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진보정당 STORY] 75. “이 자리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75. “이 자리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 민주노동당,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석 획득

 

 

 

 

 

 

 

 

 

2004년 4월 15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후보 8명, 지역구 2명, 당 지지율 13.03%를 얻으며 2000년 창당 이래 최초로 원내 진출을 이루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창원을과 울산북구에서 고배를 마셨던 민주노동당은 창원을에서 권영길, 울산 북구에서 조승수를 당당히 당선시킴으로써 설욕했으며,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후보 당락은 개표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게 하며 한판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전국 예상득표율이 15%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연출하며 순항하기도 했지만, 정작 출구조사에서는 10% 내외로 나와 비례 7번까지 당선되고 8번 후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자정을 넘긴 정당 득표율

개표 결과 민주노동당은 10선에 도전하는 자민련의 비례 1번 김종필 후보를 역사에서 퇴장시키고 노회찬 후보를 당선시켰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에 대한 평가는 약간씩 달랐다. 다수 의견은 “밀물이 들면 배가 같이 뜬다”는 논리로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지지율이 높아질 때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의 지지율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온건개혁정당과 진보정당 지지율의 등락이 동조화되는 현상은 그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남으로써 이 논리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며 온건보수정당과의 차별화와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지지자들을 모아왔다. 17대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13.03%도 사실은 예상득표율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열린우리당에 빼앗겼다고도 볼 수 있었다. “밀물이 들면 배가 같이 뜬다”는 논리는 수구보수로부터 정치적 헤게모니를 빼앗는 일이 선결과제이므로 진보정당 역시 그에 복무해야 하며 따라서 온건개혁세력에 대한 전선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독자적인 진보진영이 풀어야 할 오랜 숙제였다. 87년 대선에서는 독자후보와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갈렸고, 1997년 국민승리21 이후부터 민주노동당에 이르기까지 진보개혁진영은 중대한 정치적 시기 때마다 논쟁을 거듭해 왔다. 제도적으로는 독자적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는 선거제도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제도가 강제하는 룰 안에서 싸워야 하는 진보정당으로서는 온건보수정당의 들러리나 서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조돈문 교수는 대통령의 진보적 약속이 4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파기되었다고 비판했다. 조교수는 “노동조건 개악을 담은 근로시간 단축법이 통과되자 노동계는 투쟁을 선언했고 재벌들은 갈채를 보냈다. 사용자 대항권을 세운 로드맵이 발표되자 양대 노총은 노 정권을 규탄했으나 재벌들은 환호했다. 재벌들은 노 정권의 친 노동 성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노동자들이 기대한 ‘희망’의 정치는 짧은 시행착오와 함께 마감됐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도 “현 정부는 세계가 규탄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에 미국의 하위 파트너를 자처했다. 북미 갈등에도 미국 눈치만 보며 한반도 평화를 외면했다. 농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칠레 FTA를 강행하고 정규직-비정규직 싸움을 부추기며 대통령 자신은 뒤로 숨는 모습을 보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탄핵열풍 속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쏠림현상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이라는 제3의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대안적 정당에 대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는 더욱 강한 자장을 만들어냈다. 울산은 21.9%를 얻어 전국 16개 광역시도 기준으로 유일하게 20%대를 넘겼고, 조승수를 당선시킨 울산북구는 35.4%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울산 북구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밀집지역이거나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들은 예외 없이 정당득표율이 높았다. 권영길 대표가 당선된 창원을(26.6%)을 비롯해 거제(26.2%), 울산동구(25.2%), 창원갑(22%), 울산남구을(20.8%)이 모두 20%대를 넘겼고, 평택을(17.8%), 인천부평을(17.7%), 군포(16.9%), 광주광산(16.6%), 전남여수을(16.5%), 청주흥덕을(16.4%), 마산을(16.4%), 인천서구강화갑(16.3%), 인천부평갑(16%), 인천남동을(16%)도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청주흥덕갑(15.9%), 인천연수구(15.9%), 구미갑(15.8%), 포항남울릉(15.8%), 인천계양을(15.6%), 천안을(15.5%), 아산(15.3%)도 전국 평균(13%)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노동자 '계급투표' 바람이 민주노동당 원내 10석 진출에 지대한 역할을 했음이 확된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렇듯 독자적 지지기반을 다져나가면서 새로운 수권 대안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물론 모든 연대를 거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며 자신의 독자적 지지기반을 다지고 정치적 지지자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었다.


(※ 7월 8일 실릴 예정이었던 ‘74회’ 글과 그림은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권고의견을 존중, 동시당직선거 일정이 완료된 후 게재하기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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