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
국민연금 4차 장기재정추계 발표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은 단지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뿐만 아니라 기초연금부터 퇴직연금, 노동시장 전반을 아우르며 검토할 사안이다. 이 글에서는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노동계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초점으로 의견을 제시하겠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평균소득(일명 A값) 50% 반영을 통해 가입자 내 재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 오직 소득비례였던 공무원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2015년 관련법 개정으로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이 재분배 값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간 노동계는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거나 45%에서 인하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여성·복지단체가 망라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재정추계 발표와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이 올해 4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향후에는 50%까지 올려야 한다”며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높인다면 보험료 인상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지금 노동계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철회를 요청한다. 물론 소득대체율 인상도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혜택을 보는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받고 국민연금에 안정적으로 오래 가입한 이들이다. 지출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 압력도 크다.
노동계가 진정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바란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바로 명목소득대체율이 아닌 ‘가입자 평균소득’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비율(%)이 인상되므로 가입기간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이 크다. 가입자 소득이 400만원이거나 100만원이거나 명목소득대체율은 똑같이 인상되지만 절대 증가액수는 고소득 가입자가 저소득자보다 월등히 많다.
반면 가입자 평균소득 인상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같은 금액’이 인상된다. 즉 저소득일수록 인상 비율이 높다. 더군다나 소득대체율 인상은 한참 시간이 흘러야 체감이 가능한 반면 가입자 평균소득은 연금수급 개시부터 바로 적용되니까 효과도 즉각적이다.
사실 국민연금에 대해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에 비해 조건이 월등한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막대한 국가예산이 적자보전으로 투입되니 그렇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2035년 공무원연금 지급률 1.7%가 완성되면 보험료 대비 수익이 국민연금보다 못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착각일 뿐이다. 왜냐하면 재분배기능에 들어가는 가입자 평균월급이 공무원은 522만원, 국민연금은 227만원이기에 그렇다. 이런 엄청난 재분배기능 반영 소득격차로 향후에도 동일소득자(300만원)가 30년 연금을 납입했다고 가정할 때 명목소득대체율은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1.7배 많지만 실제 연금은 2.7~2.8배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노동계가 국민연금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연금을 통한 사회연대와 평등한 공적연금 실현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 노동계가 연금 제도별로 다른 가입자 평균소득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같은 보편 기준으로, 모든 연금제도에 동일 적용할 것을 선도적으로 주장하길 바란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 A값을 227만원에서 340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예정대로 40%로 가되 가입자 평균소득을 동등 적용해 국민연금 재분배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주장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지지는 물론이고 사측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 볼 주장이 아니다. 특수직역연금 적자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만약 노동계가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보험료 인상은 사측 부담을 늘려 책임지며, 정부는 지급보증을 약속하라”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합의도 어려울뿐더러 국민 노후보장에도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기 힘들다.
가장 어려운 건 양대 노총 내부 합의일 것이다. 양대 노총에는 연금의 벽을 넘어 전체 노동자 평균소득을 재분배 값으로 적용할 경우 혜택이 감소하는 공무원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공무원연금도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주도한 건 공직사회 내 상대적 저임금인 일반직 중심 공무원 노동조합들이었다. 보수 성향이면서 급여수준도 높은 교총 등도 동의했기에 공무원과 사학연금에 재분배 기능 도입이 가능했다.
노동계가 국민연금 개편이라는 토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목적은 ‘판 깨기’가 아니라 합의를 창출하고 이 합의로 다수 국민의 삶을 진전시키기 위함이다. 노동계가 국민연금에 대한 전향적인 방향 제시로 공적연금 이슈를 주도하고, 다수 서민이 보다 나은 노후를 누리는 미래를 선도하길 기대한다.
김형모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