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 주류 판매 금지 논란
- 계명대학교 축제 부스의 모습 -
국세청 및 교육부는 “대학생들이 학교축제 기간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한다면서 건전한 대학 축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냈다. 이로써 대학에서의 축제 기간 불법적인 주류 판매는 금지되었지만 각 대학의 행사 진행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공문으로 대학생들은 며칠 밤을 새우며 준비하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음식 관련 부스를 하는 데도 제약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축제에 참여한 대학생들과 지역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 보았다.
먼저 대학생 주류 판매 찬성 측의 입장이다.
A 씨(20세/남)
“음주 또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를 제재한다면 고등학교 축제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많은 양의 음주를 하다가 사고가 나는 걸 염려하여 주점을 금지한다면,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1인당 제공하는 주류의 수를 제한하여서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면 될 것입니다.”
B 씨(21세/남)
“주류 판매 자체가 불법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진행된 축제만 보더라도 주류를 무료로 나누어주거나, 서비스로 주류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주류가 빠진 축제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교육부는 지금 현실을 보지 못하고 이상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해결책 없이 주류 판매 금지만을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쫓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대학 축제 기간 동안만이라도 주류 판매와 관련된 법을 만들거나 법의 틀을 바꾸는 게 더욱 합당할 것입니다.”
다음은 대학생 주류 판매 반대 측의 입장이다.
C 씨(21세/남)
“축제는 물론 평소에도 대학 내에서의 주점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임으로 건전한 면학 분위기를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굳이 주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 축제 때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굳이 학교 내에서 주점을 허락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도록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점이 필요하다면 학교 밖에도 얼마든지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행을 이유로 불법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자녀와 함께 축제에 다녀온 지역민
“술이 있는 것만이 축제가 아닙니다. 대학생들이 주류나 유흥문화만 형성하지 않고 이런 활동적인 문화도 함께 형성했으며 좋겠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대학의 이미지를 바꾸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 믿습니다.”
이에 따라 계명대학교의 학생회는 “축제의 기간을 불과 1주일 앞둔 5월 1일 국세청과 교육부를 통해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 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받게 되었습니다.”라며 “국세청 및 교육부에서 정확한 대처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주류 판매를 금지 시켜 주막이 없는 대학 축제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 공지 이후 대책 기간이 짧았던 점을 이해해 주시고 중앙운영위원회 및 주막 장들과 회의 한 결과 저희는 각 부스를 설치해 다양한 컨셉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주류 판매 없이도 학우분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주세법 관련 교육부 공문에 대한 계명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의 입장문 전문 -
그 후 계명대학교는 ‘세발자전거 경주대회’, ‘특이한 이름 찾기’, ‘댄스 동아리의 축하공연’ 등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청년들을 위한 진로와 취업특강까지 개최하며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무리했고 대구의 타 대학축제가 주류 판매 없는 대학 축제로 발돋움하는 모티브를 주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계속 주류 판매를 금지한다면 대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고 축제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더욱 발달 될 지역 문화를 위해서라도 대학 축제에서의 주점 금지는 교육부와 각 대학의 학생회가 논의를 거쳐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박종수 기자 play19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