵심 쟁점 아니야! 20대 고용.민생 등 계급적 불만 커

양효영 기자는 “20대 남성의 낮은 문재인 지지율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문재인 정부의 20대 남녀 이간질: 지금까지 이런 남 탓은 없었다”라는 기사들을 통해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젠더갈등이나 보수화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으로 지적하고 있다.

Q: 문재인 지지율이 20대 남성과 여성의 모두 동일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했는데, 상대적으로 남성의 하락이 더 가파르지 않나?
A: 제가 주목하는 것은 20대 남녀의 지지율 오르내림이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젠더가 진짜 쟁점이라면,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내려갈 때 여성의 지지율은 반대로 올라가야겠죠. 만약 남성과 여성 지지율이 추세가 같지만 약간의 양적 차이만 있다면 젠더가 진정한 쟁점(독립변수)은 아닐 것입니다.

Q: 20대의 지지는 기존 다른 정당(자유한국당?정의당 등 보수/진보정당)으로 딱히 옮겨지지 않았는데 20대 남성이 정치혐오로 빠진 건가?
A: 정치혐오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방향이 고용이나 민생 문제 등에서 나오기에 계급적 불만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우파적 불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게 진보 정당으로 곧장 크게 흡수될 것 같지도 않네요.

Q: 우파들이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이용할 경우 20대의 보수화 가능성은?
A: 뭐 일부는 그럴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진보좌파의 적극적인 대응(20대 남성을 대변하는 메시지 및 정책개발)이 중요합니다.


진보너머 박가분 대표...문재인 정부, 청년?사회문제 개혁 후퇴 및 젠더갈등 몰이해
20대와 진보정당, 20대 남녀 간 젠더 갈등 아닌 계급적 단결 위해 노력해야


박가분 대표는 진보논객으로 인터넷 상에서 페미니스트들과 자주 논쟁하지만 자기를 페미니스트도, 반페미니스트 라고도 하지 않는다.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 원인?
A: 문재인 정부가 보편적인 의제를 제시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현실들이 있는데(청년실업, 주거 문제 등)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미래를 설계할 수가 없어요. 정부 자체가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의 방향성을 잃었어요. 최저임금 좀 얻어맞았다고 겁먹어가지고 사회 문제 개혁을 후퇴했죠.

Q: 우리 사회 주요 갈등과 20대 남성이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의 갈등관리?
A: (현재 한국 사회에서)주된 세력이 386세댄데 이 사람들은 청년세대 남녀갈등을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죠. 갈등관리를 잘못했어요. 단추를 제일 크게 잘못 잡은 시점이 혜화역 시위 때에요. 혜화역 시위를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비판점들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홍대 몰카 피해자를 조롱하고 2차 가해한 측면을 전혀 보지 않았죠.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도 있어요. 그걸 안 하니 20대 남성들은 정부는 더 이상 내 편을 들어주는 정부가 아니구나 생각한 거죠.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하락이 페미니즘 때문인가?
A: 페미니즘 일원론으론 생각 못하고요. 정부가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에 지나치게 휩쓸린 건 있죠. 가뜩이나 취직도 안 돼서 열 받아 죽겠는데 여성할당제를 더 늘리겠다고 하고 있으니까. 그걸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할 수 있지만 근데 그게 보이나요. 페미니스트는 남녀대립 구도로 몰아가고 최근 할당제 논란에서 보이듯이 고위직 여성들 많아지면 여성 인권은 당연히 높아질 거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죠.

Q: 20대 남성의 문재인 지지율 회복이 중요한가? 아니면 정의당 등 다른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흡수되는 게 좋은가?
A: 우선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면 안 돼요. 실패하면 더 큰 반동이 올 텐데, 역사적 사명이 있죠. 평화체제 구축, 자한당을 역사적으로 청산하는 게 지금 정부의 역할인건데 잘해야죠. 근데 못하고 있으니까. 문재인 정부가 청년세대 절반에 등을 돌릴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제발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의당이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잘 견인 하든가. 그런데 정의당도 잘 못하잖아요. 정의당이 20대 모두를 묶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청년에게 희망이 되긴 어렵다고 봐요. 하지만 앞으로는 잘 해야죠.

Q: 문재인 정부 혹은 정의당의 20대 남성 지지율 회복 및 20대 젠더갈등 해소 방안?
A: 구체적인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남녀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죠. 사회경제적 정책, 복지정책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좋은 모범 답안이 오카시오 코르테스에요(*코르테스는 박가분 대표가 최근 밀고 있는 미국의 진보 정치인으로 버니 샌더스 지지자이며, 민주사회주의자다). 더 이상 대립에 놀아나선 안 돼요.
계급적인 단결이 중요해요. 청년도 하나의 사회적인 계급으로 묶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점점 노동 소득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청년들 삶이 불안정해지고 집을 살 엄두도 안 나죠. 청년들이 마주한 공통적 현실, 내 소득으로 내 미래 설계가 안 된다는 청년들의 공통적인 정서로 남녀를 다 묶을 수 있는 기획을 제시 못하는 거죠. 진보도 그렇고 리버럴도. 그래요. 옛날에는 흙수저 금수저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남녀 모두에게 공감을 얻었는데 지금 그 이야긴 쏙 들어갔잖아요.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담론들은 젠더 담론밖에 없어요. 서로 비난하고 서로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퇴행적이에요. 진보의 책임도 있어요. 좋은 기회도 있었고 사회주의자들이 말했던 계급의식을 자발적으로 대중들이 가졌었는데 그걸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지금 퇴행적인 남녀대립에 끌려가는 거잖아요.
정의당 등 진보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보정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조직노동자들과 청년이거든요. 그런데 조직 노동도 붕괴해가고 있고 청년들 사이에서도 이제 다수의 지지를 못 받고 있죠. 청년 자체가 젠더 이슈로 분열돼 버렸으니까 결집할 수 없는 상황이예요. 저는 이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세대와 진보정당이 더 나은 대안을 내야 한다고 봐요. 페미니즘의 성장에는 계급적 좌파와 페미니스트들 간의 정치적 동맹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 동맹은 깨졌습니다. 지난 날 메갈과 워마드가 성소수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희화하고 공격했던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페미니즘이 자동적으로 진보를 의미하는 시절은 끝났습니다.


임정빈 기자


임정빈 기자의 생각
(*임정빈 청년기자의 개인 의견이며, 연구소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기자는 마르크스주의자고 페미니스트다. 20대고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긴 하지만 스스로 사회적 성별이 남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평균적인 20대 남성의 의식과 많이 멀다고 느낀다. 그래서 ‘20대 남성의 심리’라는 것을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전문가 인터뷰들을 활용했다. 좀 더 좌파적이고 페미니즘적인 사람을 고를 수도 있었겠지만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의견만 들어봤자 확증편향이 될 거고 20대 남성에 대한 분석은 페미니스트보단 비페미니스트가 심리를 더 잘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둘 다 지식이 많고 특히 박가분 씨는 여기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하고 관심을 모으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윤상철 씨는 진보학회의 회장도 했고 진보적인 대학교의 진보적인 학과의 교수인데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해결책을 기업 지원, 규제 풀기 등으로 말하는데 그게 신자유주의랑 뭐가 다를까? 임금피크정책도 노동자끼리의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이지 정작 자본가에 대한 재분배 요구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못 바꾸고 있는 이상 그런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래도 좌파적인 해결책을 걸어 나가는 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정책적 오류에 대한 이념적 확신만 강화될 뿐이기 때문에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내는 세력으로 지지를 이동하는 게 당연하다.’는 건 윤상철 씨가 내놓은 다른 의견들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이다. 기자는 동의하지만 그 다른 대안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는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윤상철 씨도 제시 못했고.
박가분 씨는 진보논객이고,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논리적이다. 한국에서 페미니즘 논쟁을 하는데 페미니스트가 아니면서 논리적으로 말하는 논객은 박가분 씨가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선 생략됐지만 박가분 씨는 안티 페미니스트도 비판하는데(박가분 씨는 자기를 페미니스트라고도, 안티 페미니스트라고도 정체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안티 페미니스트가 비논리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분석이 필요한데, 박가분 씨 같은 시각을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봤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배운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남성혐오 개념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더 엄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참고가 됐다.
박가분 씨가 계급과 보편에 대해서 얘기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한편으론 대중추수주의라는 생각도 든다. 박가분 씨는 ‘대중을 향해 인정투쟁을 벌이는 진보’라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박가분 씨가 ‘대중’을 엄청 중요히 여기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중요하기야 하지만 포퓰리즘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정의당 같은 대중 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그의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종합하면 박가분 씨는 해법에 있어 좋은 방향을 제시하긴 했으나 추상적이었고 윤상철 씨는 그다지 좋은 방향은 아니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진보가 나아갈 길은 윤상철 씨가 제시한 것 같은 해법을 설령 참고는 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박가분 씨가 말한 남녀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언뜻 보면 이상적인 해결을 노리는 게 타당하겠다고 느꼈다.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남녀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에는 반대할 거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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