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기자단 2018-26호] 다시 불붙는 총장 직선제 요구, 이석원 기자

다시 불붙는 총장 직선제 요구



총장 임용 제도 역사는 이렇다. ‘53, 초기에는 교수회 동의나 인사위원회 자문을 거쳐 정부가 국립대학 총장을 임용했다. 이후 ’87,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총장 임용제도에 변화가 생겼다. 교수들이 직접 총장 후보자를 선정해 정부에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상 교수 중심의 직선제 형태(임용권은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 사립대학의 경우 이사회에 있으므로 완벽한 직선제가 아니다. 그래서 직선제 형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자 주-)로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목포대를 시작으로 전국 많은 대학이 도입했다. 하지만, 교수 중심 직선제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총장 선거 과열로 교수들 간의 파벌이 형성되고, 연구에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2005, 선거 과열로 인한 폐단을 개선하는 법 개정과 더불어, 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꾸려 총추위가 총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규정이 신설됐다. 사실상 간선제로 총장을 임용하는 방법이 도입된 것이다.

 

대학은 교수 중심의 직선제 형태나 총추위를 따로 꾸리는 간선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해왔다. 그러나 2012, 이명박 정부에서 총장 임용 방식과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연계하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대학이 간선제를 택할 경우, 재정지원에서 가점을 주고, 직선제를 택할 경우, 재정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대학들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임용 방식을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총추위가 순위를 매겨 후보자를 추천하던 관행을 바꾸어 무순위로 추천하도록 했다. 이에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용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었다.

 

작년 831. 촛불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학 총장 임용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던 적폐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그 시작으로, 총장 임용과 재정 사업의 연계를 폐지하고, 추천 과정에서 무순위로 추천했던 방식에서 다시 후보자의 순위를 그대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이에 많은 대학이 다시 직선제 방향으로 틀고 있다. 그렇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교수 중심 직선제 형태의 방식이 도입되었듯이, 촛불 이후 다시 총장 직선제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촛불 이후의 총장 직선제 요구는 이전과 같은 교수 중심직선제가 아니다.

 

총장 그리고 학내 구성원

지난 몇 년간, 대학생들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이는 학생들이 총장의 비리나 졸속행정 혹은, 총장 공석 상황 등 총장과 관련된 문제들에 반응하면서, 총장이 학생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총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휘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보면, 총장이 학생사회와 대학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총장은 학교의 대표로서 본인의 법적, 사회적 평가가 외부적으로는 대학의 이미지가 되고, 내부적으로는 구성원의 소속감과 자부심이랑 연결된다. 또한, 교수와 교직원을 임명하는 인사권자이고, 학생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모든 절차의 최종 승인권자로 대학 구성원 모두를 관리한다. 무엇보다 학교 발전계획, 학칙, 재정, 교육과정, 예결산 등 대학운영의 지휘자 역할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총장의 역할 중 대학 구성원인 교수, 교직원,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정작 대학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총장을 직접 선택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총장이 통할하는 대학운영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대학운영에 있어 졸속이다, 부당하다고 주장해도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다. 총장이 공금횡령 및 인사비리 등을 저질러도 구성원들이 제도적으로 제동을 걸거나 사퇴를 이끌어낼 수 없다. , 총장 직선제의 핵심 문제제기는 구성원이 총장을 견제할 장치가 없거나 미약하다는 점이다. 그 해결방법으로 학내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 직선제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총장선출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428,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단체는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국회로 행진하는 집회를 가졌다. 총장 직선제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은 교육공무원법 제 24,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 제 16조에 따라 각각 정부와 이사회가 총장을 임용한다. 국립대학의 경우, 교수 중심 직선제 형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학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지는 못한다. 또한 많은 대학이 총추위를 꾸려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지만, 결국 임명권을 가진 정부와 이사회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총추위조차도 구성원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동국대의 경우, 총추위 27명 중 대학생 1, 대학원생 1명으로 학생이 참여하는 비율이 7% 뿐이다. 학생이 학내 구성원 중에 다수를 차지하고, 대학운영에 크게 영향 받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비율이고, 형식적으로 학생들을 참여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831일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개선방안으로 문제가 일부 해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무순위로 추천을 받던 관행을 없앴다. 총추위에서 정한 후보자 순위를 그대로 존중하고, 1순위가 아닌 후보를 임용할 경우 대학의 의사를 묻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직선제 형태는 교수 중심이고, 간선제인 총추위에서는 구성원의 비율을 잘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이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단체는 대학 구성원 중심의 직선제 법적 보장과 동시에, 대학 구성원의 총장선출 투표 반영 최소?최대 비율의 법적 보장을 요구했다. 이는 교수 중심에서 구성원 중심 직선제로 총장 선출권이 확대돼야 하며, 구성원의 형식적인 참여가 아닌 실질적인 참여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성원 간 투표비율 갈등

2017년 이화여대 총장 선거는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직선제 형태로 치러졌다. 직선제로 치러지는 동안 갈등이 있었다. 구성원들 간의 투표 비율 문제였다. 당시 투표비율은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 이었고, 총학생회와 노동조합은 낮게 측정된 비율에 반발했다. 최근 치러진 성신여대 총장 직선제 투표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수 76%, 직원 10%, 학생 9%, 동문 5%로 교수들의 투표가 가장 높은 비율로 반영된다.

 

교수들의 입장은 이렇다. 학생들과 달리 교수들은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어, 교수들이 총장 선거를 이끌어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학생들은 대학의 많은 정책들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투표 비율을 더 높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학교들이 총장 직선제로 방향을 바꾸면서, 이러한 갈등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총추위에서 학생의 비율이 턱없이 낮아 형식적으로 참여시킨 것이란 문제제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선제에서도 교수 이외의 구성원들의 비율이 낮으면 형식적인 참여뿐이란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학내 민주주의 확대

총장 직선제 요구의 핵심은 학내 민주주의 확대이다. 단순히 구성원들이 총장을 선출하는 것을 넘어서 학내 운영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학내 운영을 통할하는 총장을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 등이 포함된 모든 구성원이 선출하는 것이다. 촛불 이후 대학가는 민주화 요구를 잘 반영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5기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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