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이나 투표하는 지방선거 대응법
-제발 돈 받고 투표하지 마세요-
고 광 용(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유권자 중 상당수는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에 치루는 지방선거 때마다 십중팔구 우왕좌왕하거나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왜냐하면, 투표용지가 무려 7장(제주의 경우 8장)이나 되기 때문이다. 7개 선거구에 투표를 하게 되는데, 선거구별로 후보자를 4명만 잡아도 28명(정당포함)의 후보자를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처음 보는 이름과 얼굴의 후보자를 보게 된다. 무수한 나열의 공약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하얗게 된다.
사람들은 대통령·국회의원처럼 직접적으로 중요한 정치행위를 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측면에서 대선과 총선에 누구를 찍을지 초 집중하게 된다. 반면, 지방선거는 후보자도 많은데다 유권자 중 일부는 지방의원 혹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 다는 생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 위상도 낮고 덜 중요하다는 생각에 쉽게 표를 주거나 투표를 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자기가 직접적으로 살고 있는 동네의 대표자인 지방의원, 지역의 살림살이와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뽑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바로 내 집 앞, 도로 및 주차장, 공원 및 도서관, 버스와 지하철,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등 교육, 쓰레기봉투 및 재활용품 수거 등 거의 내 삶의 대부분과 연관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무심코 표를 던지거나 표를 포기하거나 돈을 받고 투표하면서 무능하고 정치적 이권에만 눈이 밝은 지역 토호세력이나 돈 많은 후보자들이 지방의원과 단체장으로 당선되어 온 것이 지금의 지방선거·지방자치가 되풀이 한 역사다.
지방선거는 1)광역단체장, 2)기초단체장, 3)광역의원, 4)광역의원비례대표, 5)기초의원, 6)기초의원비례대표, 7)교육감을 뽑는 7장의 투표용지다. 영광을 예로 들면, 1)전남도지사, 2)영광군수, 3)전남도의원, 4)전남도의회비례 정당투표, 5)영광군의원, 6)영광군의회비례 정당투표, 7)전남교육감을 고르는 것이다.
전남도의원과 영광군의원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대표자로 각각 영광군의회와 전남도의회를 나(주민)의 대표·대의한다. 평소, 우리동네 주민과 나의 의견을 현역의원들이 잘 대변해주고 있는 가를 살펴보고, 그렇지 않으면, 선거공보물에서 새로운 후보자들 중 내 생각과 가장 유사한 주장을 하는 후보자를 살펴보아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내가 농민이라면, 농업공약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가장 괜찮은 공약을 가진 후보자를 고르고 정당을 감안하여 결정하겠다. 통상 지방의원의 경우는 정당의 힘이 크게 작동되지 않는다.
영광군의회 및 전남도의회 비례대표는 정당에 투표하는 선거로,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무소속 후보자도 많고, 지지후보자의 정당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닐 수 있기에 나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에 가까운 정당에 기꺼이 표를 던지면 된다.
영광군수와 전남도지사는 지방행정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사업과 예산, 인사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이다. 고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 주민수요를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지역의 미래변화 상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정부부처 및 국회·정당 등 중앙정치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뽑을 필요가 있다. 내가 농민이라면, 농업행정에 대한 가치와 철학, 전문성, 정책완결성을 살펴보겠다. 여기서는 중앙정치의 협력이 요구되므로 정당을 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남교육감은 전남지역의 교육행정, 정책·예산·인사를 책임지는 수장을 뽑는 자리로, 교육전문성, 지역의 교육수요를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미래 전남인재 상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교육부와 국회·정당 등 중앙정치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뽑으면 된다. 교육감 후보자는 정당공천이 아니며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기에 정당보다는 공보물 공약을 비교하여 내가 생각하는 미래 교육가치를 실현해 줄 후보를 면밀하게 고르면 되겠다.
7장을 투표하는 복잡하지만 중요한 지방선거, 다른 건 다 잊으셔도 된다. 하지만, 제발 돈 받고 투표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헐값에 소중한 내 한 표를 팔면, 결국 더 많은 혈세를 빼앗기고 맙니다. 투표는 비싼 내 한 표를 값지고 요긴하게 써서 좋은 정치와 행정을 통해 나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사람에게 고심 끝에 던지는 소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