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레디앙 공동) 2018-03호] 동국대 청소노동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이석원 기자
[정의타임스(레디앙 공동) 2018-3호]

동국대 청소노동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청년기자들] 문제 핵심은 간접고용


잠시 중단되었던 ‘청년기자들’ 코너를 재개한다.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당원들이 기자로 사회 이슈에 대해 조사 취재하여 발언하는 코너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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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청소노동자 직고용 논의 시작

동국대학교는 올해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을 충원하지 않고 근로학생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반대하며, 올해 1월 29일부터 현재까지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노숙농성 중이다. 농성 52일차인 3월 21일,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학교로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면담 후 ‘청소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노조도 합의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전했다. 최근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청소노동자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 했지만, 학교 측 책임자들이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노조 측도 참석을 거부했다. 앞으로 합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원만히 합의된다면 사립대에서 청소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측의 인원감축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노숙농성 중이다.
본관 현관에는 노조의 입장문과 학생들의 응원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 이석원 기자)

매년 초 발생하는 대학가 청소노동자 이슈…문제는 간접고용

대학과 청소노동자 간의 문제는 매년 초 대학가 이슈로 떠오른다.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가 1,2년 단위의 짧은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계약이 만료되는 연말에 근로조건을 두고 노사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 연초에 문제가 공론화된다.

갈등의 주 원인은 간접고용이다. 해마다 학교는 용역업체를 새로 선정하고 기존에 있던 청소노동자들을 승계 받는 간접고용 형태를 취한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보호지침’에 고용승계 보장이 명시되어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사용자인 학교가 이를 준수하지 않거나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조건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접고용으로 노동자는 고용불안정과 저임금 등에 노출되어 있고, 사용자인 학교가 근로조건 등의 민감한 문제의 책임을 회피할 경우, 노사 간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대안모델 제시

매년 반복되는 갈등에 여러 전문가들이 대안모델을 제시했다. 학교 산하 자회사를 만들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자회사 모델’과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이용한 ‘사회적 경제 모델’ 등이다. 실제로 경희대에서는 2015년에 논의를 시작해 2017년 3월 경희대 산하 자회사에서 청소노동자 전원을 고용했다. 경희대 내부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도 ‘경희모델’에 대해 성공적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회사 모델, 사회적 경제 모델 모두 여전히 간접고용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사용자인 학교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취할 경우 사회적 기업을 찾기 어렵고, 노동자들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도입하기 어렵다.


노동자에겐 고용안정을, 학교에는 비용절감 효과를 주는 직접고용

간접고용과 대안모델의 한계인 고용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직접고용 방법이다. 직접고용은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안정과 소속감을 갖게 한다. 고용승계의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임금이나 복지, 민감한 문제들까지 용역업체가 아닌 학교와 직접 노사관계로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대학 입장에서도 직접고용은 경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희망제작소에서 발행한 [대학 청소노동자의 대안고용모델 탐색]에 의하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을 때, 간접고용으로 발생하는 추가 경비(이윤, 일반관리비, 부가세)가 절감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간접고용 경비를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으로 전환 시, 학교는 노동자들에게 임금 상승이나 복지 향상(청소노동자들 쉼터 제공 등) 후에도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간접고용 시에도 학교는 노동자에게 수당, 퇴직금, 보험료 등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더라도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직접고용으로 전환 시 노동자는 고용안정과 학교와 직접적인 노사관계를 얻고 학교는 간접고용으로 발생한 추가 경비를 아낄 수 있다.


직접고용의 한계 그리고 앞으로 주목할 점

직접고용 논의가 되기 전, 동국대학교는 직접고용에 대해서 미온적이었다. 홍보팀은 ‘동국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71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며 ‘직접고용 시 정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66세이므로 60-65세로 정년이 설정될 경우 많은 청소노동자가 정년퇴직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2012년 말, 서울시립대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다. 시립대가 청소노동자를 공무직으로 전환하자 정년이 60세로 규정되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시립대는 61-65세 노동자는 촉탁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66-70세 노동자는 클린안전캠퍼스를 통해 기간제 형식으로 2018년까지 고용하고 있다. 동국대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다면, 우선은 시립대의 경우와 같이 60세 이하, 61-65세, 66세 이상의 노동자를 각각 다른 형태로 고용하고, 후에 직접고용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진행해야 한다.


핵심은 대화

경희대는 새로운 고용모델을 도전하면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오랜 시간 노사 간의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갈등도 많았지만, 노사 간의 신뢰를 쌓아가며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경희모델을 소개할 때, 자회사 모델이 성공적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노사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대학의 상황에 맞는 형식을 함께 찾아나갔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어떤 고용모델이든 노사 간의 신뢰와 논의가 없으면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핵심은 대화에 있다. 동국대도 직접고용 논의가 시작된 만큼 노사 간의 많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논의가 시작된 것을 두고 동국대학교 J모 교수는 ‘이번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논의가 사립대의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5기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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