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4.11 총선 야권연대 패배
:통합진보당은 17대 민주노동당보다 낮은 10.3% 득표
2012년 4.11 총선은 새누리당을 과반 의석에서 밀어내고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2012년 3월 10일 선거연대에 합의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선거연대 논의에서 빠진 진보신당이 독자 노선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사단은 경남에서 났다. 창원을에서 손석형이 명분 없이 도의원을 중도 사퇴하고 통합진보당 후보로 총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진보신당과의 경남지역 선거연대 논의가 꼬였다. 진보정당의 대중적 기반인 노동세력도 분열했다. 이런 갈등은 창원갑 문성현 후보, 거제 김한주 진보신당 후보 등 경남 전역에, 심지어 울산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 외에도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특정 정파의 패권적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며 당원 사기를 떨어뜨리고, 노동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일들이 속출했다. 일례로 울산에서는 북구의 터주 조승수 현역 지역구 의원을 남구로 날려버리고 그 자리에 김창현 전 동구청장을 꽂는가 하면 동구에서는 이은주 도의원이 중도 사퇴해 총선후보로 출마하면서 비호감으로 낙인찍혔다. 당 내 이른바 ‘울산연합세력’의 패권적 행태에 노동현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결국 진보정치 1번지라는 울산과 창원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은 공멸하고 말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비례후보 경선 과정의 부정 의혹과 이정희대표의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문자 파동, 성남중원 성추행 의혹 후보 교체 등 패권정파의 과도한 욕심이 빚어낸 악재들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13% 득표율에도 못 미치는 10.3%로 주저앉았다. 야권연대로 얻은 지역구 7석이 그나마 체면을 세워 주었으나 총 13석에 그쳐 원내교섭단체라는 야심찬 목표도 물거품이 되었다. 민주통합당도 127석에 그쳐 통합진보당을 포함해 야권 의석을 다 합쳐도 140석에 불과했다. 반면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고수했다. 이후 자유선진당까지 흡수해 의석수는 157석으로 늘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반MB의 거센 파도를 붉은 색의 ‘새누리당’으로 갈아입은 박근혜 대표체제가 성공적으로 물리친 것이다. 지방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승승장구해 오던 야권연대는 꺾였다.
야권의 패배는 변신에 성공한 새누리당의 승리라는 측면보다 야권연대 말고는 보여준 게 없는 야권의 패배라는 측면이 강조되었다. 사실 10.26 보궐선거도 엄밀히 말하면 박원순의 승리였지 민주당은 외면당한 선거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시민사회세력을 수혈해 민주통합당으로 덩치만 부풀렸지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사로잡을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 후보 자질 시비 등 구태를 반복함으로써 야권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