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취업난...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무엇일까?
“공무원 자리는 늘었다는데, 실감은 안 나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어요.”
5월 19일 지방직 9급 공개경쟁임용시험을 준비하는 A씨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미 두 달 전 시험을 봤지만 결과는 아쉬운 차이로 불합격을 했다. 기자는 최근 공무원 시험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그 관심 이면에 담긴 명암을 알아보기 위해 시험 준비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9급 공개경쟁임용시험은 IMF를 계기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 시험 중 하나이다.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대기업에 비해 봉급과 혜택이 보잘것없이 적던 9급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은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가 초저성장기에 들어가면서 대기업은 신규 일자리를 줄였고, 아직 가정을 책임지는 나이인 40대 초중반에 무더기로 해고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점점 커져갔다. 물론 공무원에 대한 대우와 인식 개선도 공무원이 선망 받는 직업이 된 이유 중 하나였다.
공무원에 대한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험의 경쟁률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일례로 올해 국가직 일반행정은 232명을 뽑는 자리에 37,543명이 지원하였다. 이는 2016년 89명을 뽑는 자리에 36,000명이 지원했을 때보다 조금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공무원 선발예정인원이 늘어나면서 보인 착시일 뿐 공무원 지원자의 숫자가 감소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의 경쟁률 증가는 일견 공무원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경쟁임용시험의 비정상적인 경쟁률 이면에는 뒤처진 수험생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취업경쟁이 두려워 공무원 시험에 내몰렸던 수험생들은 극소수의 합격자를 제외하고 다시 취업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에 취업시장에 뛰어들 때 보다 오히려 더 많은 나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준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A씨와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B씨도 이미 서른이라는 “무형의 취업컷”을 넘겨 이력서를 쓰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한다.
과거 노량진 학원가와 노량진역을 연결하던 육교가 놓여 있던 노량진 횡단보도와 거리 @ 배승원 기자
경찰직을 준비하는 B씨는 경찰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의 청년 정책은 어떨까?
이런 청년들의 상황에 정치권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들에 대한 주거 및 교통비 경감책 마련과 목돈 마련 지원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취직시키겠다는 단기적인 의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을 낮추고 민노총의 알박기식 노동구조조정 방해행위를 해소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는 현재 실업률의 문제를 노동 인권 탄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과 최저시급과 실업률간의 명확한 연관 관계가 밝혀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바른미래당의 대책은 스타트업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일자리 창출 선도사업을 발굴하자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의당의 경우 청년의무고용할당제(5% 이상)와 청년디딤돌급여 도입을 제안한다. 얼핏 들으면 청년에 대한 고용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기업에 채용할당을 두고,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청년들에게 돈을 준다는 단순한 포퓰리즘 정책처럼 들린다. 사실 청년 소득은 단순히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이 아닌 청년 생활에 “안정”을 제공한다는 더 큰 목적이 존재한다. 또한 최근 기업들의 채용실태가 경력직 위주이고, 신입채용의 경우에도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취업현실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청년고용할당제로 일정 비율 이상의 청년 채용을 강제함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과정에서 청년들의 안정적인 생활보장을 위해 청년디딤돌급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있어야 위험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출구 근처, 한 청년배달원이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토바이를 급히 멈추다 쓰러졌는데 허둥거리며 오토바이를 세우지 못하고 놔둔 채 배달 간 모습 @ 배승원 기자
"빌게이츠는 차고에서 시작했고, 애플은 조그만 사무실이 전부였지만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대기업이 되었으니 청년들도 본받아서 시작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밑바닥부터 남다른 노력과 도전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말 중에 하나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차고나 사무실은커녕 쪽방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다. 인터뷰에 응한 두 청년도 당장 먹고 살 일이 급급하니 공무원 준비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5기 배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