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사드보복 직면 롯데, 바람 멎을 때까지 깃발 떼고 노하우 수출?

사드보복 직면 롯데, 바람 멎을 때까지 깃발 떼고 노하우 수출?

구조상 특정 분쟁에만 올인 어려워…광풍 멎을 때까지 버틸 체력 '관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3.02 16:11:34

[프라임경제] 초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사드) 설치 문제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쇼핑몰인 징동닷컴은 사이트 내에 롯데관 검색을 중단했고,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 공격을 받아 지난달 28일 접속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에 더해 롯데의 사탕 600㎏, 300박스가 검역 기준 미달 문제로 소각 조치당한 것으로 2일 알려져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해킹 등 공격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인 압박 즉 규정에 따른 트집잡기가 앞으로도 늘어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롯데에 보복할 것인지를 질문받은 뒤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경영할 때 반드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외국 기업의 중국에서 경영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달려있다"고 밝힌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中, 규정 들어 압박하지만 무역 분쟁은 원치 않아?

지난해 11월 이래 사실상 롯데 중국 내 전사업장을 대상으로 위생소방점검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을 생각하면 이번 보복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새삼 강화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작년 롯데마트의 중국 매출은 1조12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2% 줄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 6조원의 70%인 4조2000억원이 중국 관련 매출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롯데 공격이 치열해질 수록 중국인들이 떠나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에 설치된 면세점을 중국인들이 메우고 있다. = 임혜현 기자

 

다만, 이 같은 상황은 롯데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는 '대중국 한류 문화관광 국민 피해액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드배치 후폭풍으로 13조원 이상의 외화가 증발할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피해는 사실상 대부분의 경제 주체, 즉 대중국 접점을 가진 기업들이 분담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2일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6%가 "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경험했다(사드 배치 발표 이전 20.7%포인트 상승)"고 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특정 외교 및 국방 현안에 대해 몇달 새 전방위 노이로제 반응을 진행하는 와중에 롯데를 포함한 한국 기업 전반과 냉각 관계를 겪는 것이다.

규정을 들어 준수를 요구하는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때로 사업 중단(선양 투자 건) 등도 나타나고 있으나, 무역 분쟁에 약한 중국이 트집잡힐 거리를 만드는 데에는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일본과 희토류 분쟁을 겪으면서 표면상 승리했던 중국은 일본 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섬세한 보복 조치로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내는(롯데 보유 부지의 제공 백지화) 외과 수술까지 이르지 못하는 한편 다양한 지출이나 리스크를 중국 측도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에서 롯데가 전면 철수할 경우 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中 적자 체질 개선 가능할지 주목  

이런 상황이 닥치기 전을 생각해 보더라도, '중국 이슈'는 롯데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중국 상하이 타이푸광장 쇼핑몰 등 위탁경영 등 우회책을 추가로 개발, 사드 난국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 롯데백화점

유통의 경우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기에 중국 당국의 규제와 민간의 불매 운동 등 공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롯데마트 중국법인은 지난 5년간 계속 당기순손실을 낸 바 있고, 지난해 연말 나온 반기보고서까지 볼 때 적자 규모만 1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꼭 사드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직접 진출'이나 '직접 판매' 대신 노하우 수출을 통해 틈새 시장 진출을 할 수 있을지 롯데 행보에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백화점이 중국 중신그룹과 손잡고 상하이지역 쇼핑몰 사업에 뛰어드는 작업이 해를 넘기면서도 추진 가닥을 놓지 않은 점은 상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신그룹은 중국 국영기업체다.

중신그룹이 소유한 네 개 쇼핑몰 운영을 롯데백화점이 대행하는 형태로, 해외에 직접 점포를 내는 기존 해외 진출 방식과 달리 대규모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무형의 수출이자 용역 제공 내지는 노하우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로서도 괴롭겠지만, 중국의 외환보유고 등 전체적인 맥락에서 무한 공세를 펴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9982억달러를 기록, '3조달러 마지노선'이 깨졌다.

통화가치 약세는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통 풀이하지만, 급격한 통화가치 약세는 국가신인도 하락과 대규모 외자유출로 이어진다. '위안화 약세→ 자금 유출→ 외환보유액 감소→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는 흐름을 중국이 언제고 감수할 수는 없다는 것.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 등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역 관련 보복을 장기간 단행하면,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돼 투자 매력이 하락, 악순환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관영 매체들도 롯데 등에 대한 보복을 양날의 검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타임스'의 보도 태도가 특히 눈길을 끈다.

중국이 무역 보복으로 사드 배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볼 여지가 적고, 위신을 적절히 챙기는 선에서 출구전략을 단행할 때까지 중국과의 교류에서 단순히 물건을 팔고 외형적 진출을 하는 방식 대신 더 효율적인 진출 방안을 찾으며 버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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