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정의당 STORY] 38. 10대 그룹 총수 절반이 범법자

38. 10대 그룹 총수 절반이 범법자
    : 정의당 서기호 의원, <재벌범죄백서> 발간으로 재벌총수 사면을 바람잡는 박근혜 정부에 철퇴를 내리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14년 9월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경제에 국민적 관심이 많으니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일부러 (기업인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차단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지금은 그런 검토를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인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말하면서 수사의 단서조차 없는 성완종 사면에 대해 ‘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를 지시하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였던 자다. 최경환 부총리는 황장관의 발언에 화답해 이튿날인 9월 25일 기자들에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황 장관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두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국무위원들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여론의 눈치만 살폈다. 담뱃값·지방세 인상 추진 등 서민증세 논란 와중에 대기업 총수를 사면했을 때 일어날 여론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 사면 제한’이라는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 같은 발언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황 장관과 최 부총리를 앞세워 여론 떠보기를 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에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0월 6일 <재벌범죄백서>를 발간해 박근혜 정권의 불의한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 의원은 10대 그룹 총수의 50%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부분 집행유예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그나마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대부분 사면, 복권된 실태를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재벌총수 일가의 취업제한 위반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재하지 않고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기호 의원은 10월 7일 ‘사법 현안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비리 재벌총수 사면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과 66.2%가 박근혜 정부의 사법부 신뢰도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밝히며 연타를 날렸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만약 정의당의 이와 같은 비판이 없었다면, 그래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면 2015년 4월 성완종 사면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수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대로 말하자면 정의당이 대기업 총수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성완종 사면 논란의 빌미를 주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2015년 4월 29일 서울 관악을, 광주 서구을 등 4개 지역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측근에게 불법적인 대선자금을 전달한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되면서 여당에게 불리한 정국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4:0 전패,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새누리당은 대선 불법자금 수수라는 초대형 이슈를 물타기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의 두 차례 사면을 걸고 넘어졌고 종편은 하루 종일 이것을 재탕 삼탕하며 우려먹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투표 이틀 전에 측근의 불법 자금 수수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성완종 사면건만 콕 집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씨의 연이은 사면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하고 나라 경제를 어지럽히며 오늘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날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씨를 사면한 것이야말로 그가 박근혜 후보 측근에게 대선 불법자금을 전달한 계기가 되었다는 희한한 논리였다. 그렇게 따지자면 성완종 씨를 낳은 어머니 때문이거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을 탓할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야당을 걸고넘어짐으로써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관철되었다. 보수적 유권자들은 기본 상수로 늘 결집해 여당을 밀어주고 있으니 야당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외면하게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나면 주인공들이야 뒤풀이를 즐기겠지만 무대장치는 해체된다. 성완종 사면 논란이라는 허구적 무대장치도 같은 운명이다. 그 말도 안 되는 논리구조도 문제거니와, 검찰이 수사할 어떤 단서조차 없는 선거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사면 문제가)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한 말은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은 "저는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예외적이고 특별하게 국가가 구제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인 특별 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어쨌든 이제 박근혜 정권은 자신의 임기 중에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은 아예 입에 꺼낼 수도 없게 되었다. 이로써 경제사범으로 복역 중인 SK 최태원 회장과 CJ의 이재현 회장의 사면, 복권도 물 건너갔다. 예외적인 상황이나 특별한 사정을 연출해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를 조작해내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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