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연 포럼] 국민연금 폐지, 기초연금 100만 원을 상상하라!
2018.01.16 13:57:52
94조5000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심각한 과제는 노인빈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으며, 2014년에는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어 20만 원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기초연금 최대액은 25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초연금은 국제통계에서 기초연금(Basic Pension)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부조' 신세다.
노인빈곤의 주 원인은 취약한 공적연금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목적은 자신이 젊은 시절 얼마나 돈을 벌고 축적했느냐와 상관없이 노년 생애를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보편적 생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은 공적연금 자체가 매우 적어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일까?
94조5000억 원은 누구에게?
그럼 '공적연금'에 포함되는 연금들이 얼마나 걷히고 쓰이는지 살펴보자.
먼저 국민연금. 2016년 한 해 동안 37조1734억 원의 보험료를 거두었고 24조5000억 원의 기금운용수익을 창출했다. 같은 해 공무원연금은 14조1070억 원을, 사학연금은 2조7016억 원을 지급했다. 2015년 기준 군인연금의 지급액은 2조8556억 원이다. 별정우체국연금 2017년 지급액은 330억 원이다. 당초 책정된 2018년 기초연금 예산은 지자체 분담금을 합해 13조1200억 원이다.
이렇듯 공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지급을 위해 마련한 비용을 합하면 연간 94조 5000억 원이다. 단순히 730만 명 정도에 이르는 노인 인구에 94조 5천억 원을 나누면 1년에 1295만 원으로 한 달에 약 108만 원꼴이다. 지금 창출된 공적연금 재원으로도 노인 1인당 100만 원 넘는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나 알다시피 다수 노인이 심각한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가?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돈을 잘못 쓰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일단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으로 2016년 6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했으나, 지급한 돈은 17조682억 원이다. 44조 원이 넘는 돈을 그냥 쌓아뒀다. 왜? 현재 보험가입자의 지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쌓인 기금만 600조 원이 넘는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은 어떤가? 유족을 포함 불과 57만 명 수급자(2015년 기준)를 위해 무려 20조 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일반 직장인 사용자 두 배에 육박하는 부담금을 내고도 모자라 2015년 기준 4조4000억 원의 적자보전 예산을 추가로 사용했다. 그래서 똑같이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다수의 공무원 교사 은퇴자는 한 달에 300만 원씩 연금을 받는 노후를 즐기고 절대 다수 노인들은 20만 원 남짓한 기초연금으로 근근이 생명줄만 이어간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보장하는 '특권노인계층' 존속을 위해 엄청난 빚이 쌓인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가부채 1433조1000억 원 중 752조6000억 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이다.
'모수개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현 연금체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져 왔다. 개혁의 강도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난 건 낸 돈에 비해 적게 받도록 하는 방향이었다.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으로 수급대상인 노인인구는 늘어가고 부양가능인구(가입자)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조절하는 일명 '모수개혁'은 한계에 봉착했다. 근본 원인은 사회보험 연금체제의 전제가 되는 '정형화'된 산업화시대 노동의 형태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바깥에는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생계곤란 등의 사유로 '납부유예자'인 지역가입자만 417만 명에 이른다. 직장가입도 2016년 누적 보험료 미납액이 2조2165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애초 보험료를 낼 기회조차 없었던 노인세대를 버리고 시작했고,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지 않은 이들에겐 냉혹한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반면 가입자는 높은 수익비(평균소득자 1.9)를 보장하기에 '후세대 부담'이란 문제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기초연금 100만 원 시대, 가능하다!
현행 사회보험 연금체제는 각 제도별 격차도 상당하며, 애초에 '제도'에 못 들어온 이들은 철저히 외면한다. 그리고 제도상의 한계로 자원분배 왜곡과 불평등 및 비효율이 발생하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 세대의 부담까지 전제한다.
결정적으로 국민연금은 18세부터 59세까지 가입된 이들을 대상으로만 보험료를 걷는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재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여기에 누진부과가 아닌 정률부과보험료라는 한계. 449만 원이라는 소득상한액 등으로 인해 재원확보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향후 인구 구조상 노인부양비가 증가하면 제도 존속에 더 어렵다. 단적으로 보험료가 6.12%(2016년)인 건강보험료 징수액이 약 47조5000억 원으로 국민연금보다 10조 원 이상 많다. 건강보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내야 하고 보험료 소득상한도 8710만 원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소득상한을 건강보험처럼 올리긴 힘들다. 왜냐면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기에 보험료를 많이 내면 그만큼 많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노후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존의 사회보험 연금체제를 기초연금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필자는 보험료가 아니라 세금으로 연금의 재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본 글에서는 '소득세', '법인세'에 40%씩 목적세로 '연금세'를 신설 부과하고, 퇴직연금운용 및 기 수급자 정산 등을 감안해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을 지금의 40% 수준으로 가정했다.
각 연금제도(국민, 공무원, 사학, 군인)는 가칭 '퇴직연금공단'으로 일원화한다. 현 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개인별 계좌를 신설, 납부 보험료에 적정한 운용수익을 더해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현재 수급자는 과거 납부한 보험료와 수급연금액의 차액을 산정해 기 수급 연금액이 많으면 종결처리, 납부한 보험료가 많으면 차액을 돌려주거나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 퇴직연금공단은 과거 납부한 보험료뿐 아니라 공무원의 퇴직적립금 운용을 기본으로 가입을 희망하는 직장, 개인(IRP계좌) 등을 유치할 수 있다.
현재 두루누리사회보험을 비롯해 농어업인, 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과 지속을 위한 다양한 예산이 존재한다. 연금제도 개혁으로 퇴직연금공단이 만들어지면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은 '퇴직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전환해 기초연금으로는 다소 부족한 노후보장성을 높이는데 활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의 지급은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기초연금은 일단 모든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다. 물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좋겠으나 당면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축적과 퇴직연금으로 소득수준이 보장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금액은 각종 복지급여의 산출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의 60%(월 99만 1670원)를 최대액으로 소득하위 50%에는 최대액을, 상위 50%에는 소득별 감액하여 아무리 부자라도 노인이라면 기초연금 최대액의 50%는 보장받도록 설계했으며, 현행 기초연금처럼 부부 동시 수급 시 20% 감액을 적용한다. 이를 가정하고 산출한 기초연금 지급 예상액은 아래 표와 같다.
물론 노인빈곤율 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제도는 유연하게 변화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향후 노인빈곤이 상당 부분 해결되고 퇴직연금이 활성화된다면 50%인 전액지급 기준을 다소 낮춘다거나 부부감액 비율을 높이는 등의 개편을 할 수 있다. 그 외에 소득세와 법인세에 부과되는 연금세 비중을 다소 낮추고 부가세나 보유세로 연금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융통성 있는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연금제도 전면개혁의 효과
첫째, 기초연금 전면 확대 정책의 실현으로 세계 최악의 노인 빈곤국이라는 현실을 급속히 개선시킬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기반 연금체제로 인해 소득에 비해 큰 부담을 감내해왔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늘고, 과도한 노후에 대한 염려로 인해 사보험 금융상품에 몰렸던 자금이 직접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셋째, 각종 복지 지출 및 관리 비용 절감이다. 심각한 노인빈곤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기초연금 중심의 연금개혁은 빈곤노인을 위한 각종 재정지출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현행 개별 연금제도에 따른 각 공단 운영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넷째, 과도한 연금 보장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적자보전을 책임져온 소수의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들에 대한 특혜논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 및 사회적 갈등요소도 사라질 것이다.
다섯째, 국가부채 문제의 개선이다. 2016년 국가부채 1433.1조 원의 52.6%인 752.6조 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새로운 기초연금은 소수의 특권적 연금향유로 초래한 천문학적 연금충당부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정산과정에서 지출은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
여섯째,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과 고용 확대이다. 연금의 주 재원이 국민연금보험료에서 조세(법인세)로 변화할 경우 이익이 크지만 고용이 적은 기업에 비해 고용을 많이 한 기업이 우대를 받게 된다. 더불어 고용지속에 있어 큰 부담이었던 국민연금 보험료가 이익에 따라 연동되는 법인세로 변화함에 따라 고용 지속은 물론 추가 고용창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연금개혁으로 실시되는 새로운 기초연금의 특징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능력만큼 함께 노인 부양을 책임지고 후세대에 부담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아닌 세금이 재원이 되므로 많이 버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만큼의 책임을 이행하게 된다. 종합소득 신고액의 17%를 차지하지만 연금재원 납부에서 제외된 60대 이상의 소득도 연금재원에 기여하게 되므로 노인부양비 상승에 대비하는 효과도 존재한다. 향후 연금세 징수대상으로 '보유세'가 추가된다면 지나치게 적은 '자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증세와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 노년세대와 미성년자까지 재원 기여 범위에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과도한 기금적립'과 '기금 고갈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억지로 기금을 쌓을 필요도 없고 발생한 수익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지출된다. 즉 너무 많이 늘어나지도 그렇다고 고갈되지도 않는 적정한 기금유지가 가능하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연금개혁이지만 변화에는 수많은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저항과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외 구체적 로드맵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할 상세연구와 사례별 시뮬레이션 등 과제도 많다.
2018년은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가 발표되는 해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2019년경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을 경험하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나 장기재정 추계 발표와 보험료 인상 등이 겹쳐지면서 2018년 연금문제는 폭발적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대세력'만 동원(mobilization)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기초연금 전면 확대는 광범위한 '지지세력' 구축 및 동원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폐지, 기초연금 100만 원'은 쉽고 전달력이 좋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있다. 정치적으로 쟁점화된다면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을 뛰어넘는 아젠다로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연금의 새판 짜기'를 가능케 할 범사회적 공감 확산이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노후가 보장되는 미래를 꿈꾸며, 이를 추동할 정치적 리더십 발휘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18년 1월 정의정책연구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 '보편적 기초연금, 가칭 평등연금 도입방안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노인빈곤의 주 원인은 취약한 공적연금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목적은 자신이 젊은 시절 얼마나 돈을 벌고 축적했느냐와 상관없이 노년 생애를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보편적 생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은 공적연금 자체가 매우 적어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일까?
94조5000억 원은 누구에게?
그럼 '공적연금'에 포함되는 연금들이 얼마나 걷히고 쓰이는지 살펴보자.
먼저 국민연금. 2016년 한 해 동안 37조1734억 원의 보험료를 거두었고 24조5000억 원의 기금운용수익을 창출했다. 같은 해 공무원연금은 14조1070억 원을, 사학연금은 2조7016억 원을 지급했다. 2015년 기준 군인연금의 지급액은 2조8556억 원이다. 별정우체국연금 2017년 지급액은 330억 원이다. 당초 책정된 2018년 기초연금 예산은 지자체 분담금을 합해 13조1200억 원이다.
이렇듯 공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지급을 위해 마련한 비용을 합하면 연간 94조 5000억 원이다. 단순히 730만 명 정도에 이르는 노인 인구에 94조 5천억 원을 나누면 1년에 1295만 원으로 한 달에 약 108만 원꼴이다. 지금 창출된 공적연금 재원으로도 노인 1인당 100만 원 넘는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나 알다시피 다수 노인이 심각한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가?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돈을 잘못 쓰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일단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으로 2016년 6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했으나, 지급한 돈은 17조682억 원이다. 44조 원이 넘는 돈을 그냥 쌓아뒀다. 왜? 현재 보험가입자의 지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쌓인 기금만 600조 원이 넘는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은 어떤가? 유족을 포함 불과 57만 명 수급자(2015년 기준)를 위해 무려 20조 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일반 직장인 사용자 두 배에 육박하는 부담금을 내고도 모자라 2015년 기준 4조4000억 원의 적자보전 예산을 추가로 사용했다. 그래서 똑같이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다수의 공무원 교사 은퇴자는 한 달에 300만 원씩 연금을 받는 노후를 즐기고 절대 다수 노인들은 20만 원 남짓한 기초연금으로 근근이 생명줄만 이어간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보장하는 '특권노인계층' 존속을 위해 엄청난 빚이 쌓인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가부채 1433조1000억 원 중 752조6000억 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이다.
'모수개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현 연금체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져 왔다. 개혁의 강도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난 건 낸 돈에 비해 적게 받도록 하는 방향이었다.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으로 수급대상인 노인인구는 늘어가고 부양가능인구(가입자)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조절하는 일명 '모수개혁'은 한계에 봉착했다. 근본 원인은 사회보험 연금체제의 전제가 되는 '정형화'된 산업화시대 노동의 형태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바깥에는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생계곤란 등의 사유로 '납부유예자'인 지역가입자만 417만 명에 이른다. 직장가입도 2016년 누적 보험료 미납액이 2조2165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애초 보험료를 낼 기회조차 없었던 노인세대를 버리고 시작했고,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지 않은 이들에겐 냉혹한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반면 가입자는 높은 수익비(평균소득자 1.9)를 보장하기에 '후세대 부담'이란 문제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기초연금 100만 원 시대, 가능하다!
현행 사회보험 연금체제는 각 제도별 격차도 상당하며, 애초에 '제도'에 못 들어온 이들은 철저히 외면한다. 그리고 제도상의 한계로 자원분배 왜곡과 불평등 및 비효율이 발생하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 세대의 부담까지 전제한다.
결정적으로 국민연금은 18세부터 59세까지 가입된 이들을 대상으로만 보험료를 걷는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재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여기에 누진부과가 아닌 정률부과보험료라는 한계. 449만 원이라는 소득상한액 등으로 인해 재원확보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향후 인구 구조상 노인부양비가 증가하면 제도 존속에 더 어렵다. 단적으로 보험료가 6.12%(2016년)인 건강보험료 징수액이 약 47조5000억 원으로 국민연금보다 10조 원 이상 많다. 건강보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내야 하고 보험료 소득상한도 8710만 원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소득상한을 건강보험처럼 올리긴 힘들다. 왜냐면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기에 보험료를 많이 내면 그만큼 많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노후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존의 사회보험 연금체제를 기초연금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필자는 보험료가 아니라 세금으로 연금의 재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본 글에서는 '소득세', '법인세'에 40%씩 목적세로 '연금세'를 신설 부과하고, 퇴직연금운용 및 기 수급자 정산 등을 감안해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을 지금의 40% 수준으로 가정했다.
각 연금제도(국민, 공무원, 사학, 군인)는 가칭 '퇴직연금공단'으로 일원화한다. 현 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개인별 계좌를 신설, 납부 보험료에 적정한 운용수익을 더해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현재 수급자는 과거 납부한 보험료와 수급연금액의 차액을 산정해 기 수급 연금액이 많으면 종결처리, 납부한 보험료가 많으면 차액을 돌려주거나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 퇴직연금공단은 과거 납부한 보험료뿐 아니라 공무원의 퇴직적립금 운용을 기본으로 가입을 희망하는 직장, 개인(IRP계좌) 등을 유치할 수 있다.
현재 두루누리사회보험을 비롯해 농어업인, 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과 지속을 위한 다양한 예산이 존재한다. 연금제도 개혁으로 퇴직연금공단이 만들어지면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은 '퇴직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전환해 기초연금으로는 다소 부족한 노후보장성을 높이는데 활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의 지급은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기초연금은 일단 모든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다. 물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좋겠으나 당면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축적과 퇴직연금으로 소득수준이 보장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금액은 각종 복지급여의 산출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의 60%(월 99만 1670원)를 최대액으로 소득하위 50%에는 최대액을, 상위 50%에는 소득별 감액하여 아무리 부자라도 노인이라면 기초연금 최대액의 50%는 보장받도록 설계했으며, 현행 기초연금처럼 부부 동시 수급 시 20% 감액을 적용한다. 이를 가정하고 산출한 기초연금 지급 예상액은 아래 표와 같다.
물론 노인빈곤율 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제도는 유연하게 변화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향후 노인빈곤이 상당 부분 해결되고 퇴직연금이 활성화된다면 50%인 전액지급 기준을 다소 낮춘다거나 부부감액 비율을 높이는 등의 개편을 할 수 있다. 그 외에 소득세와 법인세에 부과되는 연금세 비중을 다소 낮추고 부가세나 보유세로 연금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융통성 있는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연금제도 전면개혁의 효과
첫째, 기초연금 전면 확대 정책의 실현으로 세계 최악의 노인 빈곤국이라는 현실을 급속히 개선시킬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기반 연금체제로 인해 소득에 비해 큰 부담을 감내해왔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늘고, 과도한 노후에 대한 염려로 인해 사보험 금융상품에 몰렸던 자금이 직접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셋째, 각종 복지 지출 및 관리 비용 절감이다. 심각한 노인빈곤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기초연금 중심의 연금개혁은 빈곤노인을 위한 각종 재정지출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현행 개별 연금제도에 따른 각 공단 운영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넷째, 과도한 연금 보장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적자보전을 책임져온 소수의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들에 대한 특혜논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 및 사회적 갈등요소도 사라질 것이다.
다섯째, 국가부채 문제의 개선이다. 2016년 국가부채 1433.1조 원의 52.6%인 752.6조 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새로운 기초연금은 소수의 특권적 연금향유로 초래한 천문학적 연금충당부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정산과정에서 지출은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
여섯째,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과 고용 확대이다. 연금의 주 재원이 국민연금보험료에서 조세(법인세)로 변화할 경우 이익이 크지만 고용이 적은 기업에 비해 고용을 많이 한 기업이 우대를 받게 된다. 더불어 고용지속에 있어 큰 부담이었던 국민연금 보험료가 이익에 따라 연동되는 법인세로 변화함에 따라 고용 지속은 물론 추가 고용창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연금개혁으로 실시되는 새로운 기초연금의 특징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능력만큼 함께 노인 부양을 책임지고 후세대에 부담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아닌 세금이 재원이 되므로 많이 버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만큼의 책임을 이행하게 된다. 종합소득 신고액의 17%를 차지하지만 연금재원 납부에서 제외된 60대 이상의 소득도 연금재원에 기여하게 되므로 노인부양비 상승에 대비하는 효과도 존재한다. 향후 연금세 징수대상으로 '보유세'가 추가된다면 지나치게 적은 '자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증세와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 노년세대와 미성년자까지 재원 기여 범위에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과도한 기금적립'과 '기금 고갈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억지로 기금을 쌓을 필요도 없고 발생한 수익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지출된다. 즉 너무 많이 늘어나지도 그렇다고 고갈되지도 않는 적정한 기금유지가 가능하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연금개혁이지만 변화에는 수많은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저항과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외 구체적 로드맵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할 상세연구와 사례별 시뮬레이션 등 과제도 많다.
2018년은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가 발표되는 해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2019년경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을 경험하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나 장기재정 추계 발표와 보험료 인상 등이 겹쳐지면서 2018년 연금문제는 폭발적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대세력'만 동원(mobilization)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기초연금 전면 확대는 광범위한 '지지세력' 구축 및 동원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폐지, 기초연금 100만 원'은 쉽고 전달력이 좋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있다. 정치적으로 쟁점화된다면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을 뛰어넘는 아젠다로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연금의 새판 짜기'를 가능케 할 범사회적 공감 확산이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노후가 보장되는 미래를 꿈꾸며, 이를 추동할 정치적 리더십 발휘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18년 1월 정의정책연구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 '보편적 기초연금, 가칭 평등연금 도입방안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