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정당정치를 공격하다.
: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 단호히 맞선 정의당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12월 19일 오늘의 역사’를 검색하면 두 개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일, 다른 하나는 통합진보당 해산일이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민주주의의 역사책에는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더러운 흔적을 지우기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했고, 십상시와 문고리 3인방의 비선권력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궁지에 몰리자 애꿎은 희생양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함으로써 그의 당선 일을 저주의 날로 만들어버렸다”고.
2014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에 의해 심각한 손상을 입은 날이다. 헌재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고 해산 판결을 내린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탄생한 그가 자신의 어머니인 민주주의의 등에 칼을 꽂은 사건이었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통령이 서명할 때부터 줄곧 정당의 존립 여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과 심판에 달려 있는 것이지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해 탈취될 수 없는 국민 주권의 문제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근거가 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대법에서 무죄 판결을 한 이상 청구 이유 자체가 원인 무효가 된 것이므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자체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세계 헌법재판기관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도 정당해산제도는 활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도 그 범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정당 해산이 아닌 다른 수단이 있다면 그것을 택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헌재는 굳이 대통령 당선일인 12월 19일에 맞춰 서둘러 해산 판결을 내려버렸다. 헌재는 정부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고, ‘주도세력’에 의한 위헌적 활동이 해산 이유라고 밝혔다. 소위 주도세력에 의한 북한 추종, 내란 선동, 비례 경선 부정, 관악 부정 경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당 전체가 위헌정당이라는 논리였다. 이것은 베니스위원회의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논리였다. 그 정체도 모호한 ‘주도세력’을 마치 정당 전체인양 침소봉대하고, 정당 해산 이외 다른 수단을 검토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정의당은 대변인 특별 성명에서 “일부 주도세력에 의해 주도된 정치행위를 정당 전체가 한 것으로 여긴다면 한국사회 어떤 정당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 “이번 판결은 명백한 실체적 위협이 없어도 정치적 찬반에 따라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 규정했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의 증오 정치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와 함께 대의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은 ‘자신에 적대하는 정당 세력을 절멸시키는 증오의 정치 하에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