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2018-17호] 청년주거문제, 자취생 한 달 생계비는?-한국 청년들의 고통-1, 민준희 기자
청년주거문제,
자취생 한 달 생계비는?
[청년기자] 한국 청년들의 고통-1
 
    2018년 07월 25일 10:03 오전
 
 
서울 명륜동에는 소규모의 집들이 모여 있는 원룸촌이 있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과거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정겨움보다는 삭막한 회색도시의 분위기가 앞선다. 이곳 원룸촌의 주요 고객은 다름 아닌 20대 청년들, 또한 그들 중 대부분은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대한민국은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20대가 되면서 대학을 간다. 운이 좋게도 진학한 대학과 집의 거리가 멀지않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복합적인 이유로 자신들의 집과는 거리가 먼 대학에 가기 마련이다. 생전 처음으로 집에서 벗어나게 되는 그들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당연하게도 주거문제다.

서울 명륜동 원룸촌 빈공간없이 작은 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준희

 

청년 주거문제 심각. 집구하기, 생계비용 모두 부담 커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지던 분야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창업을 시도하려 상경한 사람들,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며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촌의 고시생 등 많은 청년들이 현실적인 주거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살기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 역시나 많은 청년들의 고민거리이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민은 집을 구하고난 이후의 일이다. 집을 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들은 그 시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자취방의 월세를 부담하고, 하루하루 식비가 빠져나가는 것을 처음으로 몸소 느낀다. 그러면서 돈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게 되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게 된다. 요즘 청년들에게 청춘이란 생계 유지의 고달픔을 앞서서 체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빽빽한 광고들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고 생활하기란 쉽지가 않다. @민준희
 

자취를 하고 있는 청년들의 하루 평균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는 강원도 출신 대학생 김수호(가명.26.남)씨를 취재했다. 좁은 자취방에서 생활하는 김씨는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월세 40만원 짜리 집에서 3만원의 관리비를 추가로 지출한다. 거기에 더해 가스비용이나 전기요금은 별도로 부담하며, 그 요금은 달마다 편차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5만원 가량 지출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매일같이 먹는 식비 역시 한 달에 4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최소한의 생계비용으로 88만원, 대략 90만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거기에 핸드폰요금과 교통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한 달에 기본적으로 100만원의 지출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극히 최소한의 비용이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하는 등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인 김씨는 한 달에 적어도 120만원 이상의 생활비가 들어간다.
 

김씨의 한 달 생활비. 부담하기에 적지않은 금액이다
 

과연 평범한 대학생이 위 표의 모든 금액을 본인이 직접 부담하며 학업까지 병행해 나갈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방을 구할 때 보증금이 있고 대학생의 경우 매 학기마다 300~400만원의 등록금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부모에게서 제법 큰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보증금과 월세에 힘든 김씨가 기숙사를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교의 기숙사는 기숙사에 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그 수가 풍족하지 못하다. 결국 대학에서 특정 학생들만을 선발하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 선발되지 못한 학생은 보증금과 비싼 월세를 부담해가며 세입자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청년의 예시로 현재 대학생인 김씨를 취재했지만 대학생이 아닌 청년이라고 상황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은 회사의 근처에 작은 월셋방을 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교 근처가 아닌 회사 근처라고 해서 월세비용이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특히 학교 주변이나 회사 주변과 같은 누구나 거주하고자 하는 희망지역의 원룸은 평균적으로 약 500~1000만원의 보증금에 30~50만원의 월세를 요구한다.

이들은 그나마 경제활동을 시작했기에 부모에게 손을 빌리는 상황은 면할 수 있겠지만, 고시생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행정고시를 위해 신림동에 거주하는 박지윤씨는(가명.24.여) 현재 고시텔에서 거주한다. 박씨는 고시텔의 월세로 약 30만원을 내고 있으며, 약 20만원의 식비와 적지 않은 학원비까지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이 최소생계비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적으로 학업과 경제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렵기에 이들의 부담감은 남들보다도 배가 된다.

이러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사회에 나서자마자 빚에 시달리게 만든다. 시작부터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사회의 불평등을 체감하고 박탈감마저 느낄 수 있다.

 

청년 주거문제 근본적인 원인은 복합적.
해결 쉽지않아… 청년들의 보호부터 우선시해야.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몇 가지 원인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과도한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서울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0.61%에 불과한데 대부분의 청년은 (실은 대부분의 국민이) 학업, 사업 등의 문제로 서울에 몰린다. 이에 따르는 공간의 부족함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가 안고 있음에도 그 부담이 청년들에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지나치게 비싼 월세와 보증금이다. 이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손대기 쉽지 않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관리비와 기타 보조요금을 합쳐 한 달에 50만원 가량의 비용은 청년들이 부담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정부에서는 이 최소생계비용을 낮추기 위해 여러 대책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택공급문제와 같은 장기적 해결전략과 월세를 낮추는 단기적 해소전략 두 가지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해소전략으로는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 보증금과 월세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통신비, 교통비와 같은 부가적인 생계비에도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것이고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갓 사회에 나온 20대에게 부담하기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사회는 청년들의 삶의 질을 낮출 뿐만 아니라 사회의 도입부부터 불평등을 심화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실에서 주거문제는 청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걱정이면서, 사회생활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첫 번째 문제다. 그만큼 정부에서 더욱 신경써야할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홀로 살아가는데 발생하는 문제가 주거문제, 금전적 문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서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과도한 금전적 부담까지 지운다면 그들은 첫 사회생활에서부터 회의와 좌절에 휩싸일 것이다.

2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어떤 시도를 했고, 현재 어떤 대책안이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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